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시음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서울 학여울역 세텍(SETEC)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시음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매해 봄이면 ‘대한민국주류대상’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어느덧 12주년을 맞이하는 이 행사는 올해도 225개 업체와 1061개 브랜드가 출품해 또다시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는 특히 출품작을 한자리에 모은 박람회가 처음 개최돼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박람회는 다양한 술을 시음할 기회였을 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계기가 돼,벌써 내년이 기다려진다는 방문객의 평가가 많았다.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는 어떤 와인이 상을 받았을까. 수상작을 모두 다루기 어려워 최고점인 ‘베스트 오브 2025(Best of 2025)’를 받은 와인을 소개한다.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구대륙 레드│꼬또 데 이마스 그란 레세르바

스페인의 꼬또 데 리오하가 만든 와인이다. 꼬또 데 리오하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인 리오하에 7.3㎢의 드넓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별 개성이 뚜렷한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밭 곳곳에 12개의 양조 시설을 뒀을 정도로 품질에 진심이다. 꼬또 데 이마스 그란 레세르바는 템프라니요에 가르나차를 블렌드해서 24개월간 배럴에서 숙성한 뒤 병입해, 36개월간 추가 숙성을 거쳤다. 감미로운 과일 향과 함께견과, 코코넛, 토스트 같은 풍미가 풍부하며 매끈한 타닌이 매력적이다. 레드 와인 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신대륙 레드│본테라 카베르네 소비뇽

캘리포니아주의 본테라 오가닉 에스테이트가 만든 와인이다. 미국 최대 유기농 와이너리인 본테라는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지명도를 자랑하는 펫저를 비롯해 생추어리, 1000스토리 등 다수의 와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수상작은 건강하게 기른 카베르네 소비뇽을 12개월간 배럴에서 숙성해 만들었다. 블랙베리와 체리 등 잘 익은 검은 베리류의 아로마가 풍부하고 바닐라와 향신료 풍미가 복합미를 더한다. 묵직한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꼭 마셔 보기를 추천한다.

구대륙 화이트│칸티나 트라민 소비뇽

1898년에 설립된 칸티나 트라민은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기슭에 있는 알토 아디제 지역의 협동조합이다. 총 160개 조합원과 2.6㎢의 밭을 보유한 이곳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어 차가운 공기와 따스한 햇살 속에서 맛의 균형이 탁월한 포도를 생산한다. 금번에 수상한 와인은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들었으며 사과와 레몬 등 신선한 과일 향과 엘더플라워 같은 화사한 꽃 향이 산지 특유의 테루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채소, 해산물, 가금류 요리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신대륙 화이트│렌마크 크릭 샤도네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리버랜드 지역의 오스트레일리안 빈트너스가 만든 와인이다. 역사는 30여 년 정도로 짧지만, 이 와이너리는 제때 수확한 잘 익은 포도만 골라 현대적인 양조 시설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해, 호주에서는 물론 영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이 만든 렌마크 크릭 샤도네이는 볏짚 색이 영롱하고 아로마에서는 레몬과 멜론 등 열대과일 향이 풍성하다. 입안에서도 과즙의 달콤함이 오래 맴돈다. 차갑게 식혀 편하게 즐기기 좋은 타입이다.

스파클링│봉발레 블랑 드 블랑

봉발레는 프랑스 에페르네 근교에 설립된 신생 샴페인 하우스다.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생물 다양성, 생태계 보전, 탄소 절감, 수자원 절약 등 친환경과 지속 가능 농법을 지향하며 건강한 포도로 고품질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봉발레 블랑 드 블랑은 샤르도네 100%로 만든 샴페인이다. 사과, 레몬, 자몽 등 싱그러운 과일 향이 가득하고 3년간 숙성을 거쳐 질감이 부드러우며 마신 뒤에도 입안에서 은은한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식전주로 즐겨도 좋고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주정 강화│레어 토니 25년

호주는 포르투갈 못지않게 훌륭한 포트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다. 레어 토니 25년은 호주의 앙고브 패밀리 와인메이커스가 만들었다. 1886년 영국에서 이민한 의사 윌리엄 앙고브가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호주 주정 강화 와인의 역사를 이끈 와이너리 중 하나다. 그르나슈를 비롯해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만들었고 배럴에서 25년간 긴 숙성을 거쳤다. 진한 갈색을 띠고 마른 과일 향과 함께 초콜릿, 캐러멜, 커피, 향신료 등 복합미가 탁월하다. 견과류와 함께 디저트로 즐기거나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며 음미하기 좋다.

로제│테르아비네다 멜로 로제

동유럽 국가인 몰도바의 보스타반 와이너리가 만든 와인이다. 보스타반은 몰도바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인 푸카리가 2002년에 설립한 자회사다. 7.8㎢의 드넓은 포도밭에서 연간 1000만 병의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보스타반은 전 세계 25개국에 수출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금번 수상작은 메를로 100%로 만든 로제 와인이다. 연한 핑크빛이 아름답고 과일 향이 풍성하며 은은한 단맛이 산뜻한 신맛과 기분 좋은 균형을 이룬다. 차갑게 식혀서 안주 없이 와인만 마셔도 좋고 매콤한 음식에 곁들여도 궁합이 잘 맞는다.

내추럴│게쉭트 르 쉴룩

프랑스 알자스에 있는 와이너리인 도멘 게쉭트가 만든 오렌지 와인이다. 1950년에 설립된 게쉭트는 1998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포도를 기르며 데메테르(Demeter)와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았고 알자스의 테루아를 누구보다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 쉴룩은 게부르츠트라미너 80%와 리슬링 20%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사과, 레몬, 살구, 파인애플 등 달콤한 과일 향과 아카시아, 캐머마일 같은 향긋한 꽃 향의 어울림이 매력적이다. 아로마가 풍성해서 오래 숙성된 치즈, 카레, 매콤한 요리 등 향이 강렬한 음식과 즐기면 별미다.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