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박진표 감독의 영화 ‘죽어도 좋아’ 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성(性), 특히 노년기의 성욕을 다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선정성보다는 오히려 큰 감동을 받았다. 두 노년 주인공은 각자의 배우자를 떠나보낸 후, 가정에서 소통의 부재로 외로움을 겪으며 살아가다 운명처럼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성관계를 맺으면서 잃었던 존엄성과 따뜻한 애정을 회복하게 된다.
성은 이처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제는 관리만 잘하면 90세까지도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노년기의 부족한 신체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지팡이나 무릎 보호대가 필요한 것처럼, 건강한 성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약물이 필요하다.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등 혈관 건강 문제로 음경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발기부전 역시 치료제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1990년대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한 ‘포스포다이에스터라제-5(PDE-5) 억제제’를 개발했지만, 기존 혈압약보다 효과가 떨어져 개발을 중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상시험 중 성기능 장애가 있던 환자가 이 약물을 처방받고 발기부전이 해소되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됐다. 결국 이 약물은 한 해 3조6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이 약물이 발기부전 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 로버트 클로너 교수팀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연령 52세인 발기부전 환자 7만2498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는 사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협심증 발생률이 22%, 심부전 발생률이 17%, 관상동맥 재개통술을 받을 위험이 15% 낮았고, 조기 사망률도 25% 낮았다. 또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루스 브라우어 교수 연구팀은 발기부전 환자 26만9725명의 의료 기록을 평균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18%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처방 횟수가 많을수록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최대 44%까지 낮아졌다.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음경으로 가는 혈류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로 가는 혈류도 개선시켜 심혈관 질환이나 치매 발생 위험도 줄여준다.
발기부전을 단순히 혈류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나이에 따른 남성호르몬 감소,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약물, 전립선 비대증 등 생식기 질환, 척추나 골반 손상과 골절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발기부전이 의심되는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고 치료제를 처방받는 것이 좋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 복용하면 혈관 확장으로 인해 두통, 홍조, 코 막힘, 소화불량,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협심증 환자가 나이트레이트와 함께 복용할 경우, 갑작스러운 혈류량 증가로 급성 심정지, 부정, 쇼크 등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 또한 최근 밀수로 유통되는 외국산 불법 약물은 용량이 정확하지 않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핵심은 복용한 사람이 마음으로 상대방에게 끌리고 성적인 매력을 느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치료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사랑의 감정이나 성적 매력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치료제를 복용하더라도 사랑은 서로의 노력과 감정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어쩌면 출산의 의무에서 벗어난 중년 이후의 성은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애정을 확인하고 인간으로서 존엄을 확인하는 성(聖)스러운 의식일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발기부전 치료제야말로 사랑의 신 에로스가 쏘는 신성한 화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