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강경한 자세를 보인다. 미국의 두 차례 대중 관세 인상에 발맞춰 중국도 대미 관세를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産)에 매긴 관세는 145%, 중국이 미국산에 매긴 관세는 125%다. 왜 중국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중국이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한 그럴듯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중국 지도층은 현시점에서 협상에 응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방식이 납치범과 같기 때문에 ‘양보하면 더 많은 인질이 붙잡힌다’고 여긴다. 중국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트럼프 1기(2017~2020년) 정부 때 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요구에 응했음에도 트럼프 2기 정부 관세 협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목격했다. 마찬가지로 2018년 3월,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물품을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나 관세는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높아졌다. 2019년 12월 이른바 미·중 ② ‘1단계(Phase one) 무역 합의’에서 중국은 불리한 조건에 동의했는데, 미국은 중국산 상품에 대한 20% 관세를 여전히 유지했다.

중국은 또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첨단 반도체와 기술집약적 제품을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지 않으면서, 중국이 더 좋은 가격에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대두(大豆) 같은 상품을 미국으로부터 더 많이 수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여긴다. 그러니 중국이 이번에는 다른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둘째, 중국은 체면을 중시한다. 중국은 트럼프가 관세 인하를 요청하러 온 외국 지도자를 깔본다고 의심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가 내게 굽신거리고 있다(kissing my ass)”며 자랑한다. 동시에 트럼프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외국 지도자를 선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 장관은 다음 같은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려 한다. ‘당신은 미국보다 약한 입장에 있으니 항복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보다 더 많은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주장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중국인에게 1839~42년 아편전쟁 당시 영국 입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 메시지는 이러했다. ‘우리의 총은 너희 것보다 사정거리가 훨씬 길다. 그러니 항복하고 우리 아편을사라.’
셋째, 중국은 미국에 양보하는 것이 초래할 부정적 파급 효과를 우려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내 제품 생산자는 다른 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꾀할 것이다. 현재 많은 국가가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한 강경한 대응은 이러한 조치(미국 외 국가의 대중 관세 부과)를 억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금융시장 혼란이 트럼프 정책 선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략은 미국의 추가적인 강경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 워싱턴 D.C.의 초당적인 반(反)중 정서는 미국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주더라도 현 정책을 유지하도록 할 만큼 강력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상실은 이미 약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추가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치킨 게임에서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한 가지 선택지는 중국이 ③ 2018년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상품에 무관세를 제공하고, 미국이 동일한 조처를 하면, 시장 왜곡을 줄이기 위한 정책 개혁에 나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중국은 다른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임명한 전문가 패널 같은 제삼자 모니터링 기구를 제안할 수 있다.
두 번째 선택지는 다른 국가와 무역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중국이 기존에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상품을 이제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만약 미국이 나머지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끝까지 고수한다면, 중국이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에 높은 수출 장벽을 도입하는 국가는 중요한 수출 시장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 때 그랬던 것처럼, 다른 국가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제 수입 박람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수출 촉진 기관을 운영하는 반면, 중국은 수입에 초점을 맞춘 박람회를 국가 후원으로 개최한다. 현재 맥락에서 수입 박람회는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지 않는 국가로부터 더 많이 수입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국내 소비를 진작할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저축과 소비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려면 사회 안전망, 금융 시스템, 성별 균형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중국은 훨씬 강력한 통화정책 완화와 일시적인 소비세 인하 및 소비 보조금 등 재정 정책을 동시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상호 무관세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작다. 하지만 중국의 무역 개혁, 거시경제 부양, 소비 진작, 순 수출 감소 등의 구조적 조치는 여전히 논의돼야 한다. 이는 미국의 행동과 관계없이 중국과 세계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Tip|
① 트럼프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NAFTA를 ‘최악의 거래(worst deal)’라고 표현하는 등 맹비난했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를 폐기하겠다고 언급했다. NAFTA는 1994년 미국·캐나다·멕시코 사이에 체결된 자유무역협정이다. 트럼프는 실제로 2017년 취임 이후 NAFTA 재협상에 들어갔고, NAFTA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바꿨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의 시장 개방 확대, 자동차 관련 원산지 규정 강화 등 미국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내용의 요구를 대부분 관철시켰다.
② 약 22개월간 무역 전쟁을 벌이던 미·중은 각각의성명을 통해 2019년 12월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고, 기존 대중 관세 부과 품목 가운데 일부를 철회하거나 유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보류 및 중단하고, 미국산 농산물 및 수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2020~2021년 중국의 합의 이행률이 57%에 불과했다고 2022년에 평가했다.
③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7월, 장클로드 융커 당시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한 뒤 쌍방이 무역 장벽을 해소하고 앞으로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등 분쟁을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U는 이번 트럼프 2기 정부 관세 협상에서도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공산품에 상호 무관세를 적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