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갑니다. 자기 자신의 노력과 의지와 행운으로 그 사다리를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높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때는 누군가 먼저 올라간 사람이 손을 뻗어 당겨 주어야만 오를 수 있습니다. 

내가 돌이켜 보니 내게 손을 내밀어 나를 도와준 사람은 나를 한 번이라도 도와준 사람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은 나보다 힘이 있거나 영향력이 큰 사람입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게 호감을 갖지 않는 힘 있는 사람을 어떻게 움직여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1706년에 태어난 미국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있습니다. 그는 미국 화폐 중 가장 단위가 높은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300년 전 펜실베이니아 의회의 말단 서기로 일하는 중 의회 의장이 자기를 무시하고 싫어해 사사건건 방해했습니다. 그러자 프랭클린은 의장이 소장한 책을 빌리고 이를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면서, 책을 읽고 배운 교훈에 대해 감사하는 편지를 동봉했습니다. 약속한 날짜에 책을 돌려주는 정직함과 책에서 얻은 교훈을 요약해 자신의 품위를 보여준 것입니다. 프랭클린은 의회 의장이 거절할 수 없는 작은 도움을 요청했고 그리고 그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의회 의원들에게도 의장의 선행을 칭찬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도 간접적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자 의장은 프랭클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대체로 세 가지 방법을 동원합니다. 먼저 모두에게 이롭다는 이타적인 명분, 또는 나를 도와주는 반대급부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또는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더 힘센 사람의 권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살아보니 도움을 받는 데는 이런 명분이나 권력이나 이익보다는 호감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나를 한 번이라도 도와준 적이 있는 사람은 내게 호감을 가진 사람입니다. 내가 받은 첫 번째 호의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고 진심으로 감사할 때 비로소 그 호감은 향상되고 지속됩니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정상에 선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나눠주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상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선택되기 위해서는 그의 눈높이에 맞는 한 가지 기준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것은 내가 받은 도움보다 언젠가는 더 큰 도움을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가 판단할 때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보다 늘 약간 모자란 도움을 줍니다. 나머지는 스스로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받은 도움 이상으로 쉽게 남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오랫동안 나를 지켜보면서, 나의 능력과 인격에 확신이 들 때 비로소 그 주위에 있는 정상의 인물을 동원해 나의 성장을 제대로 지원하게 됩니다.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케임브리지대 한국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 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현 케임브리지대 한국 총동문회장
여러분은 당분간 도움을 주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도움을 줄 때도, 도움을 받을 때도 품위를 가져야 합니다. 도움을 줄 때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큰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관용이라고 합니다. 도움을 받을 때는 필요한 것보다 작게 요청해야 합니다. 이를 자애심(自愛心)이라고 합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이 도와주었는지, 여러분이 필요한 도움보다 적게 요청했는지 아는 사람은 여러분뿐입니다. 정직은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정직성입니다.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여러분의 품위는 향상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격과 품위에 맞게 여러분은 성장할 것입니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