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2025년 1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취임 후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도입한 데 이어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125% 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미국 관세정책의 주요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중국 외 다른 국가도 언제든지 미국 상호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관세전쟁 배경

미국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과 쇠퇴해진 미국을 다시 예전의 위대한 국가로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오랜 결심이 이번 관세전쟁의 배경이다. 현재 미국은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지금까지 누려온 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조달러(약 1419조원)에 달하는 무역 적자와 약 1조8000억달러(약 2554조원)에 이르는 재정 적자로 고통받고 있다. 국채 발행액은 36조달러(약 5경1804조원)를 상회하고, 매년 지불하는 이자 지급액은 1조달러를 넘어 연간 국방비 지출액 9160억달러(약 1300조원)를 상회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역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자유무역을 지속하는 동안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과 교역에서 커다란 이익을 취해 왔다는 인식이다. 미국은 미국과 교역에서 이익을 누린 국가 모두, 특히 중국의 신중상주의적 산업 정책을 통한 근린궁핍화정책(beggar thy neighbour policy)으로 자국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근린궁핍화정책이 강력한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경제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결국 상대 국가도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같은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서 세계경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겪게 된다는 데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탈피, 양자 및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무시 등으로 무역 충돌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미국 중심의 무역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은 다른 분야로 확산될 전망이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 현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전 중국삼성경제연구원장

미국이 기대하는 관세정책 효과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단순히 관세 인상을 통해 수입 가격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다소 단편적 시각이다.

첫째, 관세 인상을 통해 수입품 가격을 인상해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 가동률을 높여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관세 인상이 미국 내 물가를 높여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경기에 나쁠 것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인플레이션과 실업 증가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둘째, 관세장벽을 통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증대시킴으로써 국내 공급망을 확충하고, 그에 따른 고용 증대와 생산 증대를 통해 재산업화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을 중시하는 글로벌 대기업은 조 바이든의 당근(보조금)이든, 트럼프의 채찍(관세)이든 직접 진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임금이 높아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수 기업이 미국 직접투자를 염두에 두는 것을 볼 때 미국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셋째, 관세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현안을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의 높은 상호 관세율을 본 많은 국가는 앞다퉈 미국을 방문하거나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은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참여, 독일 등 유럽연합(EU)의 방위비 증액, 베트남의 0% 관세율 제의 등 미국이 요구하기도 전에 미국을 달랠 카드를 들고 미국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고율 관세를 통한 레버리지 정책은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넷째, 고율 관세를 통해 벌어들인 관세 수입을 트럼프가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하 재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트럼프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연방 법인세율은 2017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됐지만, 트럼프는 이를 임기 내 15%로 낮추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인하분을 관세 증가분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관세 수입과 더불어 영주권 판매 등 다른 재원을 발굴할 경우 세수 부족을 채우는 데 도움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한 국가인 만큼 우리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먼저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동맹국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볼때 경제적 실력을 갖춘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최대 자산이다. 미국 내 제조업 비중은 겨우 10% 정도에 불과해 공급망이 매우 취약하다. 이에 따라 제조업 비중이 25%로 높은 제조업 강국인 한국의 반도체, 방산, 조선업 등은 우리가 가진 중요한 전략자산이다.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이 카드를 잘 활용해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좋은 경제 및 외교적 수단이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1992년 한중 수교 후 30년간 우리에게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준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우리는 중국과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기업, 특히 중국 제조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국 전략을 잘 세우지 못할 경우 우리는 대중국 무역 적자 3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우리 산업의 많은 분야에서 중국에 이미 추격당했거나 곧 추격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망의 근거는 중국의 정부 주도 산업정책과 이를 통한 거국적 지원 체제, 민간 기업과 국유 기업을 가리지 않는 기업가 정신, 연구개발(R&D)을 통한 미래 기술 개발(논문 및 특허 1위) 등을 기반으로 분출되는 혁신 역량에 있다. 또 희토류 등 방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우리의 대중국 소재·부품·장비 의존도는 경제 안보를 위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심각하다. 결국 우리 미래는 중국과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느냐, 아니면 패배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바 우리 정부와 기업, 학계, 연구소 등은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박기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