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례(彩禮)는 단어를 그대로 풀이해 보면 화려한 예절이라는 말이니 결혼하면서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보내는 지참금 내지 예물을 의미한다. 그런데 신랑이 전하는 신부와 그 가족에 대한 존중과 예의라는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신랑 측에 부담을 주는 과도한 채례가 중국에서는 지금도 간혹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채례의 폐해가 끊이지를 않자 최고인민법원은 혼인 당사자 쌍방의 이익을 보호하고 혼인을 빙자한 재물 편취 행위를 근절하고자 ‘최고인민법원의 채례 분쟁 사건 심리의 적용 법률의 약간의 문제에 관한 규정(最高人民法院關于審理涉彩禮糾紛案件適用法律若幹問題的規定)’이라는 사법해석을 통해 채례를 둘러싼 분쟁에 관한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채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물의 목적, 현지의 풍속, 전달 시간과 방법, 재물의 가치, 전달자와 수령자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명절이나 생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전달한 가치가 크지 않은 재물이나 현금 또는 감정을 표시하거나 깊게 하기 위한 일상적인 지출 등은 채례로 보지 않는다.
한편, 양가의 감정의 골이 깊어져 채례 반환을 청구하기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나 부부 공동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에는 채례의 사용 현황과 부부의 공동생활, 자녀의 출산 여부 내지 양육 현황, 쌍방의 과실, 현지 풍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채례의 반환 여부 및 반환 비율을 결정하도록 했다. 또 혼인 등기도 마치고 부부로서의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채례의 반환 청구를 인용하지 않으나 부부 공동생활의 기간이 비교적 짧고 채례의 금액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역시 위와 같은 사정을 참작하여 반환 여부 및 그 비율을 판단하도록 했다. 그리고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부부 공동생활도 없었던 경우에는 반환 청구를 인용하도록 했다.

2025년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전국인민대표이자 하북성의 한 지방 간부는 과거 6년 동안 자기 마을에서 결혼한 23쌍의 신혼부부가 비교적 낮은 금액의 채례로 결혼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고액의 채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예를 들면, 한 가정이 검소한 채례로 결혼식을 거행하면 해당 지방의 고위 간부들이 직접 그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부부를 모범 사례로 전파하고 나아가 특별한 복지 혜택을 주기도 했다. 반면에 과도한 채례로 혼사를 치른 집에 대해서는 지방 간부의 결혼식 참석을 금지했다. 체면이 낳은 부조리를 다른 체면을 세워주거나 체면을 깎는 방법으로 해결한 것이다.
거액의 채례든 지방 간부의 결혼식 참석이든 보여주기식 결혼은 뭐든 비교를 통해 행복을 찾는 현대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행복 지수로는 항상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어느 나라가 지금은 그 순위가 100위 가까이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핸드폰과 소셜미디어(SNS) 보급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화려한 겉모습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누려 왔던 대체 불가능한 내면의 풍요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재물을 일정 수준 갖추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해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모습에서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를 찾으려 하지 말고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정신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彩禮 [cǎilǐ]

채례라고 하면 혼인할 때 신랑이 신부의 집에 전달하는 예물을 의미한다. 혼인에 즈음하여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오고 가던 채례가 중국인의 체면을 중시하는 관습과 맞물려 부담이 되는 지경에 이르자 중국은 과도한 허례허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