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현지 거점 국가와 협력이 중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길게 접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과 협력 관계가 밀접한 폴란드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 될 수 있다. 폴란드와 그동안 형성한 자동차·전자· 배터리·디지털 부문 협력 기반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북미유럽팀 선임연구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에너지와 교통·인프라·주택을 포함한 건설 분야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중 한국 기업에 현실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단일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분야는 무엇인가.
“에너지와 교통·인프라·주택을 포함하는 건설 분야가 한국 기업에 현실적인 기회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는 송배전 전선 복원, 발전설비 탈중앙화, 전력망 보호조치 강화 등에 한국 기술력이 적용될 수 있다.”
이미 진행 중인 한국 기업과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력 사례는.
“2023년 7월 삼성물산이 우크라이나 최서단에 있는 리비우 및 튀르키예 건설사 오누르(Onur)와 리비우 스마트시티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재건 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2023년 11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미콜라이우(Mykolaiv)주와 ‘스틸 모듈러 제조 시설 설립을 위한 MOU’를 진행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당 MOU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에서 식량 분야에 이어 인프라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 신규 철도 차량 120량 제작과 해당 철도 차량 유지·보수와 중수선 사업까지 맡게 됐다.”
한국 기업이 재건 사업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다양한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한국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때 유리한 협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이 있는 전후 복구 사업 참여 경험과 미래형 도시 건설 기술 등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현지 거점 국가와 협력이 중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길게 접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과 협력 관계가 밀접한 폴란드를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 될 수 있다. 그동안 폴란드와 형성한 자동차·전자·배터리·디지털 부문 협력 기반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은 폴란드 내 건설, 공동 프로젝트 진출 경험이 풍부하다. 최근에는 방산 협력, 원전 협력 등 협력 지평이 새로운 차원으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정치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부패 문제와 정치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쟁 위험 보험을 제공하는 폴란드 등 서유럽 소재 기업과 협력을 통한 진출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들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별적인 기술 특성을 잘 활용한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에 앞서 검토해야 할 사항은.
“재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제기구의 종합적인 다자 금융 지원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공적 자금과 연계된 민관 협력(PPP)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리스크를 줄여가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국제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법에는 PPP 방식이 포함돼 있으며, 2024년 2월 한국이 우크라이나 다자공여자공조플랫폼(MDCP)에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한 만큼 국제기구와 협력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놓고 미국 등 주요국의 패권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 기업이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주도하는 MDCP에 가입한 만큼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는 일정 부분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은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 참여 등 과거 전후 복구 경험이 풍부하다. 또 미래형 도시 건설과 토목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회성 재건 사업이 아닌 유지·보수, 운영 관리 등 장기적인 사업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전 주기 통합 PPP 프로젝트를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계획, 타당성 조사, 건설· 운영·유지·생산 등 전 주기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먼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기에 식별해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 2020~2021년 키르기스스탄·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몽골·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진행된 ‘K-City Network 프로젝트’는 도시계획과 타당성 조사,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등 전 주기에 한국 기업이 참여했다. 좋은성공 사례를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현지 조달 규정 및 법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접근법은.
“한국 기업이 참여할 만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유망 분야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미 추진하고 있는 6대 선도 프로젝트에 잘 반영돼 있다. 이러한 분야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현지 투자 정보 부족 및 투자 위험이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주도로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현지의 법령·노무· 재무 등과 관련된 정보 수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재건 참여 추진 기구를 중심으로 투자 정보 등이 체계적으로 분석된다면, 한국기업이 현지 사업에 참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韓, 범부처 컨트롤타워 구축해 한국 기업 현지 사업 지원해야”
윤진우 기자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제기구 주도로 전후 재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 시작된 지 2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정부 주도로 국가재건협의회(National Coun-cil for the Recovery of Ukraine)가 창설됐고, 5개월 후에는 서방 주요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한 우크라이나재건회의(URC·Ukraine Recovery Conference)가 열리며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재건 논의가 본격화됐다. 전후 재건의 주요 논의 주제는 재건 수요 및 비용 추산, 재원 조달 방안, 위험 완화, 거버넌스 구축 등에 집중됐다. 세계은행은 2034년까지 주택·교통·에너지·보건 등 주요 분야의 복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 약 3배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
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4년 10월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국제 논의와 한국 기업 참여 가능성 연구’ 보고서에서 “과거 전후 재건 사례를 감안할 때 전후 재건은 단순한 시설 복구를 넘어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 기회로 삼아야 한다”라며 “수원국과 공여국, 국제사회의 상호 이익에 기반한 긴밀한 협력이 있을 때 효과적이었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2023년 9월 국토교통부 주도하에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대표단(원팀코리아)’을 구성,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 발표한 6대 선도 프로젝트 위주로 재건 사업 참여를 도모하고 있다. KIEP는 효과적인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해 △범부처 재건 지원 기구 설립 △사업 전 주기 통합 PPP 프로젝트 개발 △6대 중점 분야에 대한 현지 투자 정보 제공 △MDCP 및 주요 공여국 기업 컨소시엄을 활용한 투자 위험 완화 △폴란드 등 현지 거점 국가 협력 △ 우크라이나와 양자 협력 및 다자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황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서방 기업은 이미 전후 재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우리 정부의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 선임연구원도 민관 합동 재건 협력단 활동은 단회적이고 국내외 정치 상황 변화에 취약해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 산하의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총괄 협의체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