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히 돈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현재 통용되는 신용 평가 모델의 한계로 낮은 등급을 받는 사례가 자주 포착된다.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이들에게 적절한 신용 평가만 이뤄지면 10% 중후반의 금리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1위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에서 AI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안병규 AI 총괄이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중금리 대출의 한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땐 고신용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전통적인 신용 평가가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덧붙였다.
중금리 대출은 한국 금융의 취약 고리로 꼽힌다. 금융 당국은 중·저신용자에게 절실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라고 요구하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상환 불능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고금리 대출보다 낮은 금리를 책정해 내줘야 한다.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확대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다는 건 기존 금융사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하지만 AI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신용 평가에 개입하면 이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게 PFCT의 비전이다. 카드 사용 정보, 주거 기록, 대출 상환 여부 등 기존의 전통 신용 평가 방식에서 쓰이지 않았던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도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면 현재 10%에서 20%까지 육박하는 중금리 대출도 10% 초반, 혹은 그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안 이사의 설명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PFCT의 AI 신용 평가 솔루션 ‘에어팩’은 핀테크 업계에서 보기 드문 AI 기술 수익화 성공 사례다. 2023년 9월 국내 금융기관에 본격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한 에어팩은 출시 2년이 되지 않았지만 PFCT 수익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PFCT의 고객사는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한국캐피탈을 비롯해 저축은행 업계 1, 2위인 SBI·OK저축은행 등 국내외 총 아홉 곳에 이른다. 다음은 에어팩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하고 현재 PFCT에서 AI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는 안 이사와 일문일답.
공학도로서 금융 솔루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금융에 관심을 갖고 회사에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회사를 알게 된 것은 회사에 다니던 지인 소개였는데, 회사 비전을 듣고 매료됐다. PFCT는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이라는 미션으로 금리 단층 등 국내 금융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신용 원가를 기술로 어떻게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고객에게 더 명확한 금리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많다.”
신용 평가에 AI를 활용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하던데, 계기가 있나.
“과거 금융기관의 중금리 시장 진출 사례를 살펴보면, 필연적으로 높아지는 연체율과 부실률로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상품 공급이 중단됐다. 이는 리스크 관리 역량 부재다. 우리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중·저신용층 특화 신용 평가 구축이 필수고, 과거 데이터가 아닌 새로운 데이터로 이들을 평가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비금융 데이터 및 비정형 데이터를 신용 평가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회귀분석과 같은 선형 모델보다 딥러닝, XGboost(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일종) 같은 고도화된 비선형 모델이 유리하다. AI가 필요한 이유다.”
에어팩이 금융기관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리스크 관리 능력을 향상시킨다. AI 신용 평가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잘 변별해 낸다면 건전성 관리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민금융 공급에 대한 니즈도 충족할 수 있다. 지금은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대출 정보보다 폭넓은 정보 취합이 가능해지면서 더 나은 리스크 관리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는 고객의 상환 예측력을 높이고 동일한 리스크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컨대 타사에서는 기존 평가 방식을 통해 6등급으로 평가한 고객을 에어팩은 4등급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리스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실제 금융기관이 에어팩을 도입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고객사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당연히 솔루션 성능이다. 에어팩의 기술력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했다. 각 사에 직접 가서 현장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우리 솔루션에 해당 금융기관의 대출 고객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넣으면, 연체와 회생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를 내놓는다. 금융기관은 이미 그 고개의 결괏값(실제 연체와 회생 여부)을 알고 있으니 우리 모델이 도출해 내는 예측치가 얼마나 근접한지 판단할 수 있다. 한 고객사에서 성능 테스트를 한 결과, 에어팩의 AI 신용 평가 모델은 상대 금융기관이 보유한 신용 평가 모델 대비 연체율을 23.2~48.3% 낮추고, 개인 회생 고객을 42.5~75.1%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부실이 날 줄 모르고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한 고객을 우리 모델이 잘 선별해 냈고, 그 결과 우리 솔루션을 도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솔루션 도입이 실제 효과적이라는 점도 입증되고 있는가.
“고객사 중 한 곳은 에어팩 도입 후 월 취급액이 300억원가량 늘어났으며, 취급액이 늘어났음에도 불량률(연체율)은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솔루션 출시 당시 국내 대형 금융기관 19곳과 시범 서비스 운영 및 성능 검증 결과, 기존 불량률을 최대 26.2%까지 낮추고 승인율은 최대 24.6%까지 높여 자산 수익률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온투 업계 경쟁사도 모두 AI 기반의 리스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에어팩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지 않다. 에어팩의 경쟁력은.
“빠르고 꾸준한 업데이트와 관리다. 리스크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뛰어난 모델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델 성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유지·보수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수적인데, 에어팩은 엠엘옵스(MLOps) 인프라에서 시장 변화를 토대로 성능 저하가 감지되면 곧바로 모델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성능을 계속 유지하고 진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에어팩은 3개월마다 모델을 새로 개발해서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는데, 모델뿐만 아니라 자산이나 취급 상품 등도 업데이트해 현시점에 가장 적합한 신용 평가 모델이 되도록 관리해 주고 있다. 또한 고객사 맞춤형 솔루션이라는 점도 강점인 것 같다. 최종 모델을 만들기 위해 후보 모델을 3개월 동안 6만6000개 만든 적도 있다.”
4월부터 시작될 저축은행과 연계 투자가 온투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던데, 앞으로 목표는.
“에어팩이 탄생하게 된 계기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도 결국 보다 많은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기관 투자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에어팩을 통해 적절한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재 제2 금융권 위주로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제2 금융권 고객의 절반이 직간접적으로 에어팩을 거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최대한 많은 금융기관에 공급해 리스크 비용을 지금보다 더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