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최근 미국 공직 사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일으킨 ‘칼바람’으로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① ‘정부효율부(DOGE)’에서 연방 정부 지출 삭감과 운영 효율화를 목표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어서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개혁이 일어나고 있다. ②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노동시장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필자는 머스크와 스타머가 이끄는 정부 개혁과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규제의 본질과 유형을 제대로 파악할 것을 주문했다. 자칫 섣부른 ‘정부 축소’나 ‘규제 개혁’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식품 위생 기준이라든지, 저작권 보호 정책 등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돕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규제다. 하지만 무작정 개혁의 ‘메스’를 들이댈 경우 공공 서비스가 훼손되고 국민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정부를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규제를 없애고, 어떤 규제를 유지하고 보완할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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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이자 DOGE의 공동 수장인 머스크와 영국 총리 스타머는 극과 극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특히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이 이를 실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공공 지출을 줄이고 정부 기관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명확한 기술적 대체 방안 없이 필수 기능을 축소할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반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더욱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며, 정부 자체를 축소하기보다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방향성은 유사하다. 머스크는 “국민이 대대적인 정부 개혁을 원했고, 우리는 그것을 실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타머 역시 “규제 기관의 과도한 개입을 막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으로선 이러한 발언을 반길 만하다. 본래 정부 규제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일정한 제약과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기업이 특정 규제를 반대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소비자나 사회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진정한 과제는 규제가 그 혜택보다 더 큰 비용을 초래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정부 관료제와 마주할 때 느끼는 답답함에서 비롯된 규제 완화와 민영화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물론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같은 경제적 요인도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공공 서비스 비효율성과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편리하고 직관적인 경험 간의 극명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부 기관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은 종종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합리한 절차로 가득 차있다. 인력이 부족한 기관은 전화 연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웹사이트는 낡았으며, 온라인 서비스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경우도 흔하다. 이에 대한 한 가지 해결책으로 공공 서비스 디지털화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는 DOGE 지지자와 영국 정부 모두가 지향하는 목표다. 그러나 공공 서비스 현대화를 위한 방안은 차고 넘치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또한, 정부 서비스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도 그 성과는 실패 사례만큼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도한 규제와 불필요한 정부 지출이라는 기존의 비판적 시각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예를 들어, 한 은퇴한 미국 해군 장교는 최근 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학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세금이 이념적이거나 불필요한 프로젝트에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 지출에 비판적인 사람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각이다.

물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낭비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정부는 유사한 개혁을 추진해 왔다. 다만 실현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다. 마이클 루이스는 2018년 출간한 저서 ‘다섯 번째 위험(The Fifth Risk)’에서 현대 정부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복잡하고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강조했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 경제학(PPE),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현 영국 생산성연구소 이사, 전 영국 경쟁위원회 위원, 전 영국 재무부 고문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정치· 경제학(PPE),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현 영국 생산성연구소 이사, 전 영국 경쟁위원회 위원, 전 영국 재무부 고문
DOGE가 추진하는 대대적인 정부 축소 정책은 잠재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것이 정부 관료제를 능률화하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때때로 부족한 이유다. 이처럼 정부 관료제를 개혁하고 규제 완화를 실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규제’라는 개념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각 유형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첫째, 이미 필요성을 상실했거나 처음부터 잘못 설계돼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규제가 있다. 예를 들어, 여전히 종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규정이나 더 이상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종을 보호하는 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국에서는 점핑스파이더(점프하는 거미) 보호 규정 때문에 주택 개발이 지연되기도 했으며, 고속철도 프로젝트 ‘HS2’에서는 박쥐를 위한 터널을 만드는 데 1억파운드(약 1877억원)가 투입됐다. 교통 정체가 해소되면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것처럼, 이러한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는 것은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된다.

둘째, 속도제한이 사고 예방을 위해 이동 시간을 희생하는 것처럼, 일부 규제는 금융 감독이나 소비자 안전 같은 영역에서 필연적으로 일정한 비용을 초래한다. 정부의 규제 방식은 종종 위기 상황에 따라 변한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 구제금융이 논란이 되면서 금융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금융 업계의 강한 로비로 인해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셋째, 규제가 오히려 기업과 소비자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키우고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규제는 신호등과 비슷하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언제 멈추고 출발해야 할지를 정해줌으로써 도로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식품 위생 기준,저작권 보호, 공정 경쟁 정책 등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물론 개별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될 수 있지만, 그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규제가 없다면 혁신이 둔화하고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규제의 유형별 차이를 고려하면, 단순한 ‘규제 철폐’가 아니라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작정 칼을 휘두르는 방식으로는 의미 있는 개혁을 이루기 어렵다.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인프라와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정부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공 예산 삭감을 적 주장하는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정부 지원과 우호적인 정책 덕분에 막대한 혜택을 누려왔다. 따라서 이들이 ‘정부 규제 때문에 성장이 가로막혔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관료제가 21세기 경제 환경에 맞춰 개혁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아마존이나 에어비앤비처럼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 시민은 여전히 민간 부문이 더 효율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물론 일부 경우에는 사실이지만, 정부를 기업처럼 운영하려는 섣부른 시도는 오히려 핵심 공공 서비스를 훼손하고, 경제와 국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Tip

① 트럼프가 미국 정부의 예산을 절감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한 조직. 이미 DOGE 활동 한 달여 만에 연방 공무원 10만여 명이 해고되거나 휴직 처리됐고, 일부 정부 부처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머스크는 연방 정부 인력 일부를 AI로 대체해 예산을 약 2조달러(약 2906조원) 줄이고 정부 운영 효율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② 스타머는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4년 12월 그는 금융감독청(FCA), 경쟁시장청(CMA) 등 10개 이상의 규제 기관에 서한을 보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제거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1월에는 더타임스 기고 글에서 “인공지능(AI)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영국 경제 전반에 퍼져버린 ‘규제의 덤불’을 없애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학 교수

정리 =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 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