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개봉한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혼란의 시대에 놓인 연약한 개인과 건축의 존재 방식을 교차시킨다. 주인공 라즐로는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수학하고 부다페스트의 공공시설을 설계한 유대계 헝가리 출신의 명망 있는 건축가다. 그의 아내 에르제배트 또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유학파 엘리트로, 헝가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광기는 부부의 균형 잡힌 삶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환영받지 못한 이민자
라즐로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행 선박에 몸을 싣고, 그 과정에서 아내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이별을 겪는다. 오랜 항해 끝에 뉴욕항에 도착한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자유의여신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의여신상 또한 라즐로처럼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다. 이 동상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제작한 선물로, 1885년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분해된 채 군함에 실려 뉴욕에 도착했다. 그러나 뉴욕 시민의 환대를 받으며 도시의 일원이 된 청동상과 달리, 홀로코스트를 피해 망명해 온 라즐로는 차별과 소외 속에서 이민자의 삶을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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