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대비 1.55도 상승했다고 한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이지 말자고 한 이래로, 최초로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한다.
기후 문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그러나 기후 위기 그 자체가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는 이제 중요하지않은 것 같다. 기후변화 관련 지표를 보면 지구 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력망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공지능(AI) 고도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증가로 인한 전력 수요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나, 전력 공급량이이를 따라가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2024년 기준 데이터센터 수가 5381개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80% 이상이 세워져 있는 미국은 이미 전력난이 예견돼 있다.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는 올해부터 미국 내에서 AI 사용으로 인한 잦은 정전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만 하더라도 2026년까지 전기 사용량이 1000 (테라와트시)를 초과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보다 두 배 증가한 수준이다.

전력난에 주목받는 대체에너지
최근,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근방 지역의 가정집들이 정전으로 인해 재난 수준의 불편을 겪었다는 뉴스를 빈번하게 접할 수 있다. 전력난이 일상을 위협할 수 있음이 체감되며, 영화 속 ‘에너지 디스토피아’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인류는 기계와 에너지 쟁탈 전쟁을 한다. 에너지원으로 태양열 에너지를 쓰는 기계를 저지하고자 태양을 가려버리는 선택을 한 인류는 자멸 위기에 처한다. 인간의 생체 에너지를 쓰기 위해 인간을 전지처럼 가둬두고 기계가 에너지를 착취한다. 에너지에 대한 공포감을 극적으로 표현한 ‘매트릭스’는 오늘날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공감의 깊이를 더한다. AI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한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에 맞닥뜨린 현재,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궁극적 해결 방법은 대체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상업화에 성공한 적이 없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장은 이미 투자에 나섰다. AI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핵융합 발전소 개발사와 전기 구매 계약을 맺으며 SMR 시장을 열고 있는 상황이다.
AI 개발 경쟁 못지않게 전력 확보 경쟁부터 이미 치열하게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뉴스케일파워와 오클로 등 SMR 관련주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문제는 SMR이 상업화에 언제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SMR이 미래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SMR이든, 미래 에너지원이개발되는 그때까지 태양광, 풍력을 이용하고 분산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의 70%가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유럽은 이미 2024년에 태양광과 풍력이 최대 발전원으로 등극했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에 따라서 재생에너지원의 변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필수적이다.
이 분야에서 상업화 진도는 훨씬 빠르다.테슬라는 이미 ESS 상품이 초대박을 쳤다. 테슬라 주력 상품으로 산업용 ESS인 ‘메가팩’과 가정용 ESS인 ‘파워월’ 배터리가 있는데 일론 머스크 표현에 따르면, 메가팩과 파워월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ESS 사업이 ‘들불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메가팩이란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얻은 재생에너지를 대규모 배터리팩에 저장하는 장치로, 단일 장치로 평균 3600가구에 1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3.9MWh(메가와트시) 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기에 앞서 이야기한 전력난을 해결할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韓 에너지 정책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국가적으로 무작정 발전소를 늘릴 수도 없는 이유는 막대한 설비투자비나 낮은 수용성, 환경 문제 등을 차치하고서도 발전원이 수도권 외 지역에 입지한 반면에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연계하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며 송전망 혼잡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로서는 지역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해결 방안으로 보인다. 대규모 발전소 기반의 중앙 집중형보다는 소규모 발전소 중심의 분산형 발전으로 분산 에너지원을 최적화해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월 ‘에너지 3법(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해상 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 적기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및 관리 시설의 부지 선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해상 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해상 풍력 설치와 지구 조성에 관한 행정 및 산업 육성 등 규정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에너지 문제가 아직도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문제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사실 이미 큰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인 ‘RE100’의 경우 삼성전자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관련 인센티브 정책이 좌우되는 점은 안타깝다. 최근 몇 년 전에도 태양광 등에 대해 정부 사업이 많았지만 투명하지 못하게 세금이 집행된 부분에 대해서 국민의 실망감이 컸던 것도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에너지 디스토피아 시대에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투자자는 이러한 국내외 환경을 살펴보며 장기적 시각으로 투자해야겠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투자가 수익률까지 보장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지속성을 갖추지 못한 에너지가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듯이 투자 기회도 같은 맥락에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이러니하게도 전력난 시대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데이터센터 유치다.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데 우리나라는 인접 국가 대비해서 매력이 적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견되며 투자 기회가 집중될 수 있다.
아직 일반 투자자가 할 수 있는 투자는 상장사 중 선도 기술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연기금이나 기관투자자가 인프라에 직접 투자할 기회는 정부 사업의 본격화와 함께 2~3년 이내에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