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초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 있는 쿤스트할레(Kunsthalle)에서 흥미로운 전시를 관람했다. ‘환영(Illusion)’이라는 제목으로, 고전 거장들의 작품부터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미술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알레고리(거울·가면·꿈·커튼·해골·촛불)라는 주제별 카테고리로 구성돼 환영과 실재 사이의 경계를 사유하게 했다.
‘당신은 항상 당신의 눈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큐레이터의 물음은 가짜 뉴스와 인공지능(AI)이 범람하는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한 청년이 시냇가에 비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었다. 고상하고 귀족적으로 묘사된 그의 얼굴 아래, 물에 반사된 이미지는 생김새는 같지만, 어딘가 창백하고 유령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시간이 흐르며 색감이 바랜 것으로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복원이 잘돼 있었고, 그 어긋남은 오히려 의도된 표현처럼 느껴졌다.
제목은 그 해석에 단서를 제공했다. 바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에코와 나르키소스’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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