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3. /기아 제공
EV3. /기아 제공

기아 EV3는 브랜드 전기차 전용 상품인 ‘EV’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로, 기아가 전기차 캐즘(chasm·혁신 제품이 대중화하기 전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것)을 넘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차다. 2024년 7월 출시 이후 2025년 3월까지 1만8569대가 팔렸는데, 같은 기간 경형 전기차인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1만303대), 아이오닉5(9024대) 등과 비교해도 EV3의 판매량이 많다. 명실상부 기아의 대표 전기차다.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기반으로 한 앞바퀴 굴림형 전기차로, 58.3kWh(킬로와트시)급 배터리를 얹은 스탠더드 모델과 81.4kWh급 롱레인지로 구성됐다. 

시승 차는 롱레인지 버전으로, 19인치 타이어를 조합했으며, 정부 신고 에너지 효율에 따른 1회 충전 주행거리(배터리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501㎞다. 

미래 차 디자인… 조금 복잡한 느낌도

기아의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 를 기반으로 외관이 디자인됐다. 역동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전면의 매끄러운 후드(엔진 덮개)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처럼 보이고, 그릴 부위를 중심으로 한 타이거 페이스(호랑이 얼굴·기아의 전면 디자인을 이르는 말)가 전기차답게 말끔하다. 기아 디자인 통일성을 상징하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주간 주행등)과 수직 배치 헤드램프는 대담해 보인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선(루프 라인)으로 측면의 역동성을 그리고 있다. 여러 부위를 은색의 크롬 장식으로 꾸몄고, 휠 아치(바퀴를 감싸는 부위)는 고광택으로 마감됐다. 앞문은 플래시 타입(튀어나오는) 문손잡이를, 뒷문은 시크릿 문손잡이(문짝에 손잡이를 숨긴 형태)로 공기역학 구조와 첨단의 느낌을 완성했다. 후면은 굵게 좌우 양옆으로, 또 C필러(차를 앞에서 봤을 때, 승객석을 받치는 세 번째 기둥)까지 이어지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트가 인상적이다. 

EV3 외관은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이나 보는 사람에 따라선 복잡하다고 느낄 법하다. 각 부위의 요소가 덕지덕지 많고, 고광택 소재로 번쩍거리며 디자인 선이 혼재해서다. 디자인적으로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불황일수록 화려한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말이 있는데, 판매 전략 측면에서 EV3 외관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실내는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5인치 공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정보+즐길 거리) 스크린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다. 각 스크린이 길게 이어져 있어 첨단의 느낌이다. 이 스크린을 통해 전기차에 꼭 필요한 배터리 등의 정보와 즐길 거리 등을 즐길 수 있다. 주행 중 눈을 현란하게 한다는 느낌도 있지만, 주행 중에는 12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또 과속 단속 구간 등에서 실내 조명색이 달라지는 앰비언트 라이트 시스템을 넣었다. 이 점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EV3는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에 속하는데, 저가 플라스틱 소재 등을 사용한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보이지 않게 감췄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최대 120㎜ 늘어나는 센터 콘솔 테이블은 재미 요소다. 평평해서 노트북 등을 올려두고 업무를 하기가 좋다. 다만 그 아래로 수납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지 않고, 개방해 둬서 자잘한 물건을 놓을 자리가 없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460L인데, 양 끝단이 바퀴 등의 공간 침범으로 넉넉한 느낌은 아니다. 골프 가방 하나를 가로로 싣기 어렵다. 트렁크의 대각선 길이도 1300㎜에 불과해 실용성을 강조한 전기 SUV로서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EV3 실내. /기아
EV3 실내. /기아

전기차 멀미 줄인 기능… AI 도우미도 넣어

시승 차에 앉아 전원(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시동이 아닌, 전자 기기처럼 전원을 켜고, 끈다)을 켜니, 배터리 잔량은 85%쯤이고, 주행 가능한 거리는 470㎞ 내외였다. 주행 환경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에 신고된 연료 효율은 복합 5.4㎞/kWh인데, 가속페달을 어떻게 밟느냐, 급제동은 얼마나 하느냐, 날이 춥냐, 덥냐에 따라 이 효율은 크게 달라진다. 최대한 전기를 아껴 달린다면 kWh당 7㎞가 넘는 효율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보다 고속도로에서 더 효율이 떨어진다는 특성이 있기도 하다. EV3 역시 그랬다. 평소 장거리 운전이 잦다면 생각해 볼 지점이다. 

전기모터의 높은 출력으로, 내연기관처럼 차를 몰았다간 급가속과 급제동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발끝의 감각을 최대한 세밀하게 조절해 운전했더니, 원하는 성능을 내는 게 기아가 이 차를 신경 써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바퀴를 굴리는 모터의 힘은 최고출력 150㎾, 최대 토크 283Nm(뉴튼미터·엔진의 힘을 나타내는 단위)에 달한다. 무지막지한 힘은 아니지만,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이 좋다. 회전 구간에서 차가 뒤뚱거리는 일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거친 노면에서는 바퀴와 차체로 충격이 분산돼 안락한 승차감을 낸다. 

전기차 최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멀미는 회생제동 에너지를 최대한 가져다 쓰려는 전기차 설계 구조 탓이다. EV3는 이런 멀미를 최대한 줄이면서 회생제동 에너지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데,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에서는 최초로 i-페달 3.0이라는 기능을 넣었다. 해당 기능은 운전대(스티어링 휠) 뒤쪽의 레버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데, 오토(자동)에 맞추면 차 속도에 맞춰 감속과 제동이 이뤄진다. 시속 9㎞ 이하 저속에서도 기능하기 때문에 도심 정체 상황에서도 효율적으로 차를 몰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센서를 통해 감지한 앞차와 거리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정지도 한다. 

기아에서는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기능을 넣었다. 사람의 말을 그대로 인식해 각종 기능을 제어하고, 지식을 검색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게임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모두 음성으로 명령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EV3는 에어, 어스, GT-라인 트림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스탠더드, 롱레인지로 판매된다. 가격은 최근 출시된 2025년 기준으로 가장 값싼 스탠더드 에어 3995만원부터 가장 비싼 롱레인지 GT-라인 4895만원이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