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부동산 시장이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를 해제한 뒤 한 달여 만에 확대·재지정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고,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마무리됐다. 오는 6월까지 대선 체제로 돌입하는 데다 경기 침체, 정책 환경도 종잡을 수 없어 부동산 투자자는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비즈가 부동산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0인 모두 서울 아파트값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일시적 관망세를 보이겠지만 연내 반등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일치했다. 지역적으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강남 3구, 용산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집값 연내 10% 상승” 전망도… 공급 부족에 장기 우상향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일시적으로 거래가 멈춰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가 2025년 2월 13일 일명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에 지정된 토허제를 해제하면서 2~3월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2024년 9월부터 2025년 1월까지 3000건대에 머물던 아파트 거래량은 2월 6228건, 3월 6144건을 기록했다. 다만 서울시가 한 달여 만에 토허제를 확대·재지정하면서 아파트 거래는 얼어붙은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가 재지정된 이후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면서 “급하게 팔아야 하는 집주인 말고는 매도·매수 희망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 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관망세가 일시적일 것으로 봤다. 토허제 지정이 장기적인 가격 안정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연구 결과로도 나와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024년 12월 서울시 시민토론회에서 “(토허제) 규제 초기에는 가격 안정 효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헌재가 탄핵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연내 봉합될 것으로 봤다. 오는 6월 대선이 치러지고 나면 시장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헌재 판결은 상승 국면이 조금 빨리 오나, 늦게 오나를 결정할 사안일 뿐”이라면서 “2025년 전반적인 전망은 상보하고(상반기 보합, 하반기 상승)”라고 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값은 연간 5~10%가량 오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 연구원은 “수요층이 토허제에 내성이 생기고 난 뒤부터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기존 규제 지역처럼 가격 상승 억압 효과가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장기적으로 밀어 올릴 요인으로 지목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만7681가구다. 2026년에는 9640가구, 2027년 9573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치(4만716가구)의 23% 수준이다. 일각에선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인허가·수주가 줄어 2029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세 가격이 강세를 보여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93.6%, 자가 보유율이 44%로 낮은 데다 외지인 투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창무 교수는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 다주택자 관련 세제가 개편되지 않는 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풍선 효과… 강남·용산, 실수요 유입 지속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지역별로 전망해 보면 단기적으로는 강남 3구, 용산구 외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서울시는 3월 10일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역에 토허제를 확대·재지정했다. 그와 인접한 지역으로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기준 용산구와 성동·마포구의 아파트 평균 가격은 용산구 21억9880만원, 성동구 15억466만원, 마포구 13억9678만원이다. 

용산구 대비 집값이 낮은 성동·마포구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성동·마포·강동· 광진구 등 한강변 비규제 지역은 여전히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주택 시장은 규제 수준, 대출 여건, 개발 호재 유무에 따라 지역별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개인 사정상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는 토허제 지역이 아닌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서 “동작·마포·성동·강동구 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 이 일대 아파트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토허제로 묶인 강남 3구, 용산구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긍정적이다. 거래량은 다소 줄더라도 소수의 거래가 신고가로 이어지면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11차’ 전용 183㎡는 3월 19일 9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압구정동 ‘현대 1차’ 196㎡도 같은 달 92억원에 손바뀜됐다. 대치동 ‘한보맨션2’ 전용 190㎡도 3월 21일 58억5000만원,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숀’ 전용 102㎡는 3월 23일 43억8940억원에 각각 최고가를 썼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 3구, 용산구는 현재 집중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어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고급 커뮤니티에 대한 진입 희망과 부자들의 자산 대물림 현상 등으로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강남 3구, 용산구는 입지를 고려했을 때 흔들림 없는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특히 강남구의 압구정 재건축, 용산구의 한남, 정비창개발지역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공급량이 많은 서울 동북권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주요 아파트 입주 물량 총 1만4734가구 중 65%(9603가구)가 동북권에 몰려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입주 물량 많은 동대문 이문·휘경, 장위뉴타운 일대를 중심으로 약보합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안양·과천·수원 등은 강보합, 경기도 기타 지역은 하반기까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5년 서울 주택 구입 선호도 강남권, 한강변에만 집중되는 모습”이라면서 “고분양가 이슈로 노원·도봉·강북구 등의 정비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거래가 주춤한 모습”이라고 했다. 

조은임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