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시위대가 4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대형 풍선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얼굴을 한 풍선에 군복을 입혀 그가 권위주의 통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의미를 담았다(큰 사진).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1400건 이상의 반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손을 떼라’는 의미인 ‘핸즈 오프(Hands off)’가 공통 구호다. 거리로 나온 수십만 명은 연방 정부 기관 해체와 공무원 감축, 관세 드라이브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을 규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2개월 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뉴욕에선 맨해튼 5번가를 중심으로 시위대가 20블록 이상을 채웠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선 주 의회 의사당을 향한 행진에 2만여 명이 참가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시위에서 불복종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 남성이 “일론(머스크)을 추방하고 트럼프를 탄핵하고, (국방 장관) 피트 헤그세그를 해고하라”고 쓴 표지판을 들고 있다(사진 1).

트럼프 정부의 연방 자금 삭감에 반대하는 ‘킬 더 컷(Kill the Cuts)’ 시위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4월 8일 LA에서 진행된 시위에는 캘리포니아대 LA캠퍼스(UCLA) 학생과 교직원 등 200여 명을 포함해 수천 명이 참여했다(사진 2).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상호 관세 부과 유예 검토를 부인했던 종전 입장에서 선회해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를 “협상 공간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 상실 우려가 결단 배경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치적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2주 사이 48%에서 43%로 하락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에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동맹국과 외교적 갈등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일본·대만 등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한국·일본과 외교 접촉을 늘리며 반미 전선 형성에 나섰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