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주택 시장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발 상승세가 수도권으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상승세에 더해 조기 대선에서 여야 정당이 세종시를 언급하면서 이곳 아파트 시장도 들썩인다. 다만 최근 일부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폭발,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어 묻지 마 매수는 자중하는 게 좋다. 추격 매수보다는 가격 이점을 보고 매입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래량 상투?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가격을 선행하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거래량은 바닥권에서 많이 늘어나면 회복의 신호탄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한 상황에서 거래량이 폭발하면 ‘거래 상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서울 아파트는 거래량 기준으로 볼 때 3월이 단기 정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21일 현재 아파트 3월 거래량은 9160건이다. 4월 말까지 집계할 경우 지난해 피크였던 7월(9223건) 거래량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급 부족 불안 심리,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데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7월)을 앞두고 매수하려는 수요자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상승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버린 느낌이다. 지난해는 거래량 피크를 찍은 뒤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12월에는 서울 아파트는 매매가격까지 내림세를 띠었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에 금리 인하 이슈가 있다. 개인적으로 4월 이후 거래량은 줄겠지만, 지난해 복사판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반적으로 ‘상고 하중’을 전망한다.
요즘 들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동조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4월 22일 현재 3월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79건으로 지난해 7월 1만5130건 이후 최고치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강남 아파트값 급등과 맞물려 있다. 미분양이 많은 평택이나 상대적 소외 지역인 경기 북부까지도 거래량이 늘어났다. 강남이 오르면 강북을 거쳐 수도권 전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34% 올라 지난해 9월(0.13%) 이후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은 전월 대비 1.42%, 수도권은 0.66% 각각 상승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국 평균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수도권 역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나 가격 흐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선발대가 주춤하면 ‘풍선 효과’ 오래 못 가
3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수요가 줄면서 숨 고르기 가능성이 있다. 이들 지역 아파트 시장의 큰 축이었던 갭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 3구 갭 투자 비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43.6%에 달하는데, 이는 서울 평균(37.5%)보다 훨씬 높다. 앞으로 이들 지역 아파트 시장이 실거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거래 회전율이 뚝 떨어질 것이다. 거래가 많지 않으면 시세를 밀고 갈 힘이 약하다. 당분간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직전 시세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직전 고점에 거래된 것은 ‘비허가 프리미엄’이 시세에 추가됐다고 볼 수 있다. 그 프리미엄이 사라진 이상 고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주식으로 따지면 블루칩이다. 강남 인근 지역 아파트 시장(동작·마포·성동·광진·강동구)은 옐로칩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값은 입지적 가치를 반영하므로 옐로칩이 블루칩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블루칩과 옐로칩 사이에는 일정한 가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블루칩 아파트 시장이 크게 달아오르지 않는다면, 옐로칩 지역이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풍선 효과를 기대하고 옐로칩 지역 아파트를 호가대로 덜컥 사는 것은 위험하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언제든지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강남 지역에서 아파트 대체재인 고급 빌라를 매입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커뮤니티 시설이 미흡할 수 있는 데다 나중에 팔 때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슈 된 세종 아파트 시장
세종시 아파트는 ‘부동산 판 정치 테마주’ 같다. 선거 시기가 되면 정부 부처나 대통령실, 공공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니 당장 집주인이 행동에 나선다.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4월 4일부터 16일까지 세종시 아파트의 부동산 매물(매매·전월세)은 9% 넘게 줄어 전국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1만181건이던 매물이 9.2% 줄어든 9249건에 그쳤다. 호가가 오르고 거래가 늘면서 통계 추치도 상승 반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의 4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세종시는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 등에 힘입어 전주 약세(-0.07%)에서 상승세(0.04%)로 돌아섰다.
오름세는 좀 더 지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 이슈가 아니더라도 세종 아파트값이 그동안 너무 하락해 가격 이점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세종시 아파트값 고점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국보다 4개월 빠른 2021년 6월이다. 고점 대비 회복률은 72.3%에 그친다. 서울 강남‧서초‧용산구 아파트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해 말에 이미 전 고점을 넘었다. 송파구는 95% 정도 회복했다. 서울 전체로는 90%, 수도권은 84.7%, 지방은 87.3% 정도 회복됐다. 세종시의 지금 반등은 단기 급락에 따른 매수자 유입으로도 볼 수 있다.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 부동산 시장은 아직 봄바람이 불지 않는다. 악성 미분양 주택은 1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3월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방이 0.03% 떨어졌다. 다만 지방도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0.4%대 하락 폭을 보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락을 멈추고 약보합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방마다 편차는 있다. 지역적으로는 광주(0.13%)·대전(1.01%)· 울산(0.2%) 아파트값은 올랐지만, 부산·대구·세종시는 떨어졌다. 조선·자동차 경기가 좋은 울산은 지난해도 1.4% 올랐다. 지방 내부에서도 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지역 다극화로 볼 수도 있다. 지방은 바닥을 다지면서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는 지방 아파트 시장도 온기가 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오늘 떨어지면,내일도 떨어진다는 지속 편향에 빠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단기 급등한 곳은 조심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일단 가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서울은 고점 대비 10~15% 이하, 지방과 수도권은 15~25% 이하에 사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타이밍 문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과 용산구는 시장을 관망하다가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강남 인접 지역의 옐로칩도 호가가 지나치게 오른 곳은 피하라. 다만 아직 가격 회복이 더딘 경기·인천이나 지방은 대선 이전에 매입해도 좋을 것 같다. 서울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도 각개 전투하듯 지역별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