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와 올리브유. 동물성 포화 지방인 버터를 과다 섭취하면 사망 위험률이 15%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버터를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암 사망 위험률이 17% 감소했다. /사진 셔터스톡
버터와 올리브유. 동물성 포화 지방인 버터를 과다 섭취하면 사망 위험률이 15%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버터를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암 사망 위험률이 17% 감소했다. /사진 셔터스톡

3월 3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는 “소셜미디어(SNS) 틱톡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잠재우기 위해 버터를 먹이고 있다” 고 전했다. 실제로 틱톡, 인스타그램에는 버터를 한 숟가락 가득 떠 아기들에게 먹이는 부모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는 한 여성 인플루언서는 버터와 달걀, 고기만 먹고 30파운드(14㎏)를 감량했다고 주장했다. 여드름과 마른버짐(건선)도 사라졌다고 했다.

버터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2024년 미국 1인당 소비량이 6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건강에 해롭다고 구박을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과연 버터를 먹으면 병이 낫고 살도 빠질까. 아기를 재우려고 먹여도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큰일 날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버터를 과도하게 먹으면 사망 위험률이 15%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의료인 22만여 명 30년 이상 추적 조사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의 동 대니얼 왕(Dong Daniel Wang) 교수 연구진은 “간호사 22만1054명을 3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버터를 과식하면 사망 위험률이 급증하고 이를 식물성기름으로 바꾸면 반대로 사망 위험률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3월 6일 ‘미국의사협회지(JAMA) 내과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4년마다 간호사들이 특정 유형의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 설문 조사했다. 이와 함께 의료 정보도 분석했다. 그 결과 매일 밥숟가락 1.5배 크기만큼 버터를 먹은 최다 섭취군은 가장 적게 먹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률이 15%나 더 높게 나왔다. 아기를 재운다고 버터를 먹인 부모는 아기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올리브유같이 식물성기름을 많이 섭취한 사람은 덜 먹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률이 16% 낮았다. 왕 교수는 “버터를 콩기름이나 올리브유로 바꾸는 식습관 변화만으로도 장기적으로 건강상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보면 암이나 다른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암 사망 감소

버터는 포화 지방이라서 몸에 나쁘다고 알려졌다. 지방은 탄소 원자가 사슬처럼 이어진 구조다. 탄소 원자는 다른 원자 네 개와 결합할 수 있다. 탄소 원자 하나가 수소 두 개, 탄소 두 개와 결합한 것이 포화 지방이고, 일부 탄소가 수소 하나에만 결합한 것이 불포화 지방이다.

불포화 지방의 탄소는 포화 지방처럼 탄소 두 개와 결합하는데, 하나는 단일결합을 하지만 다른 탄소와는 이중결합을 한다. 포화 지방은 동물성 지방에 많고, 불포화 지방은 등 푸른 생선이나 식물성기름에 많다.

포화 지방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방 분자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수용체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포화 지방은 이 수용체를 활성화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실제로 버터를 식물성기름으로 대체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버터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버터는 암으로 인한 사망과 관련이 있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매일 10g의 버터를 같은 양의 식물성기름으로 대체하면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1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엄마들이 아기를 잠 재우기 위해 버터를 먹이고 있다. /사진 틱톡
엄마들이 아기를 잠 재우기 위해 버터를 먹이고 있다. /사진 틱톡

SNS의 가짜 뉴스 반박할 증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의 영양학 석좌교수인 토머스 샌더스(Thomas Sanders) 교수는 사이언스미디어센터에 “이번 연구의 결론은 버터보다는 불포화 식물성기름을 선택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이라며 “특히 SNS에서 식물성기름에 대한 근거 없는 유해성 주장으로 인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사라 베리(Sarah Berry) 교수도 “SNS에 버터를 건강식품으로 홍보하고 식물성기름이 치명적이라고 주장하는 인플루언서가 넘쳐나고 있다”며 “하지만 버터를 많이 먹으면 암과 총사망률이 증가하는 반면,식물성기름은 심혈관 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맛이 좋다고 해도 버터는 가끔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영국 브리스톨대의 조지 데이비 스미스(George Davey Smith) 교수는 연구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버터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흡연자가 두 배나 많았다”며 “사망률에 식품 섭취가 아닌다른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졌다면 버터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미국 터프츠대의 다리시 모자패리안(Dariush Mozaffarian) 교수도 “건강한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는 버터가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6년 10~23년 동안 15개국 63만6000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아홉 건을 분석해 버터가 사망률이나 심혈관 질환, 암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 측면에서 대체로 중립적인 식품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 필요

버터는 식품 업계의 딜레마다. 한때 건강을 위해 버터 대신 마가린을 먹었던 적이 있다. 마가린은 불포화 지방인 액체 식물성기름으로 만든다. 수소를 첨가하면 탄소의 이중결합이 만들어져 고체유인 트랜스 지방이 된다. 제과·제빵에 쓰이는 마가린, 쇼트닝 등이 트랜스 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트랜스 지방이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지자 다시 식품 업계는 앞다퉈 트랜스 제로(0) 제품을 홍보했다. 제빵 업계에선 마가린,쇼트닝 대신 버터 사용량을 늘렸다. 동물성 지방인 버터에선 트랜스 지방이 나오지 않지만, 대신 포화 지방이 많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름 문제는 라면에서도 일어났다. 국내에서 라면은 동물성기름인 우지(牛脂)로 튀겼는데, 몰래 공업용 제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모두 식물성기름인 팜유로 바꿨다. 그런데 팜유는 분명 식물성 지방이지만 버터처럼 포화 지방이 많다. 코코넛유도 포화 지방이 많은 식물성 기름이다.

어쩌면 과다 섭취가 문제지 세상에 무조건 좋거나 나쁜 기름은 없지 않을까. 이 점에서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SNS에 오른 글과 영상에 휘둘리지 말고 차근차근 성분표부터 살펴볼 일이다. 

이영완 조선비즈 사이언스조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