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5구에 있는  
파리 최초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플러스 파리의 빙수. / 사진 파리외노자
프랑스 파리 5구에 있는 파리 최초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플러스 파리의 빙수. / 사진 파리외노자

한류(韓流) 열풍이 불면서 ‘미식(美食)의 나라’ 프랑스 파리에도 다양한 한국 식음료(F&B) 매장이 들어서 있다. 한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식을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곳은 많지만, 한국인이 제대로 된 한식을 판매하는 곳은 드물다는 게 업계 사람의 평가다. 마카롱, 크루아상, 바게트 등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한국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플러스 파리(+82)’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조선비즈는 양민애 대표를 지난 1월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파리 5구에 있는 플러스 파리는 파리 최초의 한국식 디저트 카페다. 이 카페의 대표 메뉴는 붕어빵과 팥, 인절미 등 다양한 고명을 얹은 빙수다. 입구에 걸린 한글로 ‘안녕’이라 적힌 무명천, 테이블 대신 사용되는 소반, 달항아리 등 곳곳에 배치된 인테리어 소품이 한국의 정취를 가득 담고 있다. 메뉴판에는 프랑스어와 한국어가 함께 쓰여 있고, 카페에서는 한국 노래가 흘러나와 한국적 분위기를 더한다. 카페 이름은 양 대표가 한국의 국가 번호 ‘82’가 ‘파리’와 발음이 유사하다는점에서 영감받아 지었다. 

파리 유학생인 양 대표는 지난 2018년 5월 플러스 파리를 창업했다. 중학생 시절 프랑스로 조기 유학을 떠난 예술 학도가 카페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바로 아이스커피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양 대표는 “유럽에서는 아이스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찾기 어렵다. 학창 시절 파리에서는 스타벅스만이 유일하게 아이스커피를 팔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커피를 마음껏 마시고, 예술을 하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플러스 파리 내부. / 사진 플러스 파리
플러스 파리 내부. / 사진 플러스 파리

카페 창업을 결심한 양 대표의 눈에 당시 파리에 자리 잡은 여러 한식 레스토랑이 들어왔다. 한국 대중문화가 유럽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식 레스토랑을 찾는 외국인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양 대표는 “한식 레스토랑이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한국 카페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카페를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릴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양 대표의 예상대로 플러스 파리는 파리지앵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창업 초기와 비교해 매출이 300%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지인은 낯선 한국식 디저트를 오히려 새롭게 받아들였다. 플러스 파리는 입소문을 타고 창업 7년이 다 돼가는 현재, 현지인이 줄을 서는 카페로 발돋움했다.

메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양 대표의 그리움을 담아 선정했다. 양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여름에는 빙수, 겨울에는 붕어빵이라고 생각했다”며 “특히 빙수는 파리에서 낯선 음식이어서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 친구들과 빙수를 그리워했던 추억이 메뉴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프랑스인은 빙수와 붕어빵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고, 이 두 메뉴는 플러스 파리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물론 프랑스에서 한국식 디저트를 판매하는 데는 어려움도 따른다. 파리에는 한인 마트를 비롯한 식품 유통 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만, 다양한 한국식 디저트를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하려면, 복잡한 통관 절차와 비싼 배송비라는 장벽이 있다. 양 대표는 “더 다양한 K디저트를 현지인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한정적이라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플러스 파리 매장 입구에 현지인이 줄을 서있다. / 사진 플러스 파리
플러스 파리 매장 입구에 현지인이 줄을 서있다. / 사진 플러스 파리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양 대표는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플러스 파리를 ‘문화 교류’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카페 벽면은 한국 아티스트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매장은 공연 무대로 활용된다. 1월에는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한국 작가 강상미의 그림이 플러스 파리에 전시됐다. 양 대표가 7년 전 카페 문을 열었을 때도 한국 정서를 담은 사진전이 플러스 파리에서 열렸다. 한국 작가들과 협업은 카페 오픈 초기부터 시작됐다.

한과 업체와 디저트 컬래버레이션, 한국 작가와 북토크 등 다양한 문화 협업이 플러스 파리에서 이뤄졌다. 그중 양 대표가 가장 기억에 남는 협업으로 꼽은 것은 2023년 7월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진행한 팝업스토어다. 양 대표는 당시 ‘한국의 미’를 주제로 열린 팝업스토어에 대해 “한국 장인들의 제품과 단청 등 고유한 한국의 미를 소개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같은 해 5월 열린 한인 음악가 ‘미와 & 여레’의 피아노와 하모니카 듀오 콘서트도 양 대표가 애정을 가진 행사 중 하나다.

양 대표는 플러스 파리를 기반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0년에는 더 넓은 공간에서 전시에 중점을 둔 카페 ‘파리 다방’을 두 번째 프로젝트로 선보였으며, 올해 중으로 한국 관련 전시와 팝업 행사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을 파리에 오픈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을 원하는 아티스트와 업체에 발판이 돼 줄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준비 중인 복합 문화 공간을 통해 파리에서 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파리지앵에게 한국의 매력을 더 깊이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Plus Point

트립닷컴 ‘2025 베스트’ 랭킹 한국 식당 다수 포함

글로벌 원스톱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이 4월 15일 발표한 ‘2025 트립.베스트(Trip.Best) 글로벌 랭킹’에서 한국의 식당이 다수 포함됐다.

트립.베스트는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에 사용자 리뷰, 전문가 평가 등을 결합한 큐레이션 서비스다. 글로벌 관광객이 숙소, 명소, 음식, 나이트 라이프 등에서 최고의 경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시간 여행 가이드다. 매월 숙소, 관광지, 레스토랑 등을 종합 평가해 트립닷컴 웹사이트 및 앱에서 다양한 언어로 제공한다. 이 중 매년 상위 100개를 선정해 글로벌 랭킹을 매긴다.

‘파인 다이닝(Fine Dining)’ 부문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밍글스’와 서초구의 ‘스와니예’가 한식 대표 주자로 뽑혔다. 

‘뷰 맛집(Scenic & Experiential Dining)’ 부문에서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시그니엘 서울 81층 한식 파인 다이닝 ‘비채나’와 프렌치 파인 다이닝 ‘스테이’, 영등포구 63빌딩 59층 유러피언 파인 다이닝 ‘워킹온더 클라우드’ 등이 소개됐다. 

‘현지 풍미(Local Flavors)’ 부문에서는 서울 중구 ‘오다리집(간장게장)’과 ‘왕비집(숯불갈비)’이 선정됐다.

‘야경 명소’를 선정하는 ‘나이트 라이프(Nightlife)’ 부문에선 ‘N서울타워’가 5위로 상위권에 올라 유서 깊은 프랑스 파리 ‘센강 유람선(33위)’보다 높게 평가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이번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아름다운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랑의 자물쇠’ 같은 로맨틱한 요소와 ‘케이블카’ ‘전망대’ 등 다양한 체험 요소를 보유해 야간에도 즐길 거리가 풍부한 점이 선정 이유다.

김송이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