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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와 주식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을 비롯한 실물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물 자산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며, 희소성과 내구성, 실용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실물 자산으로는 부동산이 있다. 주택, 아파트, 상가, 토지 등으로 구성되며, 장기적인 자산 가치 보존과 임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헤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요즘 투자자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금과 은 등 귀금속도 대표적인 실물 자산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리,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또한 귀금속과 성격이 유사한 실물 자산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예술품과 수집품 역시 실물 자산의 한 축을 이룬다. 그림, 조각 등의 미술 작품뿐 아니라 고서, 보석, 와인, 명품 시계 등이 포함된다. 희소성과 미적 가치에 따라 자산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다만 거래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가 필요하다.

농지와 임야는 도심 확장 가능성이나 개발 수요에 따라 장기적인 자산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실물 자산이다. 반면 기계 및 설비는 주로 기업 입장에서의 실물 투자 대상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김태자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시니어 PB, 재무설계사(AFPK), 은퇴설계전문가(ARPS)
김태자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시니어 PB, 재무설계사(AFPK), 은퇴설계전문가(ARPS)

더 쉬워진 유동성 확보⋯ 리스크도 꼼꼼히 살펴야

최근에는 실물 자산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금융 상품을 통해 간접투자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실물 자산은 금융자산과는 다른 범주에 속하지만, 금융 상품을 통해 실물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추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 물론 실물 자산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자산을 다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동성과 관리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물 자체를 직접 보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일 수 있고 도난이나 파손 등 물리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실물 자산이 금융 상품화되면서 투자자는 비교적 쉽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액 분산 투자 및 간접 소유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은 리츠(REITs)로 금융 상품화돼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구조다.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며,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고, 주기적인 배당을 통해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귀금속 자산군에서는 금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금 ETF는 금 실물 가격을 추종하는 금융 상품으로, 금을 직접 보관하지 않고도 금 시세에 연동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금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금 채굴 기업이나 금 선물 등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

원자재 기반 금융 상품은 원유, 구리, 농산물 등 실물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거나 선물 계약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원유 ETF, 농산물 ETF, 구리나 천연가스 관련 ETF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업 변동성과 공급망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해 시장 흐름에 따른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예술품, 명품, 와인 등 고가의 희귀 자산은 조각 투자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하나의 실물 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지분 형태로 나누어 보유하는 방식이며, 최근에는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기술을 활용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소액으로도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으며, 자산의 희소성과 상징성에 기반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농지 및 임야를 기반으로 한 투자는 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림 펀드, 탄소 배출권, 바이오 에너지 관련 펀드 등이 이에 포함되며,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물 자산 투자 영역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실물 자산 금융 상품은 전통적인 자산과 대체 투자 간 경계를 허물며,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의 자산운용 목적과 리스크 성향에 맞춰 다양한 실물 기반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된 셈이다.

다만 리스크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은 기초 자산의 실체와 그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령 ETF나 선물 등 파생형 상품의 경우, 실물 가격보다 더 큰 폭의 가격 변동성을 보일 수 있어 투자 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해외 실물 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 리스크가 있으며, 배당 소득세나 양도소득세 등 세금 이슈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상품의 수익률만큼이나 수수료 구조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운용 및 관리 수수료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어떤 항목에 비용이 부과되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진화하는 실물 자산 금융 상품

최근에는 실물 자산 금융 상품이 디지털 기술과 ESG, 대체 투자, 맞춤형 자산 관리 등 다양한 흐름과 결합해 빠르게 진화하는 게 트렌드다. 대표적인 흐름 중 하나는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 상품의 확산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는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부동산, 미술품, 와인, 희귀 차량 등 고가 자산을 소액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증권사와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플랫폼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비트코인 ETF의 글로벌 승인 확대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며, 디지털 자산 역시금융 상품화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ESG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금융 상품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ETF, ESG 인덱스 펀드, 그린 본드 등 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채권 상품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임팩트 펀드’까지, ESG 기반 상품은 실물 자산 투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초개인화된 자산 관리 상품도 주목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랩어카운트’는 투자자의 리스크 성향과 소비 습관, 시장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자동 조정해 주는 방식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이 같은 시스템은 은퇴 설계나 육아 금융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금융 패키지로도 발전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도 확대하고 있다. TDF(Target Date Fund)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배분 전략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이며, 세제 혜택이 결합된 장기 상품으로, 직장인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령화 심화와 함께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복리 효과, 과세이연 정책에 따른 절세 효과까지 더해지며, 연금 투자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조각 투자 플랫폼의 확산도 주목할 만하다. 고가의 실물 자산을 일정 비율로 나누어 소유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피카소의 미술 작품을 일정 단위로 나눠 투자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유명 작가의 미술품, 호텔,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군이 조각 투자 플랫폼을 통해 상품화되고 있다.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는 방식인 토큰화 자산(STO) 구조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한 채의 건물을 수천 개의 토큰으로 쪼개 여러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소유와 거래의 디지털화를 구현한다. 실물 미술품, 프리미엄 주류, 한정판 상품 등을 NFT로 연결하는 방식도 등장하고 있으며, 위조 방지와 거래 이력 추적, 보안 기능까지 갖춘 디지털 실물 연계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물 자산 간접투자와 디지털 금융 상품의 융합은 새로운 투자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각자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분산투자를 시도하고,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향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태자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