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적인 조직 문화 요소 1순위로 ‘협업’이 꼽힌다. 이런 협업에 대해 직장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진의 법칙’이라는 책을 쓴 조직 혁신 전문가 테레사 애머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해당 연구는 성공적인 조직 문화의 요소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이 작성한 약 1만2000개의 일기를 분석했는데, 조직 구성원이 최고의 하루로 꼽은 날 가운데 1위는 ‘전진(일상적인 업무에서 한 걸음 이상 성장)’한 날이었고, 2위는 동료 구성원과 ‘협업한 날’이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최악의 하루로 꼽힌 1위도 협업한 날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실무자 입장에서 협업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반대로 최악의 갈등도 유발하는,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일까. 누구나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지만, 실제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하는 조직은 흔하지 않다. 2018년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국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 세 명 중 두 명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협업 역량을 ‘보통(평균) 이하’라고 평가했다.
협업이 힘인 이유…사람 문제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성공적인 협업은 힘든 것으로 여겨진다. 그 이유는 기술이나 자본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어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마련이다. 또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이 다른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안 맞는 사람과 일을 하느니, 차라리 혼자 다 하는 것이 때로는 힘이 덜 든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 ‘내 방식만 옳고, 남은 잘못된 방식으로 일한다’라는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협업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줄이고자 한다면, 시스템이나 제도를 만들기에 앞서 조직 구성원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경향부터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리더는 구성원의 관점을 넓혀주는 확장 작업을 해야 한다. 협업 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갈등은 사실 어떤 현상이나 대상을 어떻게 보는지, 즉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크로스팀 프로젝트(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각 팀에서 가진 자료를 모으려고 하는데, 한 팀에서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를 보내왔다면 프로젝트의 책임을 지고 있는 부서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해당 팀의 업무 특성상 데이터 맥락을 중요하게 여겨, 목적과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데이터를 가공해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는 걸 프로젝트 책임 부서가 알게 되면 불편함의 강도는 훨씬 약해질 것이다. 상대(해당 팀)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의에서 ‘데이터 전달 가이드라인’을 공유한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리더는 상황과 맥락 짚는 중재자 돼야
따라서 리더는 구성원의 시야로는 보기 어려운 상황과 맥락을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본인 입장을 벗어나 ‘상대의 입장과 어려움’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을 리더가 구성원에게 던져, 구성원 각자가 먼저 상대를 도울 방법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해 구성원의 협업에 대한 심리 장벽을 낮추는 것만으로 리더의 할 일을 다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일, 도와줄 사람 있나요?’라는 말에 선뜻 나서는 사람부터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구성원 입장에서 자발적인 협업은 위험 부담이 크다. 자기 업무만으로도 일이 힘든데, 시간을 쪼개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그 일을 도와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없거나 오히려 본인의 업무 성과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작하는 협업이라도 구성원 개개인이 기꺼이 나서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더욱이 ‘공정’에 민감한 요즘 세대 구성원일수록 ‘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협업은 부담을 넘어 손해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와 조직이 할 일은 단순하게 ‘협업하라’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을 찾아내 그 기여와 노력이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MS로부터 배워라
올바른 조직 내 협업을 만들어냈던 기업으로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과거 기업 문화가 ‘직원끼리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태’로 불릴 정도로 부서 간 경쟁이 심했다. 이런 MS가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도입한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평가 방식의 개선이었다.
MS는 개인 목표 달성으로 성과를 평가한 기존 방식 대신, 협업을 강조한 새 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구성원 중 A라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A 단독 업적을 평가하고, A가 다른 구성원의 업적에 기여한 내용도 함께 평가한다. 또 A가 낸 업적에 다른 구성원의 아이디어와 노력은 없었는지도 살핀다. 구성원 개인의 성과와 함께, 구성원 전체의 기여도까지 평가한 것이다.
MS처럼 평가 방식을 뜯어고쳐 구성원 간 협업을 독려할 수 없다면, 회사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인사 평가는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혹은 분기에 한 번 할 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가진 평소의 태도다.
협업의 가치 높이는 건 리더
협업하는 구성원의 기여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협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건 리더다. 때문에 리더는 업무 과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꼼꼼히 파악하고, 반드시 모두의 성과임을 구성원에게 알려줘야 한다. 예컨대, 김철수 과장이 30억원 프로젝트를 계약하는 성과를 냈다면, 앞서 제안서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팀원, 바쁜 김 과장을 대신해 기존 업무를 지원한 팀원, 프로젝트 일정을 맞출 수 있도록 인력을 지원한 타 부서원이 있고, 이들 모두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가 있음을 리더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만일 리더가 특정 프로젝트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늘 지켜보고 있고, 이와 동시에 기여에 대해 인정한다는 확신이 구성원에게 생길 때 구성원은 그 어떤 협업이라도 자발적으로 움직이려 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함께 일할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그 과정이 즐겁고, 결과 역시 인정받을 수 있다면, 함께 일하지 않고, 나 혼자만 일하겠다는 구성원은 점차 조직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 가는 문화는 시스템과 제도만으로는 결코 완성될 수 없다. 리더의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만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조직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