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자원 재분배를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애덤 포즌(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이같이 들려주며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포즌 소장은 한국의 재벌 시스템이 기업 지배구조와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재벌을 여러 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하고, 특정 주주의 과도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라고 했다.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외부 위협이 닥칠 때마다 경제 상황이 흔들리는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포즌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가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촉진하면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많이 성장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정부 보조금 정책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포즌 소장은 2013년부터 미국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24년 11월 한국경제인협회와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 주제의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미 하버드대 정치경제학 박사, 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 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 미 하버드대 정치경제학 박사, 전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 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배구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어떻게 보는가.

“한국의 지배구조는 ‘재벌(chaebol)’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독특하다.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기업 지배구조와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자원 재분배를 위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를 연구한 대부분의 경제학 보고서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상황을 통해 입증된 것과 같이 재벌 시스템은 한국의 공공 정책 결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벌 시스템이 이룬 훌륭한 성과와 그들이 거느리는 일부 회사는 확실히 세계적 수준의 업적을 이루었지만, 더 나은 지배구조가 있었다면 더 좋은 성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이미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수년간 주장한 것과 같다. 재벌을 여러 개의 독립적인 회사로 분리하고, 특정 주주의 과도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 또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자원 재분배를 위한 반독점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제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정책적 조언은.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보다 중견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여성과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을 촉진하면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더 많이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육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정부 보조금 정책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 내 불평등 문제가 경제성장을 막는다는 주장도 있는데.

“한국 내 불평등이 재벌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일부 가문과 집단이 부를 갖고 있지만, 규제와 법률을 통해 재벌의 과도한 영향력이 차단되면 이로 인한 불평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미 이런 사례는 많다. 현재 한국 내 불평등 문제는 기업의 지배구조보다 정치적인 문제가 원인이다. 청년층 취업률이나 여성의 경제적 자립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가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

포용적인 경제 모델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여성에 대해 더 나은 대우를 제공하면 모든 것이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또 현재 한국인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외국인 근로자가 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경제 모델을 내놔야 한다.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를 분산시키는 것도 포용적 경제 모델에 중요하다.”

한국이 참고할 만한 다른 나라 기업 지배구조 개혁 사례가 있을까.

“일본, 영국, 캐나다의 개혁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일본의 케이레츠(Keiretsu·일본의 기업 계열화를 뜻하는 용어) 개혁, 중국의 민간 산업 발전, 미국·영국·프랑스의 기업 규제 완화 등을 참고하면 좋다.”

일본은 1990년대 경제 침체 후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고, 그중 하나가 ‘케이레츠 해체’가 있다. 일본의 케이레츠 시스템은 대기업 간 상호 연관된 지분 구조로, 비효율적인 경영을 초래했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정부는 이 시스템을 해체하면서 기업이 더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은 외부 주주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게 됐고, 더욱 투명한 경영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이 1992년 도입한 ‘기업 지배구조 코드’는 기업이 보다 투명하게 경영하고 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의 독립적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 이상의 참여를 촉진하는 내용 등이 주를 이룬다. 

캐나다가 2005년 도입한 기업 지배구조 코드도 비슷하다. 이사회와 외부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 권리를 강화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운영의 유연성과 더 강한 책임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나.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문제다. 기업 책임의 요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따라 다르다. 정의가 모호하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책임 요구는 의미가 없다. 특정 회사나 산업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유연하게 가져가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부모에게 제공하는 정책 보조금을 태어나는 아이에게 돌려 금융시장에 투자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돈이 시장에 돌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경제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증진시켜야 한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은 더 공정한 부의 분배, 경제적 기회 촉진을 넘어 한국 경제의 모든 부문을 개선할 것이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를 분산시켜야 한다.” 

Plus Point

트럼프發 관세 폭탄 충격에
韓 성장률 전망 1.0%로 뚝뚝

윤진우 기자

IMF, 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기구의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MF는 4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5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다. 지난 1월 발표한 전망치 2.0%에서 불과 3개월 만에 1.0%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성장률 1.0%는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다. IMF는 한국의 전망치 하락 폭은 주요국과 비교해 두드러지게 크다. 미국(2.7%→1.8%), 일본(1.1%→0.6%), 유럽연합(EU·1%→0.8%)과 비교하면 한국의 하락 폭은 2배에서 5배에 달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주요 피해국으로 한국을 꼽은 것이다. IMF에 앞서 OECD(2.1%→1.5%)와 ADB(2.0%→1.5%)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비슷한 시기 한국은행(1.9%→1.5%)과 한국개발연구원(KDI·2.0%→1.6%)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유독 낮은 건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했지만, IMF는 실제 부과 가능성이 크고 부과될 경우 한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