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경제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역성장을 겨우 모면할 정도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실물 경기는 말 그대로 저점이 어딘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전형적인 침체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2024년 3~4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쳐 제자리걸음 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에 소비가 감소세로 전환되고, 건설 투자는 장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경기마저 하강 국면이 시작된 것 같다. 만약, 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올해 1분기에는 전기비로 역성장도 각오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에 남아있는 유일한 성장 엔진이나 마찬가지인 수출 동력이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즉, 국내 경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어질 것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월 신규 취업자 수가 전월비 15만 명 이상 축소되고 소매 판매도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또, 관세 인상에 의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기도 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복귀하면서 콘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 소비자신뢰지수도 기준 100을 밑돌아 소비 심리가 냉각되는 등 경기 둔화 조짐도 보인다. 인플레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중국은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를통해 올해 5% 내외 성장 목표를 내걸고 적극 재정을 통해 내수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원인인 부동산 시장과 고정자산 투자 회복은 요원해 보이고 소비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2년 연속된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끊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군다나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 관세율이 예고대로 60%까지 상승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은행의 우려처럼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는 내수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관세정책에 의한 직간접 영향은 물론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르는 피해까지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지경인 것이다. 특히, 외수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과 캐나다 및 멕시코를 통한 대미 우회 수출에 의한부가가치 창출 효과만 하더라도 202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8%를 상회한다. 또,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씩만 하락하더라도 한국은 0.2~0.4%포인트 성장률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글로벌 투자은행은 경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경제는 컨트롤타워를 거의 상실하다시피 한 상황이기도 하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시장의 거센 요구에 기준금리는 낮아졌지만, 맞장구를 쳐야 할 재정 측면에서는 추경(추가경정예산) 같은 긴급 경기 대응책조차도 말만 무성할 뿐 제대로 된 계획도 없고, 합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캐나다나 멕시코처럼 트럼프 관세정책에 맞서 즉각적으로 국익을 보호할 정상 외교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생각해 보면 마지막 기댈 곳은 공공 부문의 역량이 아닌가 싶어 믿고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더 안타깝게 흘러가고 있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모두가 위기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