포크 록(Folk Rock)의 전설,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의 오프닝 신. 이제 19세인 무명의 싱어송라이터가 포크 음악 시대를 상징하는 ‘더치 보이 캡(Dotchboy cap·네덜란드 선원 모자에서 유래된 짧은 앞 차양이 붙은 모자)’ 을 쓰고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 첫발을 내디딘다. 밥 딜런으로 완벽하게 일체화된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관객도 1960년대 포크 음악의 황금기로 순간 이동하게 된다.


밥 딜런은 수많은 젊은 뮤지션처럼 기타 케이스와 백팩 그리고 꿈 하나만을 품고 뉴욕에 도착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 포크 음악을 혁신한 첫 4년(1961~65년)을 담고 있다. 특히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를 처음 도입하며, 어쿠스틱만 존재하던 포크 음악 세계에 충격을 안긴 순간은 영화 하이라이트가 된다. 동시에 그의 스타일이 혁신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컴플리트 언노운’의 의상 디자이너 아리안 필립스는 밥 딜런의 스타일이 단순한 패션을 넘어, 그의 음악적 아이덴티티와 깊이 맞물려 있음을 영화 속에 섬세하게 조명했다고 설명한다. 영화의 패션이 시대적 흐름, 음악적 혁신을 반영하는 일종의 미장센이 되어 그의 변화를 더욱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펜들턴 체크 셔츠와 데님은 밥 딜런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요소 중 하나다. 1961년 뉴욕에 처음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는 노동자 계층과 포크 음악의 전통을 반영한 낡고 헐렁한 데님 팬츠, 펜들턴 체크 셔츠 등 워크웨어 룩(workwear look·노동자의 작업복에서 유래한 패션)을 입고 있었다. 펜들턴은 1863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울 소재 체크무늬 셔츠로 유명하다. 펜들턴 체크는 하나의 패션 명칭이 됐는데, 타탄체크(굵기가 다른 여러 색을 바둑판처럼 엇갈린 무늬)를 기본으로 레드, 블루, 그린, 브라운 등 자연에서 영감받은 색 조합이 특징이다. 밥 딜런의 스타일에서 중요한 펜들턴 체크는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 포크 음악, 빈티지 패션의 상징이다.
동시에 그가 즐겨 입었던 리바이스 데님은 저항과 자유를 상징하는 반문화의 아이콘이다. 1960년대 미국 사회에서 데님은 여전히 농부, 광부, 블루칼라 노동자의 작업복이었다. 하지만 밥 딜런은 데님을 일상 패션으로 입으며 데님이 1960년대 청년 문화와 반문화의 상징이 되게 했다. 클래식 모델인 ‘리바이스 501’, 헐렁한 핏과 작업용 포켓이 특징인 카펜터 팬츠가 즐겨 입었던 리바이스 데님 패션이다.

1962년, 밥 딜런은 음악과 스타일에 있어 두 번째 챕터에 접어든다. 그는 사회 운동가이자 예술가 수즈 로톨로를 만나며 음악과 스타일에서 변화를 맞는다. 영화에서는 실존 인물 로톨로를 엘르 패닝이 연기하는 실비 루소라는 인물로 표현했다. 그녀는 밥 딜런이 사회 정의에 관한 곡을 쓰도록 영향을 줬다. 당대의 불안과 변화 가능성을 담은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1963)’, 반문화 운동의 대표곡이 된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g· 1964)’ 모두 로톨로에게서 영감받은 곡으로 알려져 있다.
패션에서도 로톨로의 영향을 받아 밥 딜런의 패션은 워크웨어 룩에서 모즈 룩(mods look·몸에 꼭 맞게 입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이전의 헐렁한 데님에서 한층 슬림해진 데님 팬츠로 그리고 골지 터틀넥과 가벼운 코튼 셔츠, 헤진 스웨이드 재킷을 즐겨 입었다. 1963년 밥 딜런의 사진을 보면, 데님 팬츠 안쪽에 데님 패치가 덧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패치는 로톨로가 부츠 위에 잘 맞도록 직접 만들어 준 것이라 한다. 이 시도는 1970년대 부츠컷(boots-cut·부츠 위에 편하게 입도록 밑단이 넓어지는 디자인)의 시초로 볼 수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밥 딜런은 피트 시커(에드워드 노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이 포크 음악 역사상 중요한 신에서 밥 딜런은 폴카 도트(polka-dot·작은 물방울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이 폴카 도트 셔츠를 영화 속에서 재현하는 것에 대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주저했다고 한다. 너무 튀는 스타일이라 생각해서다. 그러나 밥 딜런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가 이 셔츠를 꼭 입어야 한다고 감독을 설득했다. 폴카 도트 셔츠는 단순한 패턴이 아니라 혁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은 밥 딜런 개인뿐 아니라 포크 음악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직 어쿠스틱 사운드만을 사용했던 포크 음악에 처음 일렉트릭 사운드를 시도하며, 포크 록이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었다. 전통 포크 음악을 하던 시기에 밥 딜런은 체크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포크 록으로 전환하는 뜨거운 논쟁적 순간에 폴카 도트 셔츠를 선택했다. 음악과 패션에서 모두 스타일의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밥 딜런의 폴카 도트 셔츠는 과거와 미래, 올드(old)와 뉴(new)의 충돌을 상징한다.
의상 디자이너 필립스는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를 “한 예술가가 스타일을 통해 어떻게 시대를 정의하고 스스로를 진화시켜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밥 딜런의 음악이 변할 때마다 패션도 진화했다. 밥 딜런에게 패션 스타일은 시대를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전의 메시지였다.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시대의 목소리였던 그는 패션을 통해서도 꿈과 자유를 외친, 패션 아이콘 이상의 스타일 혁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