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의 시대’와 ‘석유의 시대’ 이후 세계가 빠른 속도로 ‘전기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024년 10월 ‘글로벌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X에 이 같은 글을 올리고 “매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량이 일본의 한 해 전력 수요와 맞먹는다”고 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전력망 슈퍼사이클’은 전기차 확산, 기후 이변에 따른 전력망 타격, 생성 AI(Generative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급증이 이끄는 전기의 시대 관련 산업의 변화와 대응 방향을 조명합니다.
IEA에 따르면,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폭발한 AI 대중화가 전례 없는 전력 수요 증가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전체 에너지 수요 대비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인터넷 시대가 빨라진 2000년 부터 2010년까지는 1.4배, 스마트폰 대중화가 이뤄진 2010~2023년에는 2배, AI가 모든 영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2023~2035년엔 무려 6배로 늘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AI를 위한 에너지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만합니다.
게다가 연초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촉발한 저비용, 고성능 생성 AI 모델 경쟁은 ‘제번스의 역설’을 부각하며, 전력 수요 증가를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는 석탄을 쓰는 증기기관의 기술 발전에서 자원 효율을 높이는 혁신이 되레 자원 수요를 늘리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전기의 시대는 관련 산업 사슬에 있는 유틸리티 기업의 실적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들은 투자 확대와 함께 기술 고도화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의 테라파워와 3월 12일(현지시각) ‘나트륨 원자로 상업화를 위한 제조 공급망 확정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것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위한 합종연횡의 한 사례입니다. 발전 단계뿐 아니라 송배전 단계의 혁신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인코어드테크놀로지는 AI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활용 플랫폼으로 전력망 효율을 극대화해 인프라 확충 없이 전력 수요에 대응하도록 합니다. ‘에너지를 위한 AI’의 사례입니다.
AI는 전력 수요 증가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전력 공급망은 물론 수요처의 효율을 제고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전기의 시대, AI의 명암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저비용 AI 시대 문을 연 딥시크
올해 1월 중국 딥시크가 자체 개발한 추론형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한 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딥시크가 IT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지난 호 커버스토리에 앞으로 딥시크가 바꿔놓을 AI 시장의 경쟁 구도와 기술 패권의 향방이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
- 김희진 직장인
혁명을 이끄는 가성비의 힘
지금까지 증기기관을 처음 발명한 사람이 제임스 와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증기기관이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효율을 크게 높인 인물이었다. 딥시크를 제임스 와트에게 견줄 만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다. 딥시크를 계기로 AI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고 기술 발전 속도가 더 빨라져 인류의 삶이 더 편리해지는 순간이 오길 기대한다.
- 김진영 대학생
AI가 가져올 변화 기대 커
추론형 AI를 만드는 비용을 줄이는 게 왜 의미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훈련 비용이 줄어들면 AI 모델을 사용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서 스타트업이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특정 산업에 전문화된 버티컬 AI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 될 것 같다. AI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 최봉수 은행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