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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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웰빙(Well-being)’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사회 전반의 확고한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 예방과 미용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가 증가함에 따라, 웰빙 트렌드는 상업용 리테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관련 시설에 대한 수요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글로벌 리테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에서 웰빙 관련 시설에 대한 수요는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나타낸다. 전통적인 소매점 중심의 구성에서 체험 및 서비스 중심의 리테일 위주로 재편되는 트렌드를 기반으로, 과거 쇼핑과 식음료 매장이 주를 이루던 풍경은 점차 다채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피트니스 센터, 요가 스튜디오 공간 같은 웰빙 관련 시설과 성형외과· 피부과·건강검진센터를 포함한 메디컬 시설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 상업 공간 자체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수용하며 공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웰빙 시설의 수요 증가는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도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원을 모색하는 투자자에게 소비자의 건강 및 삶의 질 향상 욕구 증대는 피트니스 및 웰빙 시설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부각시킨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웰니스(Wellness)’ 시장 규모는 약 6조3200억달러(약 8968조원)였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규모다. 웰니스는 웰빙과 건강을 뜻하는 피트니스의 합성어로, 건강의 균형 잡힌 상태를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뜻한다. GWI는 이와 함께 웰니스 시장이 2028년까지 매년 7%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개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부티크 스튜디오(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맞춤형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 웰니스 센터, 요가 스튜디오 같은 전문 시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들 웰빙 시설은 높은 고객 재방문율과 브랜드 충성도를 바탕으로 임대인에게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 -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 현 CBRE 코리아 리서치 총괄

英, 2019년 이후 피트니스 센터 1000여 개 신규 오픈

CBRE 영국의 최근 소비자 설문 조사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해당 조사에서 약 1100만 명(영국 인구의 16%)의 영국인이 피트니스 센터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으며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16~34세 젊은 세대 43%는 2025년에 피트니스 센터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해(35세 이상은 23%), 웰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웰빙 정보를 얻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술 대신 헬스장 같은 공간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 세대의 웰빙 중시 트렌드는 리테일 시장의 임차 수요에 직접적으로 반영돼, 2019년 이후 영국 주요 상권에 1000개 이상의 피트니스 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어 공실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고소득 젊은 층 거주 비중이 높은 런던 지역에서는 부티크 스튜디오가 급증해 2018년에서 2023년 까지 헬스장이 17.4%나 증가했다. 현재 런던 성인 절반 이상이 거주지에서 1마일(약 1.61㎞) 이내에 부티크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웰빙 시설 접근성이 좋아졌다.

한국 역시 이런 트렌드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의 주요 상업 지역 내 쇼핑몰과 오피스 빌딩에도 다양한 규모의 피트니스 센터와 메디컬 시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메디컬 리테일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 의료 관광객 유치에도 기여하며 상업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내면 건강뿐만 아니라 외모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K뷰티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2030세대를 넘어 4050세대까지 미용 의료 수요가 확대되고, 남성 그루밍족 증가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변화는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메디컬 수요 확장을 견인한다. 실제로 주요 성형 및 시술 관련 앱 사용자 분석 결과, 20대 이하 젊은 층 비중은 감소한 반면 30대 이후 중장년층 비중이 많이 증가했으며, 제모 및 탈모 예방 등 자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남성 또한 메디컬 시장의 새로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회복과 함께 한국의 높은 의료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한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은 외국인은 전년 대비 2.4배 증가했으며, 특히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 뷰티 목적의 내원자 비중이 대폭 증가하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메디컬 리테일 수요 확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서울 소재 피부과·성형외과의 약 26%가 밀집된 강남은 메디컬 특수 상권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관련 임차 수요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리테일 결합한 복합 시설 개발 증가

고령화사회의 심화는 메디컬 부동산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에 따라 도심 내 접근성이 우수한 입지에서 관련 수요가 강세를 보인다. 글로벌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10%를 넘어섰으며,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올해를 기점으로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기대 수명 증가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의료와 리테일을 결합한 복합 시설 개발이 증가하고 있으며, 안정적 방문율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 사례를 보면, 노인을 타깃으로 한 판매 및 커뮤니티 시설(예: AEON KASAI)이나 치매 환자를 위한 특별한 콘셉트의 카페(예: 스타벅스 D카페) 등 사회 고령화 추세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리테일 시설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편, 글로벌 리테일 부동산 시장에서 웰빙 관련 시설의 수요 증가는 단순히 임차 문의 증가를 넘어, 상업 공간의 구성 방식과 입지 선정 전략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주요 해외시장인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LA), 홍콩 등에서는 과거 쇼핑몰이나 상가의 고층 또는 지하 등 임대료가 낮은 공간에 주로 배치됐던 메디컬 및 피트니스 시설이 최근 고객 접근성과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1층 같은 핵심 위치로 이동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웰빙 시설의 입지 강화는 상업 공간 전체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또한, 차별화된 웰빙 시설의 존재는 상업 공간 자체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며, 장기적으로 임대료 상승 및 자산 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리테일 공간 내 웰빙 관련 시설의 수요 증대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선 명백하고 지속적인 장기적인 추세이며, 이는 소비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 증대와 오프라인 공간의 체험 중심 소비 트렌드 심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와 개발자는 사회구조 변화를 예측하고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혁신적인 공간 구성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소비자층을 유치하고 체류 시간을 늘려 상업 공간의 가치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지역사회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지원 및 긍정적 영향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수혜 CBRE 코리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