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 다카오(十河孝男) 도쿠타케산업 회장 - 전 한국제일봉제 공장장, 전 후지산업 전무,전 도쿠타케산업 사장 /사진 도쿠타케산업
소고 다카오(十河孝男) 도쿠타케산업 회장 - 전 한국제일봉제 공장장, 전 후지산업 전무,전 도쿠타케산업 사장 /사진 도쿠타케산업

신발은 같은 크기로 된 좌우 한 켤레를 사고파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본 도쿠타케산업(徳武産業·이하 도쿠다케)은 신발 한 짝도 판다. 심지어 좌우 크기가 다른 짝짝이 신발도 판매한다. 나이가 들거나 몸이 불편하면 양쪽 발 크기가 달라지지만, 같은 크기로 된 신발만 사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결과다. 

도쿠타케는 일본 가가와현 사누키에 있는 직원 80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업계 내 입지는 남다르다. 소비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끝에 개발, 1995년 판매를 시작한 ‘아유미(歩み·걸음)’ 신발은 일본에서 노인용 신발을 제작하는 15개 업체 중 점유율 1위(55%·2위는 약 22%)다. 아유미 신발은 노인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디자인과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1957년 설립한 도쿠타케는 본래 장갑 봉제업을 했다. 하지만 창업주의 사위인 소고 다카오(十河孝男) 회장이 노인용 신발로 제조 품목을 변경하고 성공을 거뒀다. 소고 회장이 처음부터 도쿠타케에서 일했던 것은 아니다. 은행에서 근무하던 소고 회장은 숙부가 경영하던 다른 장갑 회사에 입사, 공장 책임자로 경상남도 마산에서 1976년부터 4년간 일했다. 이어 이 회사의 일본 공장에서도 9년 동안 일했다. 도쿠타케의 창업주는 소고 회장의 장인이었는데, 장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1984년, 37세의 나이에 도쿠타케의 경영을 맡게 됐다. 

소고 회장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생활양식은 일본과 조금 다르지만, 아유미 신발을 한국 노인도 신어줬으면 한다”며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한국에 4년간 신세를 졌기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도쿠타케산업의 노인용 신발인 ‘아유미’ 신발. /사진 도쿠타케산업
일본 도쿠타케산업의 노인용 신발인 ‘아유미’ 신발. /사진 도쿠타케산업

도쿠타케가 신발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내가 처음 사장이 됐을 때 도쿠타케는 어린이의 학교용 신발, 여행용 슬리퍼, 실내화 등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 사정으로 매출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미래가 불안했기에 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요양 시설 원장이던 친구가 ‘시설에 있는 노인들이 자주 넘어지는데, 바닥을 바꿔봐도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며 ‘노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도쿠타케는 슬리퍼나 실내화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지만, 신발을 만드는 기술은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에서 노인용 신발을 만든 회사가 없어 본보기도 없었다. 하지만 OEM을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요양 시설에 가서 직접 시장 조사를 했다고.

“다른 직원은 바빠, 나와 당시 전무였던 아내가 노인용 신발 개발을 담당해 여러 시설을 찾았다. 2년 동안 500명의 이야기를 들었고, 시범 착용도 했다.”

조사 때 만난 이들은 어떤 신발을 만들어 달라고 했나.

“경제 사정으로 크기가 다른 두 켤레의 신발을 사지 못하고 큰 신발을 사서 작은 발 쪽에 양말을 덧대거나, 발가락 쪽에 무언가를 넣어서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매우 걷기 힘든 상태였고, 그것이 넘어짐의 원인이었다. 오른쪽과 왼쪽 크기가 다른 신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신발 한 짝을 팔고, 양쪽 발 크기가 다른 신발도 판매하나. 반대는 없었나.

“물론 반대가 있었다. 1만2000개의 일본 신발 업체 중에 신발 한 쪽만, 양발 크기를 다르게 파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고객 요청을 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한 켤레의 반값에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신발 한 짝을 판다.”

이 사업 모델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았다고.

“아유미 신발을 개발했을 때 오른쪽이나왼쪽 한쪽만 팔거나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파는 사업 모델 특허를 따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변리사가 있었다. 하지만 나이 많은 경쟁사 고객의 편의성을 뺏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노인을 위한 신발 업계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 일본의 노인용 신발 업계에서 한 짝만 팔고, 양쪽 크기가 다른 신발을 파는 것은 상식이 됐다.” 

도쿠타게가 만드는 노인 전용 신발의 특징은 뭔가.

“친구인 요양 시설 원장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유미 커브’라고 발끝을 살짝 올리도록 디자인해 무언가에 걸리지 않도록 해 쉽게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가볍고, 밝은색, 발뒤꿈치가 튼튼하면서도 저렴한 신발을 만들었다. 통기성이 좋고 편안한 시설용, 밖에서 신어도 밑창이 잘 닳지 않는 외출용, 집에서 신을 수 있는 실내용, 입원용 외에 보조기를 착용하는 사람을 위한 하지 보조용 신발을 만든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시설용 신발이 가장 많이 팔린다.”

노인 전용 신발은 채산성이 낮을 것 같은데, 판매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시작했을 때는 힘들었다. 생산 초기에는 도매상을 통한 기업 간(B2B) 거래를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요양원에 직접 판매하려고 했는데, (요양원 측의) 반응이 없었고, 카탈로그 제작과 배송에 비용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 오랜 고민 끝에 요양원 등에 직접 전화해 제품을 설명하는 텔레마케팅을 하면서 판매가 시작됐다. 지금은 배송비 문제 등으로 시설에 직접 판매하는 대신 주로 도매상을 통해 판매한다. 온라인 판매량은 4~5% 정도다. 자체 생산에서 국내 하청 생산, 중국 생산량이 늘면서 수익성도 생겼다.”

아유미 신발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2400만 켤레다. 지난해에만 약 140만 켤레를 팔았다.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제품을 보낼 때 직원이 쓴 편지도 보낸다고.

“시장조사를 하면서 많은 노인이 신체적 문제를 겪는 것 이상으로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발을 가져가서 ‘이 신발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이 신발을 판다면 나도 사고 싶다’고 말하는 데 3~5분을 썼고, 30~40분 동안은 가족 이야기를 했다. 노인이 쓸쓸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노인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직원이 쓴 ‘정성(まごころ) 엽서’를 보낸다. 엽서를 받는 고객이 손주에게 편지를 받은 듯 매우 기뻐한다.”

설문지도 동봉한다던데.

“디자인, 기능, 색상, 가격 등에 만족하는지를 묻는 설문지도 보낸다. 하루에만 50매, 많게는 80매가 온다. 연간 약 3만 매 정도다. 설문지에는 ‘다양한 색이 있으면 좋겠다’ ‘다리가 부어서 시판 중인 신발을 살 수 없으니 이에 맞는 신발을 만들어달라’ 등의 요구도 있고, ‘손을 안 써도 발이 들어가고 너무 가볍다’ ‘아버지가 신고 다니는데, 이름을 쓰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등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도 아유미 신발을 판매하고 있나.

“약 10년 동안 한국에서 아유미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전역의 요양 시설 등을 중심으로 아유미 신발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하려고 한다.” 

정미하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