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해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으로 마감했다.  /뉴스1
4월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해 137.22포인트(5.57%) 하락한 2328.20으로 마감했다. /뉴스1

트럼프 관세의 후폭풍이 거세다.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왔었지만, 막상 닥치니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동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혹자는 1970~8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오일쇼크를 말하고, 혹자는 1920년대 말~1930년대에 이어진 대공황을 언급하기에 이를 지경이다.

여하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관세 쇼크로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 같은 처지에 내몰리게 됐고, 가장 먼저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주식시장은 애초 기대와는 달리 공매도 재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급락했고, 원화 환율은 1달러당 1500원대를 바라보게 되었을 뿐 아니라 100엔당 1000원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는데, 당분간 이런 불안정성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 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더 큰 문제는 트럼프 관세가 예상 밖으로 광범위하고 강도도 세다는 점으로, 수출 감소는 물론 그동안 국내 기업이 쌓아 온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붕괴하면서 실물경제에 가늠할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대로 트럼프 관세가 지속하고 각국의 보복 관세가 이어지게 된다면, 올해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성장 경로를 복원하지 못한 채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내수 침체의 고리를 끊어 냄과 동시에 곧 들이닥칠 외수 충격에 대응해야만 하는 상황일 뿐 아니라 여차하면 연내 2차 추경 편성도 고려해야 할 판이다. 통화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주문해 오던 통화정책 당국도 단기적인 물가 리스크에만 민감히 반응할 것이 아니라 우선은 재정 정책과 시너지를 통해 성장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전념할 필요가 커 보인다. 물론, 통화정책 당국에 물가 안정 목표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2% 내외인 안정적인 물가 수준과 하락 전망이 우세한 국제 유가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통화 완화가 단기적으로 물가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트럼프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현실화하기까지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다.

통화정책 당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을지 모를 미국과 금리 차 확대에 의한 금융시장 리스크 발생 우려 역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올 연말 미국 연준(Fed·연준)의 기준금리는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하해 3.5%(상단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월 말 4.0%에 비해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즉,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현재 1.75%포인트인 미국과 금리 차가 추가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그만큼 작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방식이든 하루빨리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지해 왔던 수출 경기 악화는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또, 내수 침체 장기화, 대선을 앞둔 정치 불확실성 등 국내 리스크도 큰 상황으로 지금은 우리 경제가 위기인 만큼 제로 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총력을 다할 때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