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이하 현지시각)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던졌다. 모든 국가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을 포함한 56개국과 유럽연합(EU·27개 회원국)에는 기본 관세에 추가 관세를 얹은 고율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기본 관세 부과는 4월 5일 시작했고, 국가별 상호 관세는 4월 9일 발효됐지만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트럼프는 국가별 상호 관세 유예 이틀 전까지만 해도 “유예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한순간에 입장을 바꿨다. 90일 유예로 전 세계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연출했다. 하지만 전 세계 투자 시장에 ‘트럼프 불확실성’은 여전한 악재다. 무엇보다 미·중 관세전쟁이 정면충돌을 불사하는 ‘치킨 게임’으로 격화하면서 전 세계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자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근거 없는 전제와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무역 적자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이라는 주장부터 모든 양자 간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 등 모든 전제가 틀렸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다른 국가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문제라는 게 필자의 지적이다. EU, 캐나다, 중국이 이미 대응 조치를 발표했고 다른 나라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 부담을 대부분 외국 수출 업체가 진다는 가정도 잘못됐다고 지적한 필자는 거의 모든 부담은 미국인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차트를 들고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차트를 들고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 로이터연합

전 세계가 트럼프의 ① 해방의 날 선언에 충격에 빠졌다. 그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 인상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에서 제조돼 미국 도매상에 20달러(약 2만8500원)에 팔리던 신발은 이제 최소 27달러(약 3만8500원)가 될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가 유럽에서 200달러(약 28만5000원)에 수입하던 기계 부품 가격 역시 최소 240달러(약 34만2000원)로 오를 것이다. 

트럼프는 이번 관세를 ‘상호적’이라고 주장하고, 관세 인상 폭은 국가마다 다르게 설정했다. 콩코민주공화국(DRC)에는 11% 생피에르 미클롱과 레소토에는 50%를 부과한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전 세계 증시는 급락했고,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번 관세가 미국으로 제조업 일자리와 생산을 되돌려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며, 현재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인 미국의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는 무역 적자가 실제로 중요한지 그리고 언제 중요한지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1976년 이후 지속된 미국의 무역 적자가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관세율에 대한 트럼프의 설명은 근거 없는 전제와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것이다. 첫 번째 잘못된 가정은 트럼프가 모든 무역 적자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캐나다가 미국에 비해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한다면, ‘캐나다인은 미국인을 속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제는 자연적인 경제의 힘을 무시하고 있다. 미국의 정책 입안자가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수출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비난하고, EU는 규제를 비관세장벽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무역 적자는 비교 우위와 다자간 관계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은 DRC에서 원자재와 중요한 금속을 수입하지만, DRC는 고품질의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산 제품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도에서 값싼 제조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무역 흐름은 미국의 DRC에 대한 적자를 의미한다. 어떤 불공정한 관행이 없더라도 무역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위스는 관세가 거의 없지만, 트럼프는 스위스의 대미 수출에 32%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두 번째 잘못된 가정은 트럼프가 모든 양자 간 무역수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가정하지만, 이는 다자간 무역이 이뤄지는 세계경제에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가 미국에 목재를 수출하고, 미국은 유럽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유럽은 캐나다에 기계를 수출할 경우 아무리 공정하고 상호 이익에 기반한 규칙과 관행이 적용되더라도 각각의 양자 간 무역 관계는 불균형을 보일 수밖에 없다.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스웨스턴대 중국경제연구소 디렉터, 전 하버드대 웨더헤드 국제관계센터 연구원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스웨스턴대 중국경제연구소 디렉터, 전 하버드대 웨더헤드 국제관계센터 연구원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트럼프가 관세정책을 설계하면서 관세 시행 이후에도 환율이나 미국의 수출 규모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다는 점이다. 이런 가정은 미국이 특정 국가에 한해 제한적이고 표적화된 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어느 정도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이 광범위하고 대규모의 무차별적 관세를 단행했고, 그 결과 미국 달러는 다른 주요 통화 대비 기록적인 가치 하락을 겪고 있다. 

세 번째 잘못된 가정은 트럼프가 다른 국가가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EU, 캐나다, 중국은 이미 대응 조치를 발표했으며, 다른 나라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잘못된 가정은 관세 부담 대부분을 외국의 수출 업체가 진다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건 (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의 25%만이라고 트럼프는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② 유명한 연구조차 실제로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미국인이 거의 전부, 즉 100%에 가까운 관세 인상 부담을 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자체 계산식에 따르더라도 관세는 발표된 수준의 4분의 1에 그쳐야 마땅하다. 게다가 백악관이 인용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③ 자신의 연구가 왜곡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렇게 지어낸 수를 사용하고 설득력 있는 경제적 근거가 없는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정책 도입은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전례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트럼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건 ‘관세정책으로 제조업 일자리와 생산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일본 자동차 산업을 겨냥했을 때는 일본 자동차 업체가 일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한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제조업은 1980년대보다 훨씬 자동화되면서 필요한 노동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관세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오히려 다른 국가가 국가 간 무역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인 ‘경제 대국’의 지위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지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미국의 관세 폭탄을 받은 나머지 국가가 연대해 미국에 맞선다면, 미국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Tip|

① 해방의 날은 트럼프가 3월 16일 기자단에 “4월 2일 상호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며 “그날은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의미한다. 그가 ‘해방’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전) 대통령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다른 나라에 넘겨줬다”고 주장한 만큼 그런 시대를 끝내고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완성하는 시대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② 유명한 연구(트럼프가 미국 소비자가 추가 비용의 25%만 부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는)는 2019년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주관으로 데이비드 웨인스타인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매리 아미티 뉴욕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레딩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New China Tariffs Increase Costs to U.S. Households’다. 해당 연구는 2018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첫 번째 관세를 근거로 미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25%라고 분석했지만, 2019년 5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에 대해서는 100%에 가까운 수준의 추가 비용, 즉 가구당 419달러(약 59만8000원)가 부담됐다고 했다.

③ 브렌트 니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4월 7일 트럼프가 상호 관세율 산정 근거로 제시한 자신의 연구가 잘못 해석됐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중국에 부과한 관세가 미국의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뜻하는 수입 가격탄력성이 0.95에 가깝다는 내용의 논문 결과를 발표했는데, 트럼프는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수입 가격탄력성을 0.25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0.95라는 수치를 사용해 계산했다면, 관세율이 트럼프가 발표한 수준의 최대 4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니먼 교수는 “상호 관세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낸시 치안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

정리=윤진우 기자

정리=박서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