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계속 급증하고 있지만, 아직 전 세계 수요에서 데이터센터 비중은 크지 않다. 딜로이트가 예상한 2025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536 테라와트시로,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2.0%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력 소모가 큰 생성 AI(Genera-tive AI) 훈련과 추론 활동이 여타 활용이나 애플리케이션(앱)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약 1065 테라와트시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면서 환경 영향을 줄이려면, 혁신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기술을 탐색하고, 이와 동시에 무탄소 에너지원의 활용을 늘려야 한다.
물론 2030년과 그 이후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소비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AI와 데이터센터의 프로세싱 효율성이 지속 개선되면 2030년에는 약 1000 테라와트시의 에너지를 소모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수년 내로 효율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1300 테라와트시를 넘어 전력 회사가 직접 영향을 받고,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10년간 AI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데이터센터 효율을 최적화해야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이퍼스케일러, 수요 증대에 맞춰 생성 AI 데이터센터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업계가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 AI를 중심으로 AI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 각국 정부와 기업도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지출은 2024년 약 2000억달러(약 293조8880억원)에서 2025년 2200억달러(약 323조2680억원)를 넘을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컴퓨팅 파워 및 서버 시스템(약 40%)과 냉각 시스템(약 38~40%)이다. 이외 내부 전력 조정 시스템이 8~10%, 네트워크 및 통신 장비와 스토리지(저장) 시스템이 약 5%, 조명 시설이 1~2%의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 AI로 막대한 용량의 전력이 필요하다면, 데이터센터 설계 시 대체 에너지원, 새로운 형태의 냉각 시스템, 에너지 효율성 개선 솔루션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생성 AI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하이퍼스케일러 등 데이터센터 기업은 컴퓨팅 파워를 지원하는 고밀도 인프라가 필요하다. 과거 데이터센터는 반도체 하나당 약 150~200W의 전력으로 구동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 의존했지만,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는 2024년 기준 1200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전체 AI 컴퓨팅 용량 또한 생성 AI가 본격화한 2023년 1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분기마다 50~60%씩 늘고 있다. 2025년 1분기까지 같은 속도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생성 AI 기반의 프롬프트 요청 처리는 인터넷 검색 결과를 도출하는 것보다 전력을 평균적으로 10배에서 100배 많이 쓴다.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하루 인터넷 검색 건수의 5%를 생성 AI 프롬프트 요청으로 바꾸면 8개 코어로 이뤄진 GPU가 평균 6.5㎾의 전력을 사용하는 서버 약 2만 개가 필요하다. 일일 평균 전력 소비량으로 따지면, 3.12 (기가와트시), 연 평균 전력 소비량은 1.14 에 달한다. 이는 미국 약 10만8450가구가 연간 소비하는 전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산업 전환의 기회
일부 국가는 2050년까지 전력 소비량이 이전과 비교해 최대 세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이런 추세를 부추긴다. 미국은 2026년 전국 전력 총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가 6% (260 )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은 2026년 전력 총수요량에서 AI를 포함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주요 전력원이 여전히 석탄이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가 대기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일정 지역에 집중돼 있고, 전력을 365일 24시간 사용한다. 이미 전동화 등 제조업 구조 전환으로 전력 수요 부담이 큰 첨단 기술 및 전력 기업은 더 복잡한 과제를 마주하게 된 셈이다. 전력 회사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면서도, 공급 신뢰성과 경제성을 사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새로운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 시설 개발과 구축 외에도 천연가스 발전소 신설 계획도 나온다. 다만 천연가스는 어쨌든 탄소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전력 회사와 각국의 탈탄소 목표 달성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있다.
막대한 전력을 쓰는 AI가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유틸리티 회사(전기, 가스, 물 같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AI를 활용해 기후와 전력 부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자산 성능을 점검하며, 재해 복구 속도를 끌어올리는 등 전력망 운용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과 신뢰성을 개선 중이다.
지속 가능 솔루션과 무탄소 에너지원 모색하는 빅테크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AI 데이터센터의 무탄소 전력 공급을 위해 에너지 기업과 전력 매입 계약 및 장기 계약을 맺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첨단 지열발전, 풍력·태양광발전 기술, 수력발전, 수중 데이터센터 등 유력 에너지 기술을 실험하고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을 펼친다.
또 온사이트 에너지 솔루션(기업 현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구매하는 것)이나 독립형 에너지 솔루션을 고려하거나, 장기 에너지 저장(LDES) 기술과 소형모듈원자로(SMR)에도 투자한다.
테크(IT) 및 유틸리티 기업이 청정에너지 기술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움직임은 산업 전반의 청정에너지 활용에 도움이 되고, 전력망의 탈탄소화를 앞당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미국 기업 중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하는 건 테크 분야다. 2023년 2월 28일부터 1년간 약 200건의 재생에너지 매입 계약을 추적해 보니, 테크 기업이 68% 이상을 조달했다. 인도의 경우 하이퍼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이 태양광 에너지 도입을 주도 중이다.
청정에너지 기술 규모 확대에는 테크 분야의 자본 지원이 앞으로 중요해질 전망이다. 테크 기업은 재생에너지 기업과 직접 협업하기도 하고, 유틸리티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한다. 전력 산업은 테크 분야보다 자금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테크 산업에서 유입되는 이런 자본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