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K 원장은 언제부터인가 가슴이 자주 답답해졌다.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의사 권유로 한동안 약을 먹었다. 하지만 귀찮기도 하고 더 이상 가슴이 답답한 증상도 없어 스스로 약을 끊은 지 4년이 넘었다. 그러던 어느날 K 원장은 아침에 출근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뇌졸중이었다. 그는 결국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몸 왼쪽을 모두 못 쓰게 되었다. 뇌졸중의 원인은 바로 부정맥이었다.
부정맥은 심장박동이나 리듬이 고르지 않은 것을 말한다. 동성 부정맥처럼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심방세동같이 치료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사망 위험이 있는 것도 있다. 심방세동은 심장박동이 심방 한 곳에서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고, 심방 내 여기저기 다른 근육에서 생겨서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병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심방세동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성인 인구의 약 1.1%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2.2%로 두 배 증가했다. 심방세동은 60대의 5.7%, 80대의 12.9%처럼 나이가 많을수록 급증한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며 심방세동 환자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심방세동에는 두 가지가 있다. 심방세동이 갑자기 일어났다가 잠시 후 사라지는 ‘발작성 심방세동’, 심방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떨리는 상태를 지속하는 ‘만성 심방세동’이 있다. 발작성 심방세동이 생기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게 느껴지고, 심하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도 온다. 심방세동이 생기면 운동 시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심방세동 환자는 종종 발작성 심방 세동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나, 많은 경우 증상이 전혀 없다.
심방세동은 대개 심장이 노화함에 따라 나타난다. 고혈압이나 심장 판막 질환, 심부전 및 협심증 같은 관상동맥 질환 환자에게 동반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 비만, 만성 폐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샘항진증), 카페인, 감염 및 당뇨병 같은 각종 대사 장애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특히 술과 관련 있다. 평소에는 맥이 정상이라도, 과도하게 음주한 당일 저녁 혹은 다음 날 발작성 심방세동이 발생할 수 있다.
심방세동 환자의 30%는 일생에 한 번 이상 뇌졸중을 경험한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여덟 배 높다. 승모판 협착증 환자의 경우 심방세동이 동반되면 사망 위험이 17배나 증가한다.
심방세동은 심전도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발작성 심방세동은 심전도 검사에서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심방세동이 의심되면 20~24시간 심전도를 기록하는 홀터 검사나 1~2주간 심전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 레코드를 해야 한다. 또한 심방세동은 고혈압과 판막 질환, 각종 심근병증 등이 원인일 수 있고 혈전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하므로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 같은 원인 질환이 있다면, 우선 그것을 교정하고 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심방세동 환자의 70%는 약물 치료를 한다.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고 부정맥으로 인한 뇌졸중을 줄여준다. 하지만 약물을 잘 복용해도 환자의 10% 정도는 여전히 뇌졸중 위험이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심장 판막 질환,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와파린 등 항응고제를, 위험 인자가 없는 환자는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폐정맥 주위에서 심방세동이 생기는 경우는 고주파를 이용해 비정상 심박을 일으키는 심근을 지지는 전극 도자 절제술이 효과가 좋다. 발작성 심방세동의 70~80%, 만성 심방세동의 60~70%가 완치 가능하다. 심장 판막 질환이나 심장 기형이 동반한 심방세동, 또는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전 색전증이 자꾸 재발한다면 심방에 미로와 같은 절개를 가한 후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 수술은 심장박동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심방의 수축을 감소시켜 심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