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문제없이 통과될 경우, 제도를 잘 활용하면 상속인의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는 사망자가 남긴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 기반으로 삼는 유산세 방식과 상속인별로 상속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나뉜다. 총상속 금액을 기준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 대신, 각자 상속받는 금액에 따라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활용하면 적용되는 세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상속세율이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로, 누진세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녀 다섯 명이 각각 10억원, 총 50억원을 상속받았다면,자녀 혼자 10억원을 받는 경우와 비교해 세금을 네 배 더 내야 한다. ‘이코노미조선’은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있는 가족을 통해 올해 세제 개편안이 실제 어떤 효과를 내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상속세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되면, 배우자와 성인 자녀 두 명에게 골고루 상속하는 가정의 경우 최대 20억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된다. 또 자녀에게만 상속하기보다 배우자와 자녀에게 재산을 함께 상속할 때, 세 부담이 더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배우자·자녀 두 명에게 고루 상속하면, 최대 20억원까지 상속세 없어

사망자 홍길동씨가 배우자 김부인씨와 자녀 두 명(홍장녀·홍장남)에게 나눠서 상속할 경우,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0억원이다. 배우자에게 10억원을, 자녀 두 명에게 각각 5억원을 상속한다면, 현행 제도상 공제액은 13억6000만원(배우자공제 8억6000만원·일괄 공제 5억원)이다. 개정안에서는 공제액이 20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기본 공제 각 5억원)으로 모두 공제 가능해진다. 이는 정부가 배우자공제와 직계존비속 공제 혜택을 모두 늘린 덕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자녀 공제를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자녀 공제 금액이 크지 않아, 상속인이 △기초공제(2억원) 및 인적공제(자녀당 5000만원) 합보다는 △일괄 공제(5억원)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배우자공제에도 변화를 줬다. 현재는 배우자 상속 여부와 관계없이 최저 5억원을 공제해 준다. 개정안에서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자산이 10억원 이하인 경우는 법정상속분과 관계없이 전액 공제해 주기로 했다. 다만 배우자공제 최대한도는 30억원 또는 법정상속분 중 적은 금액을 택하는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배우자·자녀에게 30억원 고루 상속하면 4.4억→1.8억

정부는 이번 개정안의 특징으로 △공제액 증가 △과세표준 분할을 들었다. 그간 상속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해 더 높은 세율이 부과됐다면,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율을 부과하게 되면,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망한 홍씨가 상속재산 30억원을 배우자와 자녀 두 명에게 10억씩 균등하게 상속한다고 가정할 경우, 상속세는 기존 4억4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59% 감소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현행법상 홍씨 가족은 배우자공제로 10억원을, 일괄 공제로 5억원, 총 1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남은 상속세 대상 금액은 15억원으로 세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은 4억4000만원이다.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김부인씨는 배우자공제로 1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홍장녀씨, 홍장남씨는 각각 기본 공제로 5억원씩을 공제받을 수 있다. 홍씨의 남은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총공제액은 20억원이며, 홍장녀씨와 홍장남씨는 각각 남은 5억원에 해당하는 상속세인 9000만원씩을 내면 된다.

배우자 제외하고 자녀에게만 상속할 경우, 稅 혜택 줄어

홍씨가 배우자에게는 한 푼도 상속하지 않고 자녀에게만 15억원씩을 상속한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현행법상으로 배우자는 상속받지 않아도 전체 금액에서 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일괄 공제(5억원)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 결과, 가족은 20억원에 대한 상속세 6억4000만원을 내야 한다.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15억원을 각각 상속받은 자녀는 기본 공제(5억원)를 받은 뒤, 각각 남은 1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때 홍장녀씨, 홍장남씨가 각자 내야 하는 세금은 2억4000만원으로, 총상속세는 4억8000만원이 된다. 배우자와 자녀 두 명이 10억씩 분담할 때 내야 하는 상속세(1억8000만원)의 2.8배다.

일괄 공제 및 기초공제를 상속인별 공제로 흡수…개별 공제 혜택 누릴 수 있어

개정안은 미성년자, 장애인, 연로자 등 인적 추가 공제 혜택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기존에는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한 것보다 일괄 공제 혜택이 커서 많은 이가 주로 일괄 공제를 택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고자 인적공제 효과를 당사자가 직접 받을 수 있게 바꿨다. 

구체적으로 미성년자 자녀 두 명(14세· 9세)이 상속받는 경우를 살펴보면, 현행법 상으로는 두 사람은 일괄 공제 5억원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을 적용하면, 각자 5억원씩 기본 공제를 적용받는 데다 미성년자 추가 공제(1000만원과 19세까지 남은 연수를 곱한 수)를 받을 수 있다. 14세의 경우 5000만원을, 9세의 경우 1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공제액이 5억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유산취득세는 인적공제 효과를 당사자가 직접 받을 수 있으므로, 상속인의 개별 인적 특성을 고려해 제도를 재설계했다”며 “자녀 공제를 상향하고, 배우자공제는 배우자가 받은 재산만큼 공제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화했다” 고 말했다. 

안소영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