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과잉 의존하여 자란 세대는현실에서의 대인 관계와정서적 회복 탄력성이 부족하다. /사진 셔터스톡
스마트폰에 과잉 의존하여 자란 세대는현실에서의 대인 관계와정서적 회복 탄력성이 부족하다. /사진 셔터스톡

식당이나 KTX 안에서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가 오랜 시간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을 자주 목도한다. 기차에 타서 내릴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어린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들의 집중력과 몰입감에 놀란다. 정보기술(IT) 기기의 기술력과 콘텐츠에 감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자도 잘 모르는 어린이에게 저렇게 장시간 스마트폰을 맡기고 방치하는 부모의 과감함과 저돌성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무너뜨리고 갈등 해결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린 시절을 스마트폰 기반에서 보낸 세대를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Anxious Generation)’라고 부른다. 불안 세대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가 널리 보급된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이런 불안 세대는 불안, 우울증, 자존감 등과 관련한 문제를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이 겪는다. 전 세계적으로 불안 세대에게서 우울증과 자살률이 엄청난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넘쳐난다.

최근 미국 각 주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학생의 학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학생이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중고생에게 1인 1태블릿 PC를 지급하며, 스마트 기기를 수업에서 활용할 것을 정책으로 권장한다.

스마트폰 과잉 의존, 대인 관계 문제 등 유발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탄생한 새로운 세대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용어는 스마트폰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든 존재로 자리 잡은 현실을 반영한다. 포노 사피엔스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은 끊임없는 비교, 사이버 괴롭힘, 가짜 뉴스 같은 유해한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 때문에 받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성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기반의 삶은 청소년이 진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갈등 해결 능력을 약화시킨다. 스마트폰에 과잉 의존하여 자란 세대는 현실에서의 대인 관계와 정서적 회복 탄력성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성장하게 된다.

하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놀이 기반 아동기’를 경험한 세대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 를 보낸 세대는 완전히 다른 심리적 특성을 보인다. 놀이 기반 아동기는 친구와 함께 몸으로 놀고, 갈등을 해결하며,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겪는 시기를 말한다. 이 시기는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대인 관계를 형성하며, 좌절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길러 준다. 반면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는 디지털 기기와 화면 속에서의 상호작용 중요한 활동이다. 이들은 실제로 몸을 쓰고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이 부족하다. 그 결과 갈등을 직면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약화된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미숙해진다. 예컨대 같은 이름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오징어 게임은 땅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놓고 하는 놀이다.

참가자가 오징어 모양의 구역 안에서 각각 공격하는 팀과 수비하는 팀으로 나뉘어 특정 구역을 통과하거나 막는 방식이다. 공격하는 팀이나 막는 팀이나 할 것 없이 끊임없이 뛰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매우 활발한 놀이다. 팀워크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혼자 튀기만 하면 안 되고 구성원 간 협동하는 능력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김진국 문화평론가 - 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김진국 문화평론가 - 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술래잡기 놀이가 변화된 ‘얼음땡’이라는 놀이도 있다. 술래가 사람을 잡으면 ‘얼음’을 외치고 그 상태로 멈추게 한다. 다른 사람이 ‘땡’을 외치면서 얼어있는 사람을 구해주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전통놀이는 친구와 함께하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신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 집중력, 운동 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아동은 대개 팀워크가 필요 없는 상황에 산다. 그냥 가상 세계 속에서 홀로 게임을 하거나 혼자 정보를 소비할 뿐이다. 대신 끊임없이 변화하는 너무 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이리저리 표류한다. 이런 습관은 집중력 부족을 초래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기회를 차단한다. 스크린을 통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런 상황이 바로 불안 세대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안 그래도 우리 인류는 남의 시선, 남의 평가에 극도로 예민하다. 인정 욕구가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종(species)이다. 더욱이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시선, 동년배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평가는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 오기도 한다.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 부여해야

하이트는 오늘날 부모와 교육 당국이 현실에서는 아이를 과잉보호하면서, 가상 세계에서는 과소 보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비판한다. 

부모는 자녀가 현실 세계에서 위험이나 실패를 겪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보호하려고 한다. 자녀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하는 기회를 차단한다. 모든 것이 안전하게 계획된 환경 속에서 자라게 만든다. 이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녀가 성장 과정에서 경험해야 할 중요한 교훈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간다. 헬리콥터 부모란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모든 상황을 관리하려는 과잉보호 성향의 부모를 말한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 더러운 흙바닥에서 ‘땅따먹기’를 하거나 ‘말뚝박기’ 같은 위험한 행동은 기겁을 하고 못하게 한다. 반면 가상 세계에서는 아이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부모는 자녀가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와 경험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들이 SNS나 온라인 게임에서 겪는 정서적, 정신적 도전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다. 심지어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는 더 위생적이고 덜 위험한 곳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도 있다. 가상 세계는 현실과 달리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부모와 교육 당국이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일관성 없는 보호 방식, 근거 없는 나쁜 교육을 시행하면서 악화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서울시 교육청은 과학적 근거도 없고, 세계적인 트렌드에도 맞지않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일까. 왜 학부모는 이러한 현실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일까. 중고생에게 1인 1태블릿 PC를 지급하며, 디지털 기기 활용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대착오적 현실에는 왜 눈을 감는 것일까. 스마트 기기 사용을 교육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학생을 가상 세계의 토네이도 속으로 밀어넣는 교육 당국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 기기가 지나치게 일상화되면 아이는 더 이상 집중력과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없다. 학습 효율성을 높이기보다 아이의 정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을 부추길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는 아이에게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실패하고 좌절을 겪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안전한 온실에서만 자란 식물은 엄혹한 현실의 땅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현실 세계에는 좀 더 과감하게 아이를 풀어놓을 필요가 있다. 반면 디지털 기기 사용은 엄격히 통제하고, 학생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을 가상 세계의 어두운 뒷골목에 방치하면서 그들을 불안 세대로 만드는 엉터리 ‘나쁜교육’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하이트의 말처럼 지금은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라는 불균형을 깨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김진국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