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1907. / 사진 위키피디아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1907. / 사진 위키피디아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파블로 피카소의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예술 창작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자 그가 스스로를 설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동시대 많은 예술가의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차용하고 융합했다. 그러나 단순한 차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철저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기에, 그는 오히려 ‘위대한 예술가’가 됐다.

그 시발점이 된 작품이 바로 유명한 1907년 작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르네상스 이래로 이어져 온 중심 원근법은 모든 것을 하나의 고정된 시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폴 세잔은 자연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시선이 단일 시점에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사물의 외형보다는 그 사물의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공간을 시각적으로 무게와 균형에 맞춰 배열하는 시도를 했다.

‘아비뇽의 처녀들’에서 피카소는 이러한 세잔의 공간에 대한 시각과 아프리카 원시 조각의 추상성을 차용해, 인체를 기하학적 단위로 분할하고, 많은 시점을 하나의 화면에 결합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통적인 누드화가 아닌 날카롭고 분리된 신체 모양으로 표현되며, 다섯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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