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손앤박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2 제품 개발에만 10개월 이상 걸린 손앤박의 ‘컬러 밤’ 제품. 손앤박 3 다이소와 샤넬의 화장품을 비교하는 유튜버. /손앤박, 회사원 A 유튜브
1 손앤박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2 제품 개발에만 10개월 이상 걸린 손앤박의 ‘컬러 밤’ 제품. 손앤박 3 다이소와 샤넬의 화장품을 비교하는 유튜버. /손앤박, 회사원 A 유튜브

지난해 다이소에서 나온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은 출시 직후 전국 품절 사태를 빚었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대지만, 20배 이상 비싼 샤넬 제품과 성능이 비슷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다.

손앤박의 ‘저렴이 샤넬 밤’은 경기 불황과 고물가 속 ‘듀프(dupe)’ 유행의 아이콘이 됐다. 듀프는 영어 단어 ‘duplication(복제품)’ 에서 따온 말로, 고가 브랜드 대신 가성비 대체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3000원 가격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영혼을 갈아 넣으니, 결국엔 만족스러운 제품이 나왔다. 제품 품질은 챙기면서 부자재 등 그 외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최소화했다.” 

4월 3일 서울 성동구 손앤박 본사에서 만난 김한상 대표는 ‘스프레드 컬러 밤’의 개발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브랜드 창립자인 김 대표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은 브랜드를 혁신과 과감한 변화로 위기마다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김한상 손앤박 대표- 호서대 식품영양학, 전 참조은화장품 대표, 전 ㈜참존유통 총괄이사 /최효정 기자
김한상 손앤박 대표- 호서대 식품영양학, 전 참조은화장품 대표, 전 ㈜참존유통 총괄이사 /최효정 기자

손앤박은 2012년에 김 대표가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손대식, 박태윤과 손잡고 만든 색조 전문 브랜드다. 김 대표는 그의 부친이 운영하던 참조은화장품을 물려받아 손앤박을 만들었다. 

손앤박은 메이크업 전문가들이 만든 브랜드라는 후광을 입고 올리브영과 면세점, 미국 세포라 등에 차례로 입점하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뷰티워터라는 제품이 히트를 치면서 큰 수익을 냈다. 손앤박은 올리브영 성장기와 맞물려 함께 큰 K뷰티의 개척자인 셈이다.

뷰티워터는 피부 수분 공급과 피부 톤 개선을 위한 멀티 기능성 제품으로, 메이크업 전에 사용하는 프라이머 겸 토너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서도 메이크업의 밀착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제품은 국내외에서 인기였는데, 특히 미국 세포라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6년 브랜드 상징이었던 손대식 과 박태윤이 결별하면서 올리브영에서 철수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간 현지 벤더사(업체)와 계약 문제로 세포라에서도 더 이상 뷰티워터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큰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이때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을 노렸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이고우(代購·중국 보따리상) 등 수요가 많을 때였다. 면세점과 자사 몰 등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손앤박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들이닥쳤다. 물류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물건을 팔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이 기간 직원 수가 40명에서 10명대로 줄었다. 브랜드 존폐 위기였다. 김 대표는 “당시 수십억원대였던 매출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가족 같던 직원도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기간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잡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다이소’와 협업이었다. 중고가 전략을 버리고 ‘초저가’를 선택했다. 그는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가 양극화하면, 초저가 화장품 시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2022년 다이소에 먼저 협업을 요청했고, 결정 난 이후 바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다이소 메가 히트 아이템인 ‘컬러밤’ 제품이다. 제품 개발에만 10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 제품을 통해 손앤박의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40% 성장한 51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손앤박이 다시 성공 궤도에 올랐다. 작년 가장 뿌듯했던 것은 버텨준 직원에게 명절 보너스를 줄 수 있었던 것” 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티 컬러 스프레드 밤’의 성공 비법이 결국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한 인플루언서가 샤넬 제품과 비슷하다며 영상을 올리는 등 입소문을 탔는데, 정작 손앤박 측에서 먼저 협찬 등을 한 적은 없다. 

그는 “손앤박이 가지고 있는 색조 제품에 대한 개발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품질 외 다른 부분은 전부 비용을 줄였다”면서 “용기 등 부자재는 샘플 용기처럼 간단하게 하고, 립앤치크라는 멀티유즈(다용도)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입소문이 저절로 나고, 언론에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다이소와 협업이 손앤박 브랜드 재건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이소에서 성공을 통해 손앤박 브랜드가 1020 세대에게 색조를 잘 뽑아내는 비건 뷰티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겼다”면서 “업력에 따라 쌓였던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한 것이 더 큰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K뷰티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이번 유행은 한국 문화의 힘이 바탕이 돼 있다. 더 이상 다른 국가 화장품에 비해 저렴하기만 한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덕분에 K뷰티 산업의 확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K팝이나 한국 드라마 유행이 결국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 것이고,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꿨다”며 “한국 화장품 산업의 발전은 지속할 것이고 북미와 일본 외 전 세계로 그 기회가 계속해서 확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소비자가 K뷰티를 선호하는 이유엔 한국 화장품의 품질과 기술력도 있다. 김 대표는 “K뷰티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한국 화장품의 혁신적인 기술과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 덕분”이라며, 앞으로의 K뷰티 시장도 품질과 개성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손앤박 역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계획이다.

손앤박의 다음 목표는 세 자릿수 연 매출을 위해 다시 한번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올해 일본과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돈키호테 등 일본 오프라인 매장 입점은 900개를 넘어섰다. 아마존 등 북미 온라인 시장도 진출한다. 김 대표는 “우리 목표는 해외에서 성장을 더욱 가속하는 것”이라면서 “경쟁이 심화하는 K뷰티 산업에서 듀프의 상징적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손앤박은 어떤 브랜드

손앤박은 2012년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 손대식과 박태윤이 손잡고, 김한상 대표가 만든 색조 전문 화장품 브랜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전문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선보였고, 뷰티워터 등으로 히트했다. 손앤박은 뛰어난 제품 개발력과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올리브영·세포라 등 국내외 주요 유통 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손대식과 박태윤이 결별하며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최근에는 다이소와 협업을 통해 듀프 트렌드에 맞춘 저가 고품질 제품으로 새로운 소비자층을 형성하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최효정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