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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골프를 할까, 테니스를 할까’ 그러다 우연히 균형 잡힌 몸을 가진 수영 선수의 사진을 보고 자신도 그러한 몸매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수영을 하기로 했다.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했지만 좀처럼 몸에는 변화가 없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수영 선수의 몸은 연습의 결과가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신체 조건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라는⋯.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사람이 화장품 광고를 한다. 소비자는 화장품을 열심히 바르면 자신도 모델같이 예뻐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델은 화장품 때문이 아니고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신체 조건이나 나이, 근력 등과 상관없이 우즈의 스윙을 열심히 따라 하면 자신도 타이거 우즈 같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타고난 특성을 특정 활동의 결과로 인식하려는 심리적 편향을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이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인지 편향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 원장 -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 학원 교수, ‘리더의 오판’ 저자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 원장 - 전 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 원장, 전 동국대 경영전문대 학원 교수, ‘리더의 오판’ 저자

생성 AI(Generative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자, 모든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벤치마킹’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보이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도 자주 쓰는 전략이다. 그러나 너무 쉽고 단순해 보이기 때문에 조만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게 하고, 잘못된 처방으로 오히려 더 큰 함정에 몰아넣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고유의 문화, 특성, 행동 양식이 있다. 자기 DNA를 어떻게 발현시키는가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영국 대형 유통 업체 테스코는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는 후발 주자 독일 알디의 ‘초저가 자체 브랜드’ 전략을 따라 했다. 별도의초저가 상품을 개발했고, 매장 진열대에 경쟁 상품 가격까지 함께 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하지만 이 방식은 테스코의 강점인 간결한 가격 책정 시스템을 교란했고, 오히려 큰 손실이 발생했다. 자사만의 강점보다 경쟁사의 성공 요인에 집중한 참담한 결과다.

성공 비법을 찾기 위해 성공 사례만을 분석하고 실패 사례는 철저하게 무시해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 심리적 오류를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전략을 구사한 100개 회사 중 단 하나의 기업만 성공한 경우, 그 기업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한다는 것은 곧 99% 실패 전략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또한 10개 종목에 투자했다가 9개 종목은 완전히 파산하고 1개 종목만 500%의 수익을 냈다면, 전체적으로 원금의 반이나 사라졌지만, 성공한 종목만 보면 엄청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펀드매니저가 성공한 1개만 강조하며 자신을 미다스의 손을 가진 뛰어난 투자자로 포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존자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성공 기업보다는 오히려 실패 사례를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관점, 기준에 맞춰 해결하려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쟁력과 관련 없는 엉뚱한 내용을 모방하고 적용하느라 버려지는 귀중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성공 기업은 다행히 실패 기업에서 일어났던 일이 안 일어났을 뿐이다. 결코 성공에는 ‘쉽고 빠른 길’이란 없다. 그러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성공 사례는 ‘거시적 관점에서 따라야 하는 로드맵’, 실패 사례는 ‘미시적 관점에서 피해야 하는 함정’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의 불행을 안고 있다.” 너무나 유명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기업에 적용하면 ‘‘실패한 기업은 다 비슷한 이유로 실패하지만, 성공한 기업은 그들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있다”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 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