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리 시비하(왼쪽)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이 3월 11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에게 탄약통 널빤지에 그린 정교회 성화(聖畫)를 선물했다(사진 1). 이날 양측은 러시아 침공으로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30일 휴전’ 추진에 합의했다. 양국이 합의한 휴전안이 성사되면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처음으로 총성이 멎게 된다.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고 우크라이나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포괄적 협정을 이른 시일 내 체결하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전날인 3월 10일에는 우크라이나 병사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 인근 최전선에서 트럼프 정부의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큰 사진).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안과 관련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이 제안을 환영하며 긍정적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3월 12일 백악관에서 기자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다시 초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러시아를 향해서는 휴전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심을 가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휴전 아이디어 자체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심각한 의문점들이 있고, 이를 미국의 파트너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직접 통화해야 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30일간의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유리한 제안”이라고도 했다.
‘심각한 의문점들’로는 쿠르스크주(州)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을 언급했다.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완전한 우위’에 서기 전까지는 휴전을 논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휴전 후 협상 과정에서 쿠르스크의 점령 지역을 자국 내 러시아 점령지와 교환하려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