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리콘밸리 테크 거물이 대거 한국을 방문했다. 그중에는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 ‘스노우플레이크’의 두 창업자 베누아 다쥬빌과 티에리 크루아네스도 포함됐다. 이들은 3월 25일 국내 창업자와 대담을 나누는 콘퍼런스 자리를 마련했다. 두 거물과 이야기를 나누며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하고자 한다.
두 창업자는 프랑스 출신으로, 오라클에서 일하다가 창업했다. 신기한 점은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최고경영자(CEO)가 돼 회사를이끌지 않고, 2012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제품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본인들이 CEO를 하지 않는지, 창업자가 CEO를 하지 않는데 어떻게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다쥬빌은 “많은 창업자 중에 본인이 꼭 CEO를 해야 하고 그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하는 사람 때문에 더 크게 될 수 있었던 기업이 잘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답했다.초기 창업자가 제품에 대한 열정과 비전, 전문성은 갖고 있어도 비즈니스와 경영에 대한 부분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두 창업자도 초기 2년간은 제품 개발에만 집중했고, 처음부터 회사 성장 단계에 맞는 CEO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벤처 투자를 어떻게 유치했는지에 관해선 자신들이 ‘하둡(빅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을 대체하는 데이터 처리, 분석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이미 이에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동의하는 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솔직하게 주주들과 소통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데이터 기업을 세 번이나 기업공개(IPO)시킨 전설적인 기업인이자 전 스노우플레이크 CEO인 프랭크 슬루트만 같은 인재를 어떻게 영입했는지도 물었다. 특히 새 CEO에게 회사 지분을 상당히 제공해야 했을 텐데, 그가 잘할지 확신할 수 없던 시점에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몇 퍼센트, 몇 주를 갖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크게 파이를 키우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파이를 크게 키우고 회사 임팩트를 키우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하는 게 창업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00억원짜리 회사 지분을 50% 갖고 있는 것과 100조원짜리 회사 지분 5% 갖고 있는 것 중 무엇이 더 큰 것이고 회사 본질 가치를 더 잘 추구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국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러자 “소신 있게, 큰 꿈을 추구하라”고 답했다. “어차피 무언가 시도하려고 하면 사람들은 안 될 것이라고 말할 텐데, 그런 말에 타협한다면, 지금의 스노우플레이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 문화에 맞는 사람만 채용하고, 똑똑한 천재여도 맞지 않는 사람, 무례한 사람 등은 채용하지 않는 것이 성공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두 창업자는 여러 제품을 만들지 않고 하나의 플랫폼에만 집중한 것이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고, 이것이 스노우플레이크의 본질적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 창업자로서 미국에서 어려웠던 점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점은 본인처럼 영어 발음이 안 좋은 외국인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큰 꿈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이를 지지해 주고 소통이 어려워도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꿈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창업이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이해받는 기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두 테크 거물과 대화하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미국이 크고 원대한 꿈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도 큰 꿈을 소신 있게 추구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유연하게 기업의 지배구조, 의사 결정 구조 등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