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타깝게도 인사부는 조직 내에서 가장 인기 없는 팀 중 하나다. 인기 없는 것을 넘어 때로는 구성원이 그들(인사부)을 싫어하고 미워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그냥 ‘가장 인기 없는 팀’이라고 단정 지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있었던 얘기다. 미국 와튼스쿨의 글로벌 HR(인적자원) 전문가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2015년 7·8월호에 ‘왜 우리는 HR을 싫어하는가(Why We Love to Hate HR)?’ 라는 칼럼을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인사부에 대한 지지율 회복은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에는 더 나빠질 이유와 징후도 보인다. 경영자(이를테면 CEO)와 인사부의 관계도 그렇다. 극과 극을 달리는 예도 있다. 어쩌다가 합이 잘 맞는 경우는 쓴소리 없이 최고경영자(CEO) 뜻대로 움직여 그런 일이 많다. 서로가 합리적으로 전체 조직을 위해 손발이 맞아떨어지면 좋은데, 인사부가 보수적 관점에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놓치면, 이 역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쉽지 않은 게 인사부의 역할과 그에 따른 역량 보유다. 그렇다면 그 오랜 시간 조직 구성원은 왜 인사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전략적 퍼실리테이터로의 전환
조직 규모나 업종을 불문하고, 인사부에 대한 내부 이해 관계자의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K사, Y사를 포함한 다수 국내 기업뿐 아니라, M사, L사, D사 등 다국적기업의 CEO 의견이나 해외 자료에도 인사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고, 공통점으로 발견되는 키워드가 있다. △인사부가 너무 전통적인 인사 행정과 관리에만 머물고 있다는 점 △시장 변화에 주도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점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생각지 못하고, 규정이나 절차 등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에만 매몰돼 있다는 점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이라는 점 △ 사람과 비즈니스에 관심과 애정이 없고, 소통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점 등이다.
변화가 디폴트(default·기본값)되고, 구성원 주도권이 강한 현대 기업 조직에서 인사부가 이런 비난의 키워드에서 벗어나려면 필요 핵심 역량을 논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세 가지 역할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인사부는 조직 구성원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소식이든 그렇지않든 구성원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 히말라야 최고봉에 도전하는 산악인이 정상 도전 전 베이스캠프에서 힘을 비축하고, 작전을 수립해 장도에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카운슬러, 코치이자 때로는 멘토로 조직 회복 탄력성의 엔진이 돼야 한다.
둘째, 인사부는 오퍼레이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주도적으로 한 템포 빠르게, 때로는 현업의 요청을 받아 프로세스상의 지뢰 작업을 해줘야 한다. 주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성원이 이행하는 데 편하도록 개선해 줘야 한다. 비즈니스 운영을 발목 잡은 맹목적 관습이나 규정을 과감히 개정하거나 폐지해, 오퍼레이션의 효율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 “규정이 이렇게 돼 어쩔 수 없다” 는 보수적인 공무원 같은 소리보다는 그 규정을 전략적으로 조정하지 못해 조직 전체가 안게 될 손실이나 놓칠 위험이 있는 잠재적 사업 기회나 가치가 무엇인지까지 내다봐야 한다.
셋째, 비즈니스 전진의 동력이 돼야 한다. 즉 인사부는 비즈니스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business enabler)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말로, 인사부가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등이 직간접적으로 비즈니스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의미다. 적시에 핵심 포지션에 맞는 최적의 인재를 조직 안팎에서 찾아내 안착시킬 수 있다면, 이는 단순히 헤드헌터에게 의뢰하고 직업 포털 사이트에 공고를 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방황하거나 조직 내 겉도는 인력의 수를 실질적인 성과 관리 프로그램이나 업무 재배치로 지속 감소시킬 수 있다면,전체 조직 내에서의 이견이나 갈등을 중재해 업무 우선순위를 효과적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면, 우리만의 검증된 문제 해결 방법론이나 프로젝트 진행 방법론을 모든 구성원에게 전파해 뿌리 내릴 수 있다면, 이런 인사부는 조직의 비즈니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인사부는 전통적인 지원 부서의 관점에서 벗어나 전략적 퍼실리테이터(조정 촉진자)로 변신해야 한다.

디지털과 포스트 팬데믹을 헤쳐나가는 역량
디지털 전환과 포스트 팬데믹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인사부 전문 역량의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 오늘날, 인사 전문가가 전통적인 포지션을 넘기 위해서는 다음의 추가적인 핵심 역량 보유와 강화에 깊이 매진해야 한다.
기술 vs 철학: 인사 전문가의 본질적 정체성
필자가 경험한 겨우와 메이저 헤드헌팅 회사의 사례를 복기해봤더니,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글로벌 기업 출신 임원을인사 책임자로 영입하는 데 관심이 많다. 다국적기업의 경우 이전보다 전통적 인사 전문가가 책임자 자리에서 내려오고, 비인사 전문가(non-HR, 재무, 마케팅, 전략 컨설팅 등) 출신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사례가 꾸준하다. 한쪽은 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고, 다른 한쪽은 전통적인 ‘인사쟁이’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양쪽 모두 이전과 다른 ‘KSA(knowledge, skill, ability·지식, 기술, 역량)’와 통찰력에 갈증을 느낀다는 것일 테다. 핵심 역량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 단계 더 뛰어넘는 본질까지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사부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건 상투적 표현이다. 팬데믹 물결 속에서, 디지털 기술의 급부상 속 구성원 기대가 변화하면서, 인사부는 진화된 게 아니라, 재정의되고 있다. 인사부의 인기가 없게 된 이유는 변화와 불확실성만 대응하다 보니, 우리(조직)의 친구라고 하기도 그렇고,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하기도 애매하며, 앞장서 구성원을 리드하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등 뒤에서 이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꼭 붙들어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인사부가 비즈니스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이 질문의 뿌리에는 ‘인사부가 본질적인 목적(purposes end results)과 비전으로 우리를 이끌 때 비즈니스 조직은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까’라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