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값이 한때 국제 금 시세와 20% 넘게 차이 나면서 금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직구)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국내 거래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너무 커지다 보니 다시 국제 시세 대비 15배 넘게 급락하는 등 국내 금값이 요동치고 있다. 금 직구는 김치 프리미엄이 높을 경우에만 경제적이기 때문에 잘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김프' 13% 이상일 때만 직구가 유리
3월 4일(현지시각) 기준 영국 ‘왕실조폐 공사(Royal Mint)’의 100g 골드바 가격은 7686.06파운드로, 원화로 약 1440만원이다. 반면 한국금거래소의 100g 골드바 가격은 599만원으로 약 173만원 차이가 난다. 지난 2월 국내 금값이 치솟았을 때는 약 180만원 넘게 차이 나기도 했다.
금 직구 방법은 먼저 믿을 수 있는 판매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금 시장으로, 영국 왕실조폐공사는 품질이 우수한 금뿐 아니라 다양한 금속을 발행하는 기관으로 유명하다. 미국 최대 금 거래소인 ‘APMEX’, 스위스의 유명 골드바 브랜드인 ‘PAMP Suisse’ 등이 있다.
다음으로 신용카드와 해외 송금 등으로계산하면, 국제 배송, 배송 대행지 등으로 운송되는데, 결제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은 세금 계산 방식이다. 우선 골드바는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진 나라에서 구입하고 원산지 증명서가 있으며, 직접 배송 방식으로 수입될 경우 그리고 1000러(약 145만원) 이상일 경우 3%의 관세가 붙는다. 1000달러 미만이면 관세가 0%다. 다만 금 주얼리의 경우 8%의 관세가 붙는다. 가공 형태 등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부가가치세 10%가 발생한다.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관세가 없는 화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 세무 당국은 ‘통용되는 화폐라 해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체물로서 거래되는 경우 부가가치세법에 의해 과세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1000달러 이상의금을 직구하면, 기본적으로 3% 관세와 부가세 10%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직구족 사이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 13%를 넘는 경우에만 해외 직구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값 급락하면서 '김프' 20%→1%로
2월 14일 KRX 금 시장에서 거래된 1㎏짜리 국내 금 현물 1g당 가격은 종가 기준 16만3530원을 기록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국내 금 시세와 국제 금 시세 간 괴리율, 일명 김치 프리미엄은 20.13%에 달했다. 장중에는 최고 24%까지 치솟았다. 이럴 때는 금 직구가 유리할 수 있다. 금 괴리율이 높아진 이유는 국내 투자자의 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국내 투자자는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국내 금값이 해외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또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안전 자산인 금에 관심이 쏠린 영향도 크다. 그러나 국내 금값이 정점을 찍은 이후 점점 하락하면서 2월 28일 같은 기준으로 13만9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2월 14일 종가 대비 14.98% 급락한 가격이다. 이날 금값 괴리율은 1%까지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금 직구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의 금 괴리율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증권사가 금값 괴리율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국제 시세 대비 국내 금값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므로 일부 투자자는 고평가된 가격에 금을 매수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는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시장 정보 제공 업체 모닝스타가 발표하는 실시간 국제 금 시세를 서울외국환중개의 실시간 환율과 결합해 회원사에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반영한 증권사는 극히 일부다.
KRX 금 시장, 가장 접근성 좋고 세금 부담도 덜 해
환율, 세금, 배송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금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국내에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실물 보유 여부에 따라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뉜다. 실물 보유가 가능한 직접투자는 첫째 골드바 등 실물을 직접 사고파는 금 실물 투자, 둘째 은행의 골드뱅킹 이용, 셋째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 이용 등이 있다. 금 선물 투자 그리고 금 채굴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가능하지만, 이 방식은 투자자가 금 실물을 보유할 수 없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 중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세금 부담이 덜한 것은 KRX 금 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주식처럼 증권사에 금 투자 계좌를 개설해 한국거래소 금 시장을 통해 사고파는 방식인데, 투자 수익에 양도소득세 등이 붙지 않는다. KRX 금 현물 투자 후 금 실물로 인출을 원하면 100g, 1㎏ 단위의 골드바로 인출할 수 있다. 금 실물로 인출 시 10%의 부가가치세와 골드바 한 개당 2만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간접투자는 대부분 선물에 투자하는 방식이 많다. 금 현물 투자 ETF는 현물 지수 추종을 위한 금 매입 및 보관 비용이 발생하고, 금 등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는 실물 보관 비용 부담 때문이다. 다만 금 선물 투자 ETF는 선물 계약을 갱신할 때 비용(롤오버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역대 최고가 이후 12% 내린 금값 당분간 우상향 이어질 듯
국내 금값이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금값이 고점을 찍은 이후 단기 조정을 거쳐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당 가격은 3월 10일 기준 13만988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역대 최고가인 2월 14일 종가(16만3530원)보다 14.5% 하락한 수치다.
국내 금값은 2024년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1g당 7만~8만원대에서 움직이던 금값은 2024년 4월 10만원을 돌파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더욱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2024년에만 50% 가까이 급등했다. 2월 14일 장중 16만8500원이란 역대 최고치를 썼지만, 이후 보름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졌기 때문에 금값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는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에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국제 금값은 2월 14일 종가 13만6130원에서 10일 13만5970원으로 0.12% 떨어지는 데 그쳤다.
국제 금값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던 셈이다. 국내 금값이 이미 많이 오른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격화하고,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2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금값 상단을 온스당 3100달러(약 449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2분기까지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3월 11일 보고서를 통해 “금값 우상향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금값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정책 발표와 주요국 경제지표에 따라 금값의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