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에서는 ‘농업’이 화제다. 일본인의 주식인 쌀값이 1년 전보다 99.3% 급등했기 때문이다. 쌀값 급등에 일본 농가는 2024년부터 2년 연속으로 쌀 재배 면적을 늘리는 등 쌀 증산에 나섰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쌀값 폭등은 여당인 자민당의 정권 교체 이슈로 확산할 정도로 충격을 줬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농업 시장에도 생산성 혁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지 언론은 최근 농업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발굴하는 등 농업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올해 화제가 된 성공 사례 두 개를 소개한다.

사례 1. 일본 최초, 농업 분야 생성 AI 활용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어떤 질문에도 즉각적으로 답변하는 생성 AI(Generative AI)의 농업 분야에 특화된 모델이 일본에서 개발됐다. NHK 보도에 따르면, 정부 산하 연구 기관인 농연기구(農硏機構)가 3월 중순 공개한 AI는 미에현 농업연구소에서 일본 최초로 실증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농업용 생성 AI에 ‘묘목 기르기의 포인트가 뭔가’라고 물으면 온도나 빛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답해준다. 미에현에 있는 농업연구소는 딸기 재배를 대상으로 이 생성 AI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농업기술 지도를 담당하는 ‘보급 지도원’이 농업용 AI를 활용한다. 젊은 지도원은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지도원이 농업기술을 지도할 경우 방대한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두꺼운 책을 일일이 뒤져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농업 업무 경험이 많은 동료나 관계자에게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생성 AI 덕분에 순식간에 필요한 정보를 구할 수 있고, 자료의 출처 파일까지 명시해 주는 덕분에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일본에서 개발된 농업용 생성 AI의 최대 강점은 첫째, 전문적인 질문에 대한 정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성 AI는농업 관련 질문에 대해 평범한 답변을 하거나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때가 많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도 있다. 반면 농업용 생성 AI는 전국 연구 기관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로 학습한 결과를 반영해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전문 지식을 서비스한다. 실제로 일반 생성 AI보다 정답률이 40% 높았다. 둘째, 지역 특성에맞춰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업은 각 지역의 환경과 기후에 따라 재배에 적합한 품종과 재배 방법이 상당히 다르다. 다른 지역에 공개하기 어려운 고유한 농업 지식도 있다. 농연기구는 전국의 농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전국 모델’에 미에현의 기후와 재배 방법 데이터를 추가로 학습시킨 ‘미에현 모델’을 만들었다. 사용 가능한 인원을 제한해 기밀성이 높은 품종이나 재배 방법 정보를 한정된 인원에게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했다. 미에현의 담당 직원은 “지역별로 로컬 버전의 생성 AI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데이터 제공이 쉬워졌다”며 “생성 AI를 통해 품종의 세부 정보까지 전달받을 수 있어 농사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 현장에서 AI 활용 본격화
농사 재배 현장에서도 생성 AI가 활용되기 시작됐다. 미에현의 지도원은 딸기 농가를 방문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한 생산자는 “해당 품종의 경우 한 번은 수확이 잘됐는데, 그다음 수확이 너무 늦어져 대처 방법을 알고 싶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지도원은 1번 꽃과 2번 꽃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의 대처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곧 바로 농업용 생성 AI로 조사했다. 그 결과, 비료 관리가 핵심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생산자의 질문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고 답변했지만, 이제는 농업용 생성 AI를 통해 농업 현장에서 즉각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게 됐다. 농가 측은 답변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답변 시간도 단축돼 업무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들 농가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온 등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따뜻한 지역의 농가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면,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농업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영농 희망자, 농업 진출 장벽 낮아져
해당 생성 AI는 지금 단계에선 보급 지도원 등 일부 관계자만 사용 가능하다. 개발 담당자는 정확도를 더 높여 농업인이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농업인에게 재배 기술뿐 아니라 농업경영, 농산물 판매 전략을 지원해 농업의 신규 진입 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 농연기구의 농업정보연구센터 측은 “매년 전국적으로 4만~5만 명이 신규로 농업에 진입하고 있다. 이들이 조기에 수확량과 수익을 올리는 데 농업용 생성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술 발전과 전문 데이터 수집을 동시에 추진해 농업인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례 2. 관광농원 농업 비즈니스로 각광
‘관광농원’도 일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로 뜨고 있다. 농원 운영자가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환경 만들기와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확충에 적극 나서 가족 단위 고객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히로시마에 있는 ‘모구베티’는 2021년 딸기 관광농원으로 문을 열었다. 농원 대표인 나카이케 텟페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덕분에 고객을 즐겁게 하는 농업 서비스를 찾다가 관광농원 사업에 눈을 떴다” 고 했다. 시내 중심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장점을 살려 개원 4년 만에 히로시마에서 유명 관광농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모구베티 농원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고객이 언제 방문해도 딸기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하루 평균 이용 횟수 6회에 맞춰 30분 동안 ‘타베호다이(마음 대로 따 먹을 수 있는 방식)’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를 위해 ‘요쓰보시’ 등 다섯 품종의 딸기를 재배 중이다. 나카이케 대표는 매일 비닐하우스 내부를 관찰해 딸기의 생육 상태에 따라 예약 인원을 회차당 20~25인으로 조정한다. 딸기가 너무 익으면 1만7500명이 등록된 라인(LINE) 계정을 통해 농원 방문을 권유하고 있다. 유모차나 휠체어 등이 다닐 수 있게 딸기 재배 선반 간격은 110㎝(기존 재배 농가 90㎝)로 넓혀 다양한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휴게 공간, 다목적 화장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을 갖춰 고객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고객의 반응은 뜨겁다. 2024년 상반기에는 히로시마현 안팎에서 연간 1만6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고객 80% 이상이 가족 방문객이다. 남편, 딸과 함께 이용한 한 고객은 “다양한 딸기 품종을 비교하며 따 먹을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며 “발밑 통로도 잔디밭이어서기분이 좋다”고 평가했다.
관광농원, 과일 학교로 발전
히로시마현 북부 미요시에서 40여 년간 과일 따기 체험을 제공해 온 히라타관광농원은어린이 대상 강의와 농원 실습을 통해 과일에 대해 배우는 ‘쿠다모노(과일) 학교’를 2021년 개설했다. 딸기를 기본으로 해서 14품목의 과일 따기 체험을 1년 내내 제공한다. 연간 방문객이 10만 명에 달한다. 과일 학교에서는 농원 실내에서 과일을 활용한 실험 및 퀴즈를 진행한 뒤 밭의 꽃 관찰 및 수확 등 총 1시간 동안 체험 학습을 진행한다. 5~15세가 대상자이며, 2023년에는 약 1000명이 이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 부모, 조부모 등 3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원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농업 대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일본의 정부와 농가가 생존을 위해 변신하고 있다. 농업 비즈니스에도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