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약 2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추기경단과 스위스 근위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큰 사진).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善終)했다. 향년 88세. 뇌졸중과 심부전이 사인이었다.
1936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문제로 사임한 전임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이후 12년 동안 청빈하고 소탈한 행보로 사랑을 받았다. 2월 14일 폐렴이 확인되면서 한때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후 상태가 호전되며 선종 전날인 4월 20일 부활 대축일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수회 출신 성직자로서 ‘가난의 서약’ 실천을 위해 즉위 이후 무보수로 봉사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재산은 100달러(약 14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을 찾아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했다. 2021년에는 천주교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땅을 밟아 무장 테러 희생자를 위로하기도 했다(사진 2).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각국 지도자의 애도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었다. 열심히 일했고, 세계를 사랑했다”고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자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기도를 통해 희망을 주고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고 언급했다. 4월 22일 사후 공개된 언론 기고문에서 교황은 “평화엔 전쟁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분쟁 종식을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는 4월 26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엄수됐다. 교황은 유언에 따라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