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을 덮치고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전쟁은 충격을 넘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폭탄이 되고 있다. 이 전쟁은 기존과 달리 아군과 적군에 대한 구분도 없다. 이웃이자 경제적 우방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거의 단일 시장으로 굳어진 캐나다와 멕시코마저 때리고 있다. 이미 한국도 타깃으로 설정돼 그야말로 언제든지 대규모 폭탄이 투하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중단될 수 없고 중단돼서도 안 된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이 현장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10대 전략을 짚어본다.

전략 1│관세 부담 주체를 미리 확실하게 하라

추가로 25% 이상의 관세가 붙으면 정상적인 장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수출을 중단할 수도 없다. 미국의 수입 기업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관세 부담 주체는 수출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 관세는 수입국에서 부담한다. 수입 통관을 이행하는 기업이나 사람이 그 부담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투하하는 폭탄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먼저 떨어진다. 실무적으로는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정한 인코텀스(Incoterms)를 계약서에 무엇으로 했느냐로 결정된다. 인코텀스는 기업 간 거래에서 위험과 비용의 분기점을 정하는 기준인데, 현재 11개 종류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조건 중 관세지급인도조건(DDP·Deliv-ered Duty Paid)만 관세 부담이 수출자 몫이고, 나머지는 수입자 몫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 대부분은 수출할 때 본선인도가격(FOB)을 주로 이용한다. 국내 수출 업체가 미국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DDP 이용률은 2%대에 불과하다. 

외형상 수입국(미국) 관세와 우리나라 수출상은 무관하다. 따라서 현재 계약서에 DDP 조건이 있다면, 빠르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략 2│추가 관세 분담 비율을 결정하라

무역 계약을 하고 생산과 운송을 통해 미국 내 수입상 창고에 입고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3~6개월이다. 중간에 관세가 대폭 인상되면 큰 혼란이 초래된다. 따라서 추가 관세에 대해 50 대 50 분담 원칙(수출상과수입상이 절반씩 분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손쉬운 해결과 지속적인 거래를 위해 그 대금에 대한 정산은 다음 거래로 못 박은 계약서를 준비해야 한다. 비용은 일부 양보하더라도 추가 오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중요한 거래선을 잃을 수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분담 비율을 미리 타협하는 조처가 필요하다.

전략 3│관세 폭탄에 대해 불가항력 논쟁은 하지 말라

대부분의 추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수입상은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수입상이 국가에 의한 통제임을 들어 불가항력을 주장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양측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은 당사자(수입자)의 잘못이 없으면서 통제가 불가하다고 해 수입상에 면책을 줄 가능성이 크다. 통상 기업은 수출입 계약 시 ‘other causes beyond the control of the parties(기업의 통제를 넘어서는 다른 요인)’라는 불가항력 문구를 넣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가항력 논쟁보다는 장기적인 우호적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 현 광운대·숭실대 겸임교수, 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전 무역협회 경영관리본부장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 현 광운대·숭실대 겸임교수, 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전 무역협회 경영관리본부장

전략 4│분쟁은 법원보다 국제 상사중재로 해결하라

기업 간 분쟁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속하고 우호적인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상사중재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판매 부진에 따른 고의적인 클레임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거래약정서를 손질해 클레임 통지 기한을 목적항 도착 후 14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판결국은 물론 상대국에서 법적 집행력과 신속한 분쟁 해결(단심제)이 가능한 국제 상사중재 조항을 계약서에 사전에 넣어야 한다. 특히 1~6개월 내 빠르게 중재 결과를 받아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신속 중재를 적극 채택해야 한다.

전략 5│무역 보험을 적극 활용하라

현재의 관세 폭탄은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수입상의 재무 상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은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 경기 침체까지 온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다. 그러면 미국 내 수입 업체의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수입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무역 보험 부보 비율을 높이고 신용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전략 6│비상적인 물류 대책도 마련하라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계약에서 운송까지 1개월 이내로 앞당기는 신속 납품(QR· Quick Response) 전략을 세워야 한다. 통상 관세 폭탄 발표부터 시행까지 1개월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신속한 운송으로 회피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공장의 원자재 확보 물량과 완제품 재고를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 수출의 50%(금액 기준)를 웃도는 항공운송을 적극 검토하는 것도 신속한 오더 이행을 위해 필요하다. 항공운송은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으니 소량 화물이나 샘플 그리고 IT 제품이라면 적극적으로 항공운송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 내 거래선과 협상해 현지 공장이나 창고에 원·부자재(중간재) 비축량을 늘리는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전략 7│현금 흐름 중시 경영을 하라

관세전쟁에 대한 뼈아픈 경험을 전 세계는 갖고 있다. 1930년에 미국이 시행한 스무트 홀리 관세법(Smoot Hawley Tariff Act)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이 2만 개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평균 40%로 높여 1930년대 판 ‘미국 우선주의(MAGA)’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농업 및 공업 부문을 보호해 미국 내 시장을 외국 제품으로부터 보호하고 내수를 활성화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가 이를 그냥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당시 캐나다는 농산물인 사과와 돼지고기에 각각 33.5%와 50%로 맞불을 놓아 미국을 역공했다. 이로 인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20%대의 감소율을 기록하면서 실업률도 25%로 치솟았다. 현재 관세전쟁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 매출보다 현금 흐름에 신경 써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관 합동으로 우리 수출 구성품을 제대로 알리고, 서비스 무역에서 한국이 미국에 큰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민관 합동으로 우리 수출 구성품을 제대로 알리고, 서비스 무역에서 한국이 미국에 큰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전략 8│제품 차별화를 도모하라

신제품 출시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제품 차별화를 통해 제품 수요를 자극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세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다. 특히 포장이나 크기(용량) 그리고 디자인이라도 바꿔 신제품이라는 인상을 주면, 관세 폭탄에 따른 단가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전략 9│미국 내 업종 단체 및 소비자와 공동 전선을 형성하라

현재의 관세 폭탄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나 정부는 미국 내 수요층인 기업(업종 단체포함)이나 소비자와 연대한 활동이 필요하다. 관세 폭탄은 직접적으로 미국 내 물가를 자극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특히 관세 조치만으로 기업이 생산량이나 공장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 확대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단기적인 변화가 없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로비해야 한다.

전략 10│한국 수출품의 긍정 측면 강조해야

민관 합동으로 우리 수출 구성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대미국 수출품 중 소비재는 약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 들어간 자본재(설비)나 미국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원·부자재다. 또한 상품 무역과 달리 서비스 무역에서 우리가 크게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