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X700h. /사진= 렉서스
렉서스 LX700h. /사진= 렉서스

렉서스가 1996년부터 판매한 대형 플래그십(기함·한 브랜드에서 가장 크고 고급스럽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 LX는 도요타 대형 SUV 랜드 크루저를 고급화한 모델이다. 한국에는 3세대(2007~2021년) 이전까지 공식 수입되지 않다가 2025년 3월 공식 출시됐다. 한국 출시 모델은 2024년 10월 추가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내연기관 단독 모델은 판매하지 않는데, 이는 국내 환경 규제와 관련 있다. 

최근 SUV가 도심 주행에 집중해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차체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르게, LX는 내구성과 충격 흡수에 적합하다고 알려진 프레임 차체에 기반한다. 이는 고급 차지만, 오프로드(험로) 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강인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면 상당히 강렬한 인상이다. 렉서스 디자인 정체성(아이덴티티)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 차 중 면적이 가장 커, 그만큼 상당한 존재감을 낸다. 헤드램프에도 렉서스만의 독특한 쐐기 형태의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됐다. 보닛의 굵은 선을 통해 이 차의고성능, 오프로더(험로 주행용 차) 성향을 표현했다. 

요새 유행하는 날렵한 느낌은 아니다. 옆쪽에서 보면 차 길이 5m 이상에 걸맞은 큰 덩치와 견고함이 돋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지프 등에서 볼 수 있는 박스형 디자인으로, 각지고 커다란 휠 하우스(바퀴를 둘러싼 공간), 큰 창문 등이 인상적이다. 뒤쪽에는 렉서스 최신 디자인 기조인 가로로 길게 뻗은 일자형 리어램프가 돋보인다. 깔끔하게 마감한 리어 범퍼는 험로 탈출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 

실내도 중후하고 넉넉하다. 운전석은 조작성과 집중도를 높이도록 디자인됐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두툼한 보닛 탓에 전방 시야가 좁다는 점이다. 차 주변 상황 모니터링이 중요한 험로 주행 시에는 차 주변을 모두 볼 수 있는 카메라 덕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평소에는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다. 

LX700h는 도요타가 2021년 처음 선보인 TNGA-F 플랫폼을 적용했다. 새 플랫폼 덕분에 이전 3세대보다 차 무게가 200㎏ 줄어든 반면, 강성은 20% 증가했다. 또 엔진을 비롯한 동력계(파워트레인)의 장착 위치를 3세대에 비해 뒤로 70㎜, 아래로 25㎜ 옮겨 낮은 무게중심을 달성,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차의 길이는 5095㎜, 너비는 1990㎜, 높이는 1895㎜다. 휠베이스(앞·뒷바퀴 중심 축간거리·자동차의 실내 거주성을 결정한다)는 2850㎜로, 길이 5m가 넘는 긴 차의 휠베이스로는 짧은 느낌이다. 또 구형과 휠베이스 길이가 같아, 개선됐다는 느낌이 없다. 이에 대해 요쿠 다카미 렉서스 LX 개발 총괄은 “휠베이스 수치는 LX의 험로 주파성과 거주성을 잘 조화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수치로 판단된다”며 “휠베이스가 더 좋으면 험로 주파엔 유리하지만, 거주성이 떨어지고, 휠베이스를 늘리면 거주성은 높아지지만, 험로 주파엔 어울리지 않는다. 이 황금 비율을 우리가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LX700h에 올라가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렉서스가 첫선을 보이는 고성능 동력계로, 형제 차 도요타 랜드 크루저에도 장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렉서스 최초로 차 이름에 ‘700’이라는 숫자를 사용했다. 해당 동력계는 알터네이터(교류 발전기)와 스타터 모터를 장착한 V6 3.4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에 동력용 전기모터와 배터리,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병렬 하이브리드다. 최고 출력 464마력, 최대 토크 66.3㎏f·m의 힘을 갖췄다. 

병렬 하이브리드는 지금까지 주로 현대차·기아가 사용해 오던 방식이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역할을 나눈 것으로, 엔진과 전기모터 사이의 클러치로 각 동력 기관이 발생한 구동력을 바퀴로 옮긴다. 이에 따라 엔진 단독으로, 또 모터 단독으로 각각 주행이 가능하다. 요쿠 총괄은 “오프로드 주행 중 모터가 여러 이유로 작동하지 않는 위험 상황일때 엔진 단독으로도 달릴 수 있어야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장도로(온로드)를 지날 때는 여지 없는 렉서스다. 매우 조용한 실내와 안락한 승차감이 예술이다. 주행·바람 소음 등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 주파수를 파악해 이를 상쇄하는 음을 스피커로부터 발산해 소음을 없애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등이 사용된 덕분이다. 사다리꼴 골격에 엔진과 변속기, 타이어를 붙이고, 그 위에 외형을 얹는 프레임 차체는 꼬리표처럼 불편한 승차감이 따라온다. 뼈대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탓에 진동이 확산하기 때문이다. 렉서스는 LX700h의 서스펜션을 조정해 이를 해결했다. 

엔진이 부족한 동력을 모터가 보완하는 동력계 덕분에 도심 주행 때 감속했다가 다시 가속하는 상황에서 매끄럽게 속도를 높인다. 3월 중순임에도 눈이 매우 많이 내린 시승 당일, 도로가 너무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상시 사륜구동(AWD)으로 상당히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시승 차는 1억9457만원의 VIP 트림이다. 

렉서스 LX700h 실내. /사진= 렉서스
렉서스 LX700h 실내. /사진= 렉서스

앞자리 승차감도 훌륭하지만, 뒷자리 승차감도 경험해 보고 싶어 앉았다. 2열 시트에는 ‘캡틴 시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독립 제어가 가능하다. 그 덕분에 최고의 승차감을 내며,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해 착좌감(앉은 부위 감촉)도 일품이다. 뒷좌석 머리 공간은 앉은 자리에서 성인 남자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다만 속도가 더 높아지면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프레임 차체의 단점을 완전히 없애기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렉서스 LX700h는 단순히 비포장도로를 지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위나 강, 사막 등을 다닐 수 있는 정통파 오프로더를 표방한다. 주행 상황, 노면에 따라 주행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멀티 터레인 셀렉트(Multi Terrain Select), 크롤 컨트롤(Crawl Control), 전후 디퍼런셜 락(차동 잠금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최대 700㎜의 도하 성능도 지닌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정밀하게 토크를 조절해 바윗길이나 눈길에서 안정적인 차체 제어가 가능하다. 엔진만 쓰던 과거에는 하기 어려운 것이 전동화 흐름을 타고, 쉬운 일로 변화하고 있다. 크롤 컨트롤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에 발을 대지 않아도 스스로 극저속으로 험로를 통과하게끔 돕는 기능이다. 모든 바퀴의 구동력을 아주 섬세하게 조절한다. 

최근 벤츠 G클래스, 랜드로버 디펜더 등 소위 정통 오프로더라고 불리는 SUV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되는데, 렉서스는 LX700h에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유압식 서스펜션을 사용했다. 가격이 에어 서스펜션에 비해 더 싼 유압식 서스펜션이 고급 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요쿠 총괄은 “LX700h에 장착된 유압식 서스펜션은 에어 서스펜션보다 더 비싼 전자 제어 가변 유압식 서스펜션으로, 에어 서스펜션이 위급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탑승자가 더 위험하기 때문에 유압식 서스펜션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X700h 하이브리드 가격은 1억6587만~1억9457만원이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