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의 혁신 잠재력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AI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제공과 소비 방식이 대전환을 맞이했다. 시티그룹이 2024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글로벌 은행 업계 수익은 6년간 9% 증가해 2028년 2조달러(약 292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미 AI로 역량을 키운 금융 기업의 경영자는 AI가 생존에 필수 요인이라는 것은 물론, 핵심 차별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은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해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성과도 낸다. 또 AI로 역량이 커진 은행에 맞는 지배구조(거버넌스)와 프로세스뿐 아니라, 인력 관리 시스템도 재정비해 AI 투자를 통한 최대 가치를 얻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금융기관은 AI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이를 최적의 방식으로 규모화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과도한 변화에 따른 피로도 느낀다. 다만 기술과 데이터 인프라를 더욱 신속하게 현대화하고, 이를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만은 인식하고 있다.
많은 금융기관이 디지털 전환 여정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은행이 기술 부채를 극복하고,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 핵심 은행 인프라를 현대화하려면, 더욱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여 정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초기 AI의 가치 증폭과 생성 AI의 가치 실현
은행 업계가 AI의 가치를 100% 실현하려면 초기 AI(규칙 기반 시스템과 명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 중심의 AI, 딥러닝, 신경망 기반 AI 기술과 대비)와 생성 AI (Generative AI)를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생성 AI에 중요한 거대 언어 모델(LLM)이 최근 큰 관심을 받지만, 은행 비즈니스에 더 유용한 건 초기 AI의 예측 능력이다. JP모건은 생성 AI, 양자 컴퓨터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데, 여전히 초기 형태의 머신러닝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생성 AI 도입은 새로운 생산성 향상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2025년은 은행이 생성 AI의 실험적 도입에서 나아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금융 사기 대응 등 본격 상용화에 나서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고, 현대화된 데이터 없이는 ‘AI로 역량을 키운 은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또 현재 상당수 은행은 데이터 인프라가 기대 이하다. 다양한 데이터 형태의 분절화 및 양립 불가능성이 심각하고, 데이터 수집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질적이고, 복잡한 데이터 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노력을 기울이면 AI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배치해 데이터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우선 데이터 준비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AI 모델 훈련에 투입될 데이터가 지속 확보 가능한지, 고품질인지, 적절히 정형화됐는지, 프로젝트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복수의 저장고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은행이 많아, 통합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집중 제어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이전하면 데이터 통합을 가로막는 데이터 사일로(silo·격리)를 줄일 수 있다. 또 데이터 통합 프로세스를 도입해 다양한 데이터 소스 간 장벽을 제거할 수 있다.

자산 운용 부문 AI 배치 본격화
자산 운용 부문에서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은 거래 전후 운영 태스크(task)를 수행하는 증권 애널리스트의 역할과 흡사하다. NLP는 많은 데이터 소스를 수집, 인간의 요구 즉시 수집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다. NLP가 애널리스트라면, 자연어 생성(NLG·Natural Language Generation)은 선임 애널리스트다. NLG는 NLP가 준비한 데이터를 인간의 서사로 한층 정교화해 데이터의 목적에 알맞은 내용으로 정리한다.
생성 AI는 NLP와 NLG를 합쳐 더 뛰어난 창의력을 가진 존재다. 생성 AI는 사람이 질문을 던지면 글과 이미지, 영상, 음성 등으로 합성 콘텐츠를 창작한다. AI 모델에 최신 뉴스, 재무 공시, 실적 발표, 과거 가격 데이터, 자체 밸류에이션 모델 등 다양한 데이터 소스가 입력되면 그야말로 세상을 바꿀 결과물이 나온다. 향후에는 증권 애널리스트와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역할도 완전히 변화할 것이다.
자산 운용 부문에서 NLP, NLG, 생성 AI 등 AI 기술은 경쟁 우위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딜로이트 AI 연구소가 최근 수행한 C 레벨 임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는 생성 AI 덕분에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64%), 창의력(55%), 팀워크(55%), 유연성 및 회복력(55%) 등 인간 고유 능력의 가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생성 AI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57%, 기존 상품과 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8%로 나타났다. 또 생성 AI가 사기를 찾아내고 리스크를 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8% 수준을 보였다.
보험 업계 사업 모델에 내재화되는 AI
보험 업계의 디지털 전환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을 사업 모델에 효율적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딜로이트가 2024년 6월 미국 보험사 임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 76%가 1개 이상의 사업부에 생성 AI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인력이 풍부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보험사가 ‘AI 구상’을 주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상당수 보험사는 AI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보험금 청구, 고객 서비스 등 핵심 부문에 생성 AI를 쓰고 있다. 이런 사례는 단기적으로 위험·보상 평가를 개선하고, 규모 확대 기회를 창출해 규제 정립에 도움이 된다. 보험 산업 내 생성 AI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이다. 딜로이트 조사에 따르면, 보험사 임원은 판매, 리스크 관리, 보험금 청구 관리 등에 생성 AI를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보험사는 분석과 디지털 역량을 위해 지난 10년간 데이터 기반을 우선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AI 도입을 지원하고, 규모를 넓히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실시간 처리 및 일괄 처리를 지원하는 데이터 통합이 필요하다. 또 가격 최적화, 사기 감지, 고객 세분화 등 활용 사례를 지원하는 데이터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효과적인 AI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엄격한 데이터 관리와 통제도 필요하다. AI를 도입하는 조직은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AI가 생성한 정보에 허위 정보가 포함되는 현상)과 데이터 편향성 등 리스크 노출을 피하기 위해 데이터 소스와 인벤토리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거버넌스와 데이터 관리는 규제 준수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면 책임감 있는 AI 활용을 위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