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공황 이후 미국이 주도해 구축한 국제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그의 관세전쟁은 세계경제와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각각 0.1%에 머무르며,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한국의 정치 불안과 겹쳐 우리 경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세정책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3.3%에서 2.8%로 낮추었고, 글로벌 무역 성장도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7%에서 1.8%로 크게 낮추었으며, 가장 큰 이유로 관세정책을 꼽았다. 와튼스쿨 분석에 따르면, 이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6% 감소시키고 임금도 5%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일한 세수 효과를 내는 법인세 인상보다 경제적 손실이 두 배 이상 크다는 점에서 무역 질서 교란의 파괴력을 강조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관세 수입은 2017년 대비 2.2배 증가했지만, 무역 적자는 23% 늘었다. 관세 수입은 늘었지만 무역 적자는 오히려 확대돼 정책 효과에 의구심을 키웠다.

TSMC의 미국 공장이 큰 손실을 기록한 사례는 트럼프 정부의 제조업 리쇼어링 전략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4월2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관련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언 직후 S&P500 지수는 이틀 만에 10% 급락하며 시장 불안을 극명히 드러냈고, 올해 내에 미국의 경기 침체 진입 가능성도 주요 투자은행이 40~60%로 높게는 90%까지 예측하고 있다. 투자자는 주식은 물론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던 미국 국채마저 투자자가 기피하면서 달러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달러 가치가 주요 화폐 대비 9% 이상 하락하면서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달러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본시장 전체의 붕괴마저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미국 방문과 트럼프 정부와 무역 협상 시작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는 물론, 미국이 협상을 우선적으로 진행 중인 어느 나라도 빠른 타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전기차, 반도체, 항공우주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연계된 한국의 수출산업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공급망의 일부인 다른 국가와 미국의 복잡한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미국 역시 협상 우위를 위해 초기 협상 국가와 미국 입장에서 좋은 선례를 남기려 할 것이므로 서두르는 협상은 오히려 불리하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의 무책임한 관세전쟁은 미국 내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율은 트럼프 1, 2기 집권 기간 중 최하 수준으로 급락했고, 여론조사에 따르면, 80% 이상 국민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관세’는 경제학자의 견해처럼 가장 위험한 단어가 되고 있어서 미국 내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트럼프 정부가 정책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점 역시 한국이 서두르지 않고 협상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협상 타결이 절실하지만, 한국 단독 협상으로 많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기업은 어렵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준비하고, 인내심 있게 상황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