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한국이 ‘K푸드’를 가장 많이 수출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42개 주 560여 매장을 둔 트레이더 조에서 한때 김밥 품절 사태도 있었다. 이처럼 미 전역에서 K푸드가 인기를 끌고, 현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데는 K컬처의 인기가 한몫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한국 음식 현지화를 위해 노력한 한인 2세 사업가의 꾸준한 노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7년 뉴욕에서 김치 업체 ‘마마 오스 김치(Mama O’s Kimchi)’를 창업한 키딤 오(Kheedim Oh·오기림) 대표가 대표적이다. 마마 오스 김치는 현재 홀푸드 마켓 같은 미 식료품 체인과 대학, 식당 등을 통해 미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오 대표는 2021년 뉴욕한국문화원이 뉴욕 인근에서 활동하는 성공한 한인을 소개하는 ‘K뉴리더스’ 프로그램 첫 번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창업 초기엔 지하철로 김치 옮겨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난 오 대표의 창업 전 경력은 식품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오 대표는 대학(워싱턴 D.C. 소재 아메리칸대)을 졸업할 즈음부터 디스크자키(DJ) 활동을 시작해 14년간 DJ로 활동했고, 콘서트 기획과 음악 제작 등의 일도 했다. 오 대표는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창업한 게 아니다”라며 “당시 현지에서 판매되는 김치는 전통적인 김치 맛과 거리가 멀었고, 원하는 김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 김치가 그리웠던 오 대표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뉴욕에 살던 오씨는 메릴랜드주의 어머니를 찾아가 김치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고, 소중한 한국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을 더해 직접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주머니엔 50달러(약 7만1000원)가 전부였다. 그는 “왕복 버스비로 20달러를 쓰고, 나머지 돈으로 배추·고춧가루 등의 재료를 샀다”면서 “오래된 아이스 가방에 직접 담근 김치를 담아 뉴욕으로 날랐다”고 했다.
뉴요커는 전통 레시피로 담근 김치에 열광했다. 오 대표는 “김치를 먹어 본 적은 있지만, 맛없는 김치를 먹었던 미국인에게 우리 김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오 대표는 창업 초기 지하철로 김치를 옮겼다. 이후 브루클린 상공회의소 같은 단체의 소상공인 대상 지원을 받아 자리를 잡았다. 현재 마마 오스 김치는 외주 없이 뉴욕 퀸스 공장에서 모든 김치 제품을 만든다.
마마 오스 김치는 오 대표가 인기 리얼리티 TV 쇼 ‘샤크 탱크(Shark Tank)’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샤크 탱크’는 미국 ABC에서 방영 중인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자기 아이템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오 대표는 “식품 박람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샤크 탱크’ 출연 기회를 얻었다”며 “‘샤크 탱크’ 출연은 우리 사업에서 투자 대비 수익(ROI)이 가장 높았던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회사 이름을 어머니 성에서 따와 지었다. 오 대표는 “어머니는 현재도 마마 오스 김치의 최고 품질 감시관(CQI)”이라며 “주기적으로 어머니께 김치 샘플을 보내는데, 어머니는 언제나 제품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준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불교에서 유래한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 삶’이라는 철학을 갖고 생활하는데, 회사 운영에도 이 철학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배추김치인 오리지널 김치로 시작한 마마 오스 김치는 현재 비건 김치, 김치 칠리(핫 소스), 김치 플레이크(시즈닝), 김치 페이스트(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인 식습관에 맞춰 다양한 김치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각 제품의 기반이 되는 김치 맛은 한국 전통 김치의 것을 유지하고 있다고 오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태어난 것 외에는 미국 시장을 위해 맛을 조정한 부분은 없다”면서 “‘진짜’ 김치를 판매하는 게 우리 강점”이라고 했다.
전통 김치 맛 유지하며 제품 다양화
특히 마마 오스 김치의 김치 페이스트는 세계 최초로 상온 보관이 가능한 김치 양념 제품이다. 오 대표는 김치 페이스트에 대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했다. 대부분 한국 가정용 김치 레시피는 정량화 되지 않았다. 마마 오스 김치 역시 어머니 레시피를 기반으로 재료 무게에 따라 그때그때 맛을 조절하며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 대표는 제조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줄이고, 맛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치 페이스트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마마 오스 김치는 단순히 한국 김치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 문화’를 알리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김치 장독대를 축소한 듯한 2분의 1갤런(약 1.9L) 크기의 김치 보관용 옹기와 한국 김장에서 사용되는 핑크색 고무장갑 등을 판매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한, 매년 여름 ‘김치 팔루자(Kimchipalooza)’ 를 개최해 무료 김치 만들기 체험, 매운 김치 먹기 등 김치를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 대표는 올해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김치 축제를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 북동부 지역에 집중했던 마마 오스 김치는 활동 무대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김치 제품을 미 전역 소매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치 페이스트 등의 소스류 또한 소매 및 식자재 공급망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통한다.
오 대표는 “최근 세계 최대 규모 식품 서비스 회사 중 하나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우리 제품이 미 전역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예정”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공들여 추진한 프로젝트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오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마마 오스 김치 경영 철학에 대해 “우리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팀원을 먼저 돌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업 초창기부터 직원과 함께 식사했다는 오 대표는 이를 통해 직원의 건강을 챙기고, 모두가 동등한 관계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문화는 조직 최상위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면서 “우리 목표는 최고 제품을 만들고,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분기 K푸드 관련 수출액 4조5000억원… ‘매운맛’이 성장 견인
세계적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분기 K푸드 플러스(전후방 산업 포함) 수출액이 4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라면, 김치, 불닭소스 등 한국의 ‘매운맛’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K푸드 수출을 견인했다.
4월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푸드 플러스 수출액(잠정)은 지난해보다 7.9% 증가한 31억8000만달러(약 4조5124억원)로 집계됐다.
농식품 수출액은 2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하며 역대 1분기 최고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농식품 중 가공식품은 품목별로 라면(3억4300만달러), 과자(1억7400만달러), 음료(1억5600만달러), 쌀가공식품(6300만달러)순으로 수출액이 컸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해 라면은 27.3%, 과자 5.5%, 음료 4.5% 증가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쌀가공식품은 0.1%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매운맛 유행이 확산하면서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라면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온·오프라인 유통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홍보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