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골프장 매물이 많이 나오는 추세인지.
“매매는 매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많을 때는 10건까지 늘어나기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추세를 보면 연평균 5건 내외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4~5년 전 사모펀드(PE)가 인수했던 골프장이 주로 매물로 나온다.펀드는 일정한 운용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PE가 보유한 구장이 꾸준히 시장에 나왔고, 앞으로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보유한 골프장은 시장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골프장은 기업 자산 중에서도 오너의 취향과 의지가 가장 많이 반영되는 자산 중 하나다. 따라서 매각이 자주 이뤄지지는 않는다. 태영그룹처럼 기업이 경영 전략상 부득이하게 골프장을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에 나오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태영도 완전한 매각이라고 보긴 어렵다. 매각이 아니라 ‘전세권 설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했으며, 5년 이내에 다시 찾아간다는 조건이 붙었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골프장은 매물로 나오기가 더더욱 어렵다. 전반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 수는 한정적이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골프장 몸값도 많이 안 떨어졌겠다.
“팩텀프라이빗에쿼티가 강원 춘천에 있는 파가니카CC를 2019년 950억원에 인수했는데, 지금은 가격이 150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매수자의 관심이 많다. 서울 강남에서 차량으로 1시간~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교통 체증이 없을 때) 수도권 지역의 퍼블릭 골프장은 현재 홀당 80억원에서 90억원까지 평가되고 있다. 서울에서 남쪽으로는 경기 안성, 서쪽으로는 인천, 북쪽으로는 고양, 동쪽으로는 남춘천까지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보다 외곽으로 갈수록 홀당 가격이 10억~20억원 정도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언젠가부터 골프장의 '홀당 가격'이 중요해졌다.
“매우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지만, 너무 단순한 평가 방식이기도 하다. 홀당 80억원에 인수했다 하더라도 이후에 투입되는 잔디 보수, 클럽하우스 개·보수 등 재투자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오너가 바뀌면 시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수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예를 들어 중개 업체가 ‘이 골프장은 홀당 80억원이니 매수를 검토해 보라’고 제안하더라도, 막상 실사를 진행해 보면 필요한 추가 비용이 급증해서 홀당 인수가가 80억원이 아닌 90억~100억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는지.
“과거에는 회원제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 회원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굳이 대중제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몇 년 전까지는 대중제 전환을 통해 세금 혜택을 받거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회원제 골프장도 비회원 이용자를 일정 부분 받아들이면서 운영 수익을 보완하고 있다. 예약률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다.”
골프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value up 가치 제고) 전략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운영 효율화를 통한 밸류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골프존이나 메가스터디 같은 회사는 운영 방식을 개선해 영업 이익률을 기존 50%에서 60%로 올리는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기존의 운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다.
유휴 부지를 활용한 개발도 좋은 밸류업 전략이다. 골프장 부지에 물류 창고를 짓거나 골프텔, 콘도를 지어 분양하는 등 부가 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개발 전략이 인허가 문제로 인해 쉽지 않게 됐다.”
인허가가 어려운 이유는.
“정부가 여전히 골프장을 사치성 소비재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주변 지역 주민의 민원도 많다. 특히 수도권에서 골프장을 증설하려면 환경 영향 평가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골프장 투자자는 단순히 부지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인허가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한 후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골프장도 많은지.
“제주도 볼카노CC가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과거 레이크사이드 제주로 불렸던 곳이다. 골프장 회생 절차는 일반적인 기업 회생 절차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회원권 문제가 얽혀 있어 훨씬 복잡하다.
먼저 회생 전문 변호사 및 회계 전문가와협업해 해당 골프장의 재무 상황을 정밀 분석한 뒤, 기존 회원권의 정리가 필요하다. 회원권을 할인된 가격에 정리하고, 회원으로부터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채권자 조정도 필요하다. 법원을 통해 전체 채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딜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202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 골프장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회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다.
“원래 일본 골프장은 대체로 저렴한 가격에 매매됐는데, 한국 투자자의 매입이 늘면서 시장이 활발해졌고 가격도 올랐다. 예전에는 100억원에 살 수 있었던 골프장이 지금은 150억~200억원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한국 투자자의 매입이 늘면서 일본 골프장 가격이 급상승하자, 현지에서는 ‘한국인이 일본 골프장 시장을 망쳐놨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거래가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가격이 많이 오른 탓으로 보인다.”
최근 골프장을 임대차 형태로 거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데.
“그렇다. 과거에는 골프장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위탁 운영이나 임대 운영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다. 골프장 운영 시장이 점점 전문화하고 있으며, 기존에는 잔디를 관리하던 회사가 위탁 운영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도 있다.”
삼정이 골프장 M&A(인수합병) 부문에서 강한 이유가 무엇인지.
“골프장 전문 M&A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딜 경험이 풍부하다. 또 회계 감사, 세무 컨설팅, 펀드 및 기업 고객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매각 주관만 하는 게 아니라 운영 효율화를 위한 컨설팅, 위탁 운영 구조 개선, 연기금 및 공제회 자산 관리 자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는 것 역시 삼정의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