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월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가 관련 브리핑 중 해제 지역을 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다. / 사진 뉴스1
서울시는 2월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가 관련 브리핑 중 해제 지역을 지도에서 가리키고 있다. / 사진 뉴스1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이상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해제하면서 생긴 후폭풍이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 호가가 급등하고 거래량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중개 현장에선 ‘불장이 시작됐다’ ‘시장이 미쳤다’ 라는 반응이 나왔다. 강남발 상승세는 강북권뿐만 아니라 경기도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빌딩 시장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꿈틀거린다. 

강남권 아파트값 껑충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3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68% 올랐다. 이는 7년 1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강남구(0.38%→0.52%)와 서초구(0.25%→0.49%)도 상승 폭을 확대했다. 강남구는 2018년 9월 첫째 주(0.56%)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강남권 아파트값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예상 밖이다. 토허제 해제 그 자체만으로 큰 호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되면 2년 거주 없이 갭 투자로 아파트를 살 수 있으나 폭발성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는 제외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본격적인 규제 완화 신호탄으로 과도하게 해석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토허제 대상으로 지정됐을 때 ‘잠삼대청’ 지역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은 줄었으나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다. 허허벌판의 농지를 토허제로 지정했을 때는 시장이 급랭하나 도심 지역 주택은 다르다. 실수요가 어느 정도 버티고 있는 데다 주민이 옆 동네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므로 키 맞추기 식으로 시세가 형성이 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토허제 지역을 정부가 성장 지역으로 공인한 것으로 굴절 해석하므로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은 토허제 해제에 대해선 과민 반응을 한 것이다. 토허제 지정과 해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정보 수용 태도가 이처럼 비대칭적이다. 시장은 자주 악재는 축소하고 호재는 부풀려 수용한다. 오죽하면 모든 게 호재라는 말이 나돌까. 규제 강화나 규제 완화라는 ‘팩트’보다 시장 참여자 ‘태도’가 흐름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은 때로는 비합리적,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시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올 만하다. 

울시가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조정하면서 해제 지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 2월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 사진 뉴스1
울시가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조정하면서 해제 지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을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고 있다. 2월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 사진 뉴스1

거래량이 가격보다 중요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3월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4179건이다. 3월 말까지 집계한다면, 5000건을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3000건대에 머물러 있었던 점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바닥권에서 거래량이 터지는 것은 회복의 강력한 신호탄이다.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싼 매물이 팔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격 상승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주식시장 전문가 버프 도르마이어도 거래량은 시장 참여자의 관심과 열의를 표현한다고 했다. 거래량은 시장의 힘이자 연료라고도 했다.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시장에선 가격보다 거래량을 훨씬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거래량이 실체이고, 가격은 그림자일 뿐이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일 수 없다고 했을까. 모든 구간에서 그렇지 않지만, 대체로 거래량이 가격 흐름보다 앞서 움직이는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보면 거래량이 갑자기 터진 것은 수요자 심리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설 업체의 잇따른 부도로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하했다. 앞으로도 한두 차례 더 금리 인하가 예고돼 있다. 광의 통화인 M2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6.9% 늘어났다. 돈이 풀리고 있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무주택자는 걱정이 많은 상황이다. 여기에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젠 대출 문턱이 높아질 테니 그 이전에 집을 사자는 집단 구매 심리가 발동했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부동산 심리의 핵심은 불안 심리다. 오죽하면 부동산은 8할이 심리라고 할까. 준금융 상품으로 변해버린 아파트 시장에선 심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토허제 해제로 강남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처럼 불안 심리가 팽배하면, 시장은 펀더멘털을 이탈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수 경기 위축에 정치적 불확실성, 금융시장 불안을 감안하면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시장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있다. 강남권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해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수도권 거래는 꿈틀, 지방은 찬바람

3월 12일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 지역 2월 아파트 거래량은 8197건이다. 지난해 11월(7143건)과 12월(6120건), 올 1월 (6268건)까지 최근 3개월간 6000~7000건대에 머물렀으나, 바닥을 탈출하는 분위기다. 역대 아파트 월별 평균 거래량이 1만20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지는 않으나 최근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월 말까지 집계할 경우 2월 거래량은 1만 건은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강남발 훈풍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방은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한다. 사실 지방 부동산 시장 불황은 구조적 문제다. 미분양 80%가 지방에 있을 정도로 소화불량이 심각하다. 문제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2년 전에 고분양가로 분양했으나 팔리지 않다가 입주할 때가 되다 보니 ‘불 꺼진 아파트’가 된 셈이다. 지방은 지역 경제 침체, 핵심 수요층인 젊은 세대 이탈 등 악재가 겹쳐 있다. 과거에는 서울이 오르면 수도권을 거쳐 지방도 덩달아 올랐다. 요즘은 이런 상승의 물결 효과가 수도권까지는 작동하지만, 지방은 따로 논다. 2023년부터 3년째 지역 차별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물론 지방도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수 있다.하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수도권과 지방 간 주택 시장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강남만 관심

요즘 강남권을 중심으로 꼬마빌딩(연면적 3300㎡이하 건물)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거래가 늘고 가격도 강보합세를 띠고 있다. 부동산 중개 법인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꼬마빌딩 거래량은 2061건으로 전년(1425건)보다 45%가량 늘었다. 저금리의 절정이었던 2021년 3717건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바닥을 찍고 거래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대형 빌딩보다 꼬마빌딩 투자가 두드러졌다. 50억원 미만 빌딩 거래가 약 60%를 차지했다. 금리도 인하 국면이어서 빌딩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더욱이 빌딩은 법인(가족법인 포함)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를 덜 받는다.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도입되면 주택 시장은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하지만 빌딩은 대출 규제보다는 금리 인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므로 금융 변수만 고려한다면, 시장 흐름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빌딩 시장은 내수 경기 위축, 소비의 온라인화로 과거처럼 무차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어렵다. 빌딩도 양극화 현상이 심하므로 투자하더라도 수요가 많은 역세권, 산업단지, 대학가 등으로 압축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