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호주, 유럽의 치과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한국 기공소의 고품질 기공물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노바이드(Innovaid)’는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노바이드는 한국의 정교한 기공 기술과 글로벌 수요를 매칭하는 ‘덴트링크’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치과와 한국 기공소를 연결하고 있다. 해외 치과는 고품질 기공물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받을 수 있고, 한국 기공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이노바이드는 대학생 창업 기업이다. 1993년생인 국진혁 대표가 연세대 치과대학 4학년 때 창업했다. 치과 의사 부모의 뒤를 따라 치대에 진학했지만, 치대 재학 중 구강 스캐너 전문 기업 ‘메디트’를 접하며 창업에 눈뜨게 됐다. 당시 메디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었는데, 투자은행(IB)에 몸담고 있는 친구가 관련 산업의 유망성을 물어온 것. 구강 스캐너가 치과계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의 디지털 혁명 기술이라 생각한 국 대표는 직접 산업 혁신을 경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연세대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서 시장조사에 나섰고, 창업 팀을 꾸린 국 대표는 재학 중에 이노바이드를 창업해 2021년 12월 법인을 설립했다. 매달 12%씩 성장하며, 매출 100%를 해외에서 기록 중인 이노바이드의 성공 비결은 뭘까. 다음은 일문일답.

이노바이드 소개 부탁한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치과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해외 치과와 한국 기공소를 연결해 주는 덴트링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노바이드라는 이름은 ‘혁신(innovation)’과 ‘지원(aid)’을 결합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연세대 치과대학 본과 4학년 때 창업을 결심했다. 치과 업계에서 디지털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 창업을 결심한 계기다. 치과에서는 환자 치료를 위해 보철물이 필요하다. 보철물은 치과 기공소에서 제작하는데, 치과 의사가 환자 구강 데이터를 기공소로 전달해 제작을 의뢰해야 한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본을 떠서 전달했지만, 최근에는 구강 스캐너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보고 전 세계 치과와 한국 기공소를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기공소의 기술 수준은 어떤가.
“한국 기공소는 기술력은 높지만, 국내시장에서는 경쟁도 치열하고 다소 저평가되는 면이 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은 기공소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한국보다 가격대가 2~4배 높다. 이 차이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내에는 1만8000여 곳 치과와 2500여 곳 치과 기공소가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18만 곳 치과가 있지만, 기공소는 7500곳에 불과하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노바이드는 이 간극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덴트링크는 일종의 플랫폼인가.
“정확히 말하면 ‘버추얼 기공소’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해외 치과 의사가 구강 스캐너로 찍은 데이터를 보내주면, 우리가 각 전문성에 맞는 기공소에 의뢰한다. 이후 한국 기공소가 이를 바탕으로 보철물을 제작하고 다시 해외로 배송한다.”
플랫폼에 더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
“플랫폼으로 만들지 않은 이유는 치과 입장에서는 어느 기공소가 실력이 좋고,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 형식으로 하면 지나친 가격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의 서비스를 통해 한국 기공소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해외 치과는 보철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완전한 플랫폼은 아니지만, 플랫폼의 특성을 많이 가져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에는 고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 미국 내 수십 곳의 치과에 메일을 보냈다. 그중 답변이 왔던 치과 20곳을 찾아갔고, 첫 방문에 고객 4곳을 확보했다.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은 미국에 간다. 콘퍼런스와 세미나에도 가급적 많이 참석해서 덴트링크를 알리려고 한다. 덴트링크 서비스를 이용한 치과 의사가 친한 병원에 소개하면서 사업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현재 30%의 신규 고객이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유입된 고객이다.”
덴트링크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덴트링크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품질과 효율성에서 강점이 있다. 한국 기공소는 숙련된 기공사 풀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작 오류로 인해 환자가 재방문해야 하는 재제작 비율을 0.6%까지 낮췄다. 미국의 경우 재제작 비율이 평균 8~10%에 이른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나.
“AI 기반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언어 장벽을 해결하고,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UPS, DHL 등과 협력해 기존 비용의 70% 수준으로 낮췄다. 이를 통해 해외 치과와 한국 기공소가 ‘윈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덴트링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덴트링크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년 됐다. 론칭 이후부터 매달 평균 12%씩 성장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100%는 해외에서 발생한다. 미국과 호주가 주요 시장이고, 캐나다와 영국, 뉴질랜드 등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 자회사가 있고, 호주에도 현재 지사를 만들고 있다.”
투자 유치 소식도 들린다.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이번에 시리즈 A에서 50억원을 유치했다. 이 자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우선 미국과 호주의 세일즈 및 운영 팀을 확장하고, 작은 기공소를 인수해 현지 고객 서비스(CS)와 물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로 한국 기공소에 설비투자를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품질 보철물을 더 많이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이노바이드 측은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3월 4일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는 2023년 초 프리 A 투자 이후, 미국과 호주 등 해외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을 바탕으로 성사됐다. 이번 시리즈 A 라운드에는 신규 투자자로 뮤렉스파트너스와 원익투자파트너스가 참여했으며, 기존 투자사인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와 빅베이슨캐피탈도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다.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덴트링크가 보철물 제작의 대명사가 되면 좋겠다. 기공 공급 부문에서 전 세계 1등이 되고 싶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글로벌 치과 시장의 국경을 허물고, 치과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