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호텔. /사진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친환경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외관으로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호텔. /사진 파크로열 컬렉션 피커링

최근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은 고온 현상, 도시 고형 폐기물 증가, 대기 질 악화 등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산업이 해당 지역 탄소 배출량의 최대 3분의 1을 차지하면서, 부동산 탈탄소화의 필요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상업용 건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도시 인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동산 업계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을 제공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아·태 지역의 많은 국가는 탄소 배출량 증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인센티브와 녹색 금융 지원은 친환경 건물 개발을 장려하고, 기술 발전은 에너지 효율 장치 및 모니터링 시스템 보급을 확대해 친환경 부동산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CBRE가 최근 아·태 지역 오피스 시장의 친환경 건물 도입 수준을 분석한 결과, 2024년 6월 기준 친환경 사무용 건물 도입률은 51%로 2023년 6월 44%에서 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도쿄는 90% 이상의 도입률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싱가포르 역시 80%에 육박하는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 A급 오피스 시장의 친환경 오피스 도입률은 아·태 평균을 상회하는 약 61%로 조사됐다. 

그린 빌딩 인증 시스템의 표준화 및 탈탄소화 노력

세계그린빌딩위원회(WGBC·World Green Building Council)는 ‘그린 빌딩’을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환경적으로 책임감 있고 자원 효율적인 방식으로 설계·건설·운영 및 유지· 관리되는 건물로 정의한다.

아·태 지역에는 다양한 그린 빌딩 인증 시스템이 있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미국 기반의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이다. 또한, 국내 녹색건축인증제(G-SEED·Green Standard for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싱가포르 그린 마크(Green Mark), 호주 NA-BERS(National Australian Built Environ-ment Rating System) 인증 등 각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인증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CBRE는 이러한 다양한 그린 빌딩 인증 수준을 비교·분석하기 위해 기본, 중간, 높음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해 평가했다. 그 결과 전체 면적 중 약 51%가 최고 등급(높음)을 달성했으며, 47%는 중간 등급에 속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아·태 지역 오피스 시장이 그린 빌딩의 성능 및 수준 향상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4년 말 기준, 글로벌 ‘포천’ 500대 기업의 약 45%가 순 배출량 제로 목표를 선언했으며, 일부 기업은 더욱 적극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아·태 지역의 오피스 입주 기업 또한 80% 이상이 탄소 중립 관련 목표를 공개적으로 약속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태 지역 오피스 시장의 임대인은 대부분 2050년을 순 배출량 제로 목표 기한으로 설정하고 있어, 주요 임차인의 목표보다 최대 20년까지 뒤처지는 상황이다. 이는 향후 양자의 목표 격차로 임차인의 친환경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임대인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기업이 사업 성장과 균형,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따른 에너지 소비 증가, 지속 가능성 투자 부족, 친환경 부동산 확보 어려움 그리고 관리 기관 기준 및 인센티브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지속 가능성 목표를 5~20년 이상 연기하거나 일부 수정하는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HSBC, 마이크로소프트(MS), 코카콜라, 크록스, 유니레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대형 개발사는 부동산 탈탄소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CBRE는 최근 임차인의 순 배출량 제로 목표가 다소 연기되는 추세를 감안해, 장기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목표가 더욱 균형 있게 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시장 변화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목표를 조정하고 협력해 지속 가능한 오피스 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친환경 건물, 높은 점유율과 임대료 프리미엄으로 시장 주도

CBRE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아·태 지역의 그린 빌딩은 일반 오피스 빌딩 대비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일부 시장에서는 그린 빌딩의 임대료 프리미엄(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더 높은 임대료)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격차와 수준은 미미한 편이다. 

2024년 2분기 기준 아·태 지역 A급 오피스의 점유율은 83%다. 이 중 그린 오피스 빌딩은 84.1%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친환경 미인증 자산은 82%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그린 빌딩이 2.1% 더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물론, 이 정도 격차는 시장에 따라 상이하며 현지 공실률 영향도 있다.

CBRE의 2024년 아·태 사무실 임차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70% 이상의 임차인이 그린 인증과 관련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특징에 관심을 보였으며, 가장 선호하는 ESG 관련 건물 특징은 그린 건축 인증이라고 응답했다. 임차인 대다수는 오피스의 친환경 인증 유무가 기업의 부동산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나, 응답자 10%만이 친환경 오피스에 대한 임대료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아직은 제한적인 수요가 관찰됐다. 한편, 그린 인증이 부재한 자산의 경우 지역에 따라 0~3%의 임대료 할인(브라운 디스카운트·Brown Discount)이 관찰됐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린 빌딩 도입이 상당한 성장을 보인 주요 시장에서는 기업의 ‘고품질 오피스 선호 현상(flight to quality)’ 과 더불어 향후 진화하는 시장 규범과 높은 품질의 사무실 공간 공급 증가로 인해 더 높은 브라운 디스카운트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언

아·태 지역의 친환경 건축물 도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을 포함한 도쿄, 시드니, 멜버른 등 역내 주요 시장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대부분의 신축 건물이 재생에너지로 동력을 공급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BRE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 전기화, 재생에너지 도입, 지속 가능한 건축자재 사용, 탄소 상쇄권(Carbon Offset) 제도 활용 등 다섯 가지 주요 탈탄소화 전략을 제시하며, 그 외 정부 협력, 기술 발전, 녹색 금융 지원 등 추가적인 요인이 성공적인 친환경 전환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순 배출량 제로 오피스 구축을 위해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친환경 건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임대인은 그린 인증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미래 수익을 예측하며 자산 가치를 보존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이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목표를 달성하고 직원 건강 및 만족도를 향상할 수 있다.

아·태 지역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친환경 건물로의 전환은 단순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를 넘어 필수적인 선택이 됐다. 정부·기업·시민을 포함한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